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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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1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타이완] 도시분류 : [타이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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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향기에 취해 부른 배를 두드려라_Tea&Food

며칠간 타이베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놀라웠던 것 중에 하나는 이곳 음식이 우리 입맛에도 꽤 잘 맞는다는 사실이었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차나 음료수를 찾아야 할 만큼 느끼한 음식도 별로 없었고 젓가락을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야 할 만큼 이상한(?) 음식도 별로 없었다(그러나 ‘별로’에 방점을 찍고 싶다). 한국을 떠나기만 하면 어지간히 입맛이 까다로워지는 사람이라도 이곳에서는 웃으며 식탁 앞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훌륭한 타이완 차를 곁들이고 출출함을 달랠 값싸고 든든한 서민 요리까지 가세한다면 더욱 완벽한 맛기행이 완성된다.

차, 예뻐지고 젊어지는 타이완 최고의 자랑

연중 기온이 따뜻한 타이완 섬은 차 재배에 아주 알맞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섬 전체가 차를 재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역마다 다양한 종류의 차가 생산된다. 타이완의 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한 시기는 1982년부터 1992년 사이의 10년. 이 기간동안 정부와 차 생산업자들은 타이완산 차를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대부분의 타이완 사람들은 살짝 발효시킨 차 향기에 푹 빠져 있다. 살짝 발효시키든 많이 발효시키든, 발효 과정을 거친 차가 전국적으로 만들어지고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것도 이때부터다. 어떠한 종류의 잎을, 어떻게 가공하여 만드느냐에 따라 수없이 많은 종류로 나뉘는 타이완의 차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타이완의 대표적인 차 맛을 보고 나면 나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차의 명칭은 발효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차 잎을 발효시키지 않고 만드는 것은 녹차, 반쯤 발효시켜 만드는 것은 우롱차, 완

전히 발효시켜 만드는 것은 보이차라 한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십여 가지의 차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차는 원산빠오종차(文山包種茶)와 티에꽌인(鐵觀音), 그리고 바이하오우롱차(白毫烏龍茶)인데, 티에꽌인과 바이하오우롱차는 둘 다 우롱차의 일종이다. 타이베이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면 나오는 핑린(坪林)은 타이완에서 가장 유명한 차 산지다. 이곳의 산과 들을 뒤덮은 차밭은 세계 최대규모라 한다. 원산빠오종차와 같은 타이완의 대표적 차가 생산되는 곳이 핑린이고, 이곳에 있는 차 박물관에서는 타이완 차의 모든 것을 배우고 맛볼 수 있다. 이 박물관에는 세계적인 빠오종차 대회의 수상 제품도 전시되어 있는데 개중에는 100그램에 수백만 원이나 하는 차도 있다.

차와 요리의 멋진 결합

우리는 물에 우려내 먹는 것도 모자라서 차를 직접 요리에도 넣어 먹는다. 차에 요리를 접목시킨 건지 요리에 차를 접목시킨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차 요리’라는 이름으로 젊어지고 예뻐지고 다이어트에 좋다는 차의 효능을 식사와 함께 만끽하려 한다. 차의 왕국답게 타이완에서도 차 요리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런데 타이완 사람들은 늘상 식사와 함께 차를 마시기 때문인지, 타이베이 시내에서 유명한 차 요리 식당인 주리관(竹里館)에는 타이완 사람이 거의 없고 대부분 일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차는 식사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빠짐없이 책임진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카이웨이차이(開胃菜)라는 일종의 전채요리. 삥랑꽃이 들어간 산뜻한 요리가 자스민 차와 함께 나와 입맛을 돋운다. 듬직한 대나무 통에 담겨 나오는 대통밥과 함께 나오는 두 번째 요리는 용정차에 볶아낸 새우볶음. 콜레스

테롤을 낮추는 효능이 있는 차는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높은 편인 새우를 일순간 ‘건강식’으로 만든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본격적인 식사는 훙차찌딩(홍차 닭고기)이 나오면서 시작된다. 완전한 발효차인 홍차를 닭고기와 함께 볶아내서 비린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때쯤 되면 무슨 차가 무슨 차인지, 그리고 음식 속에서 차 향기를 찾아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 코는 둔감해진 상태다. 여기서부터는 향기와 코보다는 맛과 혀로 모든 것을 음미한다. 보이차를 넣고 중국의 대표요리인 동파육(돼지삼겹살을 이용한 기름진 요리)을 만든 푸얼동퍼러우, 쇠고기를 넣은 푸얼뇨난, 그리고 티에꽌인의 향기가 배도록 푹 쪄낸 생선요리인 티에꽌인 쉐이위를 자세히 보면 하나같이 잘게 다져진 차잎이 뿌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 중국 만두요리와 야시장의 먹거리들

