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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1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벳부]
기사제목
[OUTFIELD] 벳부, 너는 포근했어_Bep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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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는 말이 절로 가늘 게 새어나올 즈음, 콘크리트 바닥에서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던 규슈의 한 온천지를 떠올렸다. 그랬지. 너는 포근했어, 흰 눈 쌓인 한 겨울에도 너는 여전히 따스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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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찬히 돌아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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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벳부는 걸어서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도시다. 도시 순례의 기점으로 삼을 만한 곳은 벳부역. 그 고즈넉한 정경을 카메라에 담은 후 역을 등 뒤로 하고 곧게 뻗은 중앙로를 걷는다. 길가에는 단골손님이 많을 듯한 작고 오래된 과자점과 반짝반짝 윤이 나 먹음직스러운 과일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과일가게가 보인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오래된 전화박스와 누군가 잡지 사진 촬영용으로 미리 준비해 놓기라도 한 듯 '뽀대나는' 골동품 스쿠터도 인상적이다. 그 옆으로는 알전구로 발랄하게 장식된 쇼핑몰이 고개를 내민다. 그 생경함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밤늦은 시간, 부산 자갈치 시장에 온 듯한 기불이랄까? 골목을 돌면 뭔가 신기한 것들이 툭툭 발 앞에 떨어져 '서프라이즈!'를 외칠 것 같다. 날이 저물자 독일의 어느 마을에서 본 듯한 예쁜 가로등이 깜빡 졸다 깨어난 듯 오렌지 빛 기지개를 켠다. 선명했던 건물들은 마법에라도 걸린 듯 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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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대는 불빛 너머로 자취를 감춘다. 길 끝에는 거짓말처럼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도시의 끝'에서 환하게 불을 밝힌 아담한 집이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1879년에 지어진 다케가와라 온천이다. 이곳에서는 온천욕과 온천수를 이용한 모래찜질을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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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벳부가 포근한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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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벳부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온천지다. 무려 2,848개의 원천지가 있으며, 하루 용출량만 13만 6천 킬로리터에 이른다. 한 해 동안 이곳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1천 8백만명, 한국인 관광객은 벳부 시민의 수와 맞먹는 13만 명 정도다. 대표적인 온천지는 벳부, 하마와키, 호리타, 간카이지, 칸나와, 묘반, 시바세키, 가메가와로, 이들을 한데 묶어 '벳부팔탕' 이라고 부른다.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벳부 온천과 버스로 40여 분이 소요되는 묘반 온천을 제외한 다른 온천들은 모두 벳부역을 중심으로 20분 내외의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온천수의 성분이나 효능은 저마다 다르다. '칸나와에는 철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고, 묘방 온천지에는 유황 성분이 많다' 는 식이다. 일본 온천의 종류가 모두 11가지인데, 벳부에서는 그 중 10종류의 온천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벳부는 원래 화산 활동이 끊이지 않아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곳곳에서 뜨거운 증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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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뿜어져 나오고 유황이 피어오르는 이 화산지대를 사람들은 '지옥'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1920년, '아부라야 구마하치'가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지옥'은 '천국'으로 변했다. '관광의 왕' 이라고 불렸던 그는 버스로 특색 있는 온천지를 연결하는 '지고꾸 온센(지옥온천)' 순례를 정착시키고, 당시로서는 생소한 개념인 '버스 가이드'를 두어 일본 열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벳부를 유명 관광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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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파크처럼 흥미로운 온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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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꾸 온센은 9개의 작은 온천지들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우미(바다) 지고꾸' 에서부터 지옥 온천 투어를 시작한다. 1,200년 전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우미 지고꾸는 200도의 열탕을 하루 3,600킬로리터나 뿜어내는데 유산철이 빛에 반사되어 뽀얀 청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오니이시보즈(스님) 지고꾸'를 제외한 다른 온천들은 우미 지고꾸에서 차로 10분 내외의 거리에 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다쓰마끼 지고꾸'와 '지노이케 지고꾸'다. 25분 간격으로 20미터 높이의 온천수를 방출하는 간헐천과 붉은 빛의 온천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 공통 패스(2,000엔)을 이용하면 보다 저렴하게 8개 지고꾸를 돌아볼 수 있다. 돌아다니다 지치면 온천 증기로 쪄낸 도시락과 달걀, 푸딩도 먹어보자. 온천의 열기가 그리울 땐, 모래찜질이 딱 좋다. 벳부 해변에 위치한 '스나유' 에서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뜨끈한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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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찜질을 할 수 있다. 유카타로 갈아 입고 온천수를 담뿍 머금은 모래에 몸을 뉘이며 종업원들이 몸 위로 모래를 올린다. 이 때 어깨와 목 아래에도 도톰하게 모래를 쌓아 올려주는데, 이렇게 누워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5분도 안돼서 군불을 땐 아랫목에 놓여진 이불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뜨끈한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 10분 정도 지나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땀이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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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나와 무시유에서 흐느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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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찜질방 마니아라면 '칸나와 무시유'에 꼭 들러볼 곳. 이곳은 옛 가마에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돌창포를 깐 증기탕이다(짚을 깐 증기탕은 일본에서 이곳뿐이라고 한다. 원래는 남녀 혼탕이었는데 8월에 새단장을 하면서 남탕과 여탕을 따로 만들었다). 원천수의 온도는 98도쯤 되지만 파이프로 온도를 조절해 내부는 70도 정도로 유지된다. 가마는 천장이 낮고 규모도 작아서 한번에 6명씩밖에 들어갈 수 없다. 증기탕과 온천 이용료는 500엔, 칸나와 무시유 앞에는 온천 증기로 발을 데워주는 족욕탕이 있다. 사용은 무료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10분 이상은 사용을 삼가자. 벳부는 한겨울에 뜨거운 샤워만큼이나 떠나고 싶지 않은 도시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 유한성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 성냥이 꺼지기 전 느꼈을 찰나의 행복이 이런 것이었을까? 눈을 감고 거꾸로 열을 센다. 열,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다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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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 셋, 둘, 하나...찬 바람에 새빨갛게 언 귀는 여전히 먹먹하다. 그러나, 벳부는 여전히 포근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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