타이베이 시내의 ‘디엔슈러우(點水樓)’는 우리 귀에도 익숙한 요리집인 ‘딘타이펑’ 못지않은 유명한 만두 전문점이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딘타이퐁의 제1요리사를 스카웃해서 만들었다’는 사장의 말을 믿지 않을 수없을 정도로 이곳의 샤오롱바오(小龍包)는 맛이 빼어나다. 샤오롱바오를 먹을 땐 입안을 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옆에서 주의를 주지만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톡 하고 깨물면 입안 가득 육즙이 퍼지는 그 맛은 이미 타이완의 국경을 넘어선지 오래니까. 만두와 함께 주문한 요리는 쓰터화궈(돌솥 샤브샤브)다. 담백하고 시원한 화궈 국물이 만두만으로는 어딘지 허전하기 마련인 우리 속을 적당하게 달래준다. 돌솥을 달군 뒤에 양파와 돼지고기 등을 넣고 육수와 야채, 어묵, 대추, 완두콩, 목이버섯과 완자 등을 넣고 끓이면 깊은 맛의 국물이 완성된다. 건더기를 건져먹고 검은 찹쌀, 새우, 야채, 팥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만두도 곁들여 먹은 다음 남은 국물로 국수와 죽까지 음미하고 나면 식사 끝. 한국인의 입맛을 더욱 북돋워 주는 매운 고추와 간장 소스가 함께 하면 자기도 모르게 과식하지 않도록 더욱 조심을 해야 할 것이다.

길거리 음식 그냥 지나치지 말 것

재료는 간단하지만 맛은 결코 간단치 않은 서민 음식도 엄연한 타이완의 대표 음식이다. 쇠고기와 육수와 면이라는 간단한 조합으로 타이베이 서민들의 해장과 요기를 책임지는 뉴로미엔(牛肉線)도 그중 하나. 구석진 골목에 위치한 라오짱뉴로미엔(老張牛肉線)은 타이베이 최고의 뉴로미엔을 만드는 곳으로 소문난 음식점이다. 주 타깃이 간편하면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자 하는 손님인 만큼, 홀로 혹은 두 사람이 오는 경우에는 모르는 이와 합석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도 늘 사람들이 줄을 선다. 뉴로미엔의 맛과 향은 일단 선지국 맛과 비슷하다. 얼큰하고 구수한 것이 해장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큼직한 소 넓적다리 살이 아주 말랑말랑해서 먹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금방 바닥까지 그릇을 비운 게 부드러운 고깃살 때문인지 군침을 흘리며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미안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얼큰한 맛은 가게 문을 나선 뒤에도 쉽

게 사라지지 않는다. 타이완의 야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쫀득쫀득한 타피오카 맛이 일품인 쩐주나이차(버블티)도 타이완이 원조인 만큼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노천 식당의 뉴로미엔과 오리혓바닥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질문을 바꿔서, 타이완의 야시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을 꼽으라면 답은 하나다. 야시장의 왁자지껄한 소음도, 옥수수 굽는 냄새와 사탕수수 차의 달콤함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처오또우푸(초두부)의 향기가, 바로 야시장의 지배자다. 처음에 그 냄새가 풍겨올 때는 앞사람의 발냄새이거니 했다. 두 번째 그것을 맡았을 때는 주변에 화장실이 있는 줄 알았다. 그 냄새가 습격(?)해 올 때마다 한쪽에서 무언가를 튀기고 있는 식당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그 다음. 처오또우푸는 두부를 발효시켜 기름에 튀긴 요리다. 청국장에 익숙한 우리도 알다시피 콩과 발효는 후각적으로 그리 유쾌한 조합이 아니다. 하지만 망설일 틈도 없이 가이드가 처오또우푸 한 접시를 주문한다. 금방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발효두부가 소스와 함께 나온다. 신기한 것은 완성된 요리에는 역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맛까지 뛰어나다. 여행 기자의 ‘립서비스’라고 생각하는가? 유부 느낌이 나는 바삭한 두부와 매콤달콤한 소스의 조합을 직접 맛보지 않는다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편견은 미식의 가장 큰 적임을 명심하고, 야시장에서 큰 소리로 ‘처오또우푸’라고 외치기를 주저하지 말지어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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