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삼처럼 생겼지만(훨씬 못생기기는 했다) 인삼보다 훨씬 싸고, 인삼이 아니지만 인삼 못지 않은 효능을 품고 있는 더덕. 쌉싸름하고 달콤한 맛 속에 든 영양을 밥과 함께 듬뿍 먹고 나면, 그 개운함에 몸이 절로 들썩인다. |
| |
|
|
| |
| 더덕의 특별한 효능 |
| 더덕은 옛날부터 '사삼' 이라 불리며 산삼 못지 않은 뛰어난 약효를 가진 약재로 인정받아 왔다. 그래서 선조들은 인삼, 단삼, 현삼, 고삼과 함께 사삼(더덕)을 '5삼' 중의 하나로 대접했다. 더덕 약효의 핵심 성분은 인삼과 같은 '사포닌' 이라는 물질. 산더덕의 껍질 바로 아래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사포닌은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고 폐와 비장, 신장을 튼튼하게 해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종기가 심하거나 독벌레에 물렸을 때는 더덕가루를 바르면 좋다고 하며 여러균에 대한 항생작용뿐만 아니라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도 한다. 이 사포닌 성분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껍질을 제거한 후 절대 세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칼등이나 방망이로 연하게 두드려 제거한 뒤 고추장 등에 절이거나 구워서 먹으면 된다. |
| 전라북도 진안에서 나는 더덕이 좋다고 소문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진안은 전라도 지방의 농토를 상징하는 기름진 평야 대신, 산지로 둘러싸인 고원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진안고원' 이라 부른다. 기후도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크고 주변에 비해 기온이 낮은 고랭지 기후여서 더덕이 자라기 알맞다. 진안의 더덕에 사포닌 성분이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진안 더덕은 잔뿌리가 적고 곧게 자라며 섬유질이 잘 발달되어 있고 물기가 적어 씹는 맛과 향이 좋다고 한다. |
| |
| 더덕구이, 동동주를 만나다 |
| 진안은 아직 본격적인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지역이다. 마이산이라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을 갖고 있기는 해도, 관광과 관련한 기반 시설이나 행정의 수준은 다른 유명 관광지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런 진안에서 그나마 먹거리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은 마이산 일대. 마이산의 두 봉우리 가운데 자리잡은 탑사로 가는 길목에는 여러 음식점들이 밀집해 있어 항상 활기가 넘친다. 이들은 제각기 더덕구이와 흑돼지 요리 등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 '초기정담'은 마이산의 터줏대감 격인 식당이다. 주 메뉴는 역시 더덕구이와 산채비빔밥 등. 이곳에서 더덕구이를 만드는 데 쓰는 더덕은 모두 진안군에 있는 운장산에서 가져온다. 아늑한 황토집 안에 앉아 잠시 기다리니 세숫대야만한 불판에 은박지를 씌우고, 그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듬뿍 담겨 나오는 더덕구이가 등장한다. 그 빨간 색깔에 금방 침샘이 자극을 받는다. 양념을 이용하는 모든 요리가 그렇듯이 더덕구이 역시 재료의 질 다음으로 양념장이 음식 맛의 성패를 가르는 음식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집 역시 양념에 사용하는 간장과 고추장 등을 주인이 직접 만든다고 한다. |
| 바알간 양념을 머금은 더덕은 익기 시작하면 불판에 달라붙기 시작한다. 적절히 뒤집어주면서 앞뒤로 고루 익히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덜 익힌 더덕을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덜 익으면 덜 익은 대로 더덕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향이 더덕 한 뿌리를 떼어내 입으로 가져갔다. 첫 번째로 전해지는 더덕구이 맛은 바로 촉감이다. 얇게 두드린 더덕을 결대로 베어 물면 '오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씹히는 맛이 좋다. 그 촉감을 음미하고 있으면 곧바로 더덕과 양념 맛이 동시에 전해진다. 더덕구이의 두 번째 맛이다. 더덕에 원래부터 있는 달콤한 맛은 양념 맛에 녹아들고, 대신 살짝 씁쓸한 더덕 특유의 맛이 매콤달콤한 양념과 잘 섞여 있다. 양념은 매콤달콤하지만 그 매운맛이 갈수록 결코 만만치 않다. 자연히 그것을 상쇄시켜줄 마실 거리를 찾게 되는데, 주인 이이범 씨가 때맞춰 갖고 온 것이 동동주였다. 더덕구이와 어우러진 동동주는 입에 더없이 착착 붙는다. 혀를 자극하는 매운맛을 싹 없애주면서 입 안에는 향긋하고 달콤한 여운이 남는다. 전라도답게 더덕구이와 정식에 함께 나오는 반찬도 더없이 푸짐하고 맛도 훌륭하지만, 이 두 '콤비' 덕에 좀처럼 젓가락이 가질 않는다. 단, 또 하나의 이 지역 특산물이라면서 주인이 내어 온 흑돼지구이는 예외였다. 뜨거운 돌판에 양파와 함께 구운 흑돼지고기는 더덕구이맛 못지 않은 별미였다. |
| |
 |
| |
| 조용해서 더 좋은 진안 |
| 진안의 볼거리들이 본격적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더덕으로 푸짐하게 배를 채운 뒤부터였다. 그 생김새가 하도 독특해 쉽사리 눈길을 뗄 수 없는 마이산과 신비로운 돌탑으로 가득한 탑사는 진안 관광의 1번지로, 진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장소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진안의 진정한 매력은 소박한 진안읍 북쪽부터 펼쳐지기 시작하는 용담호. 2001년에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생긴 국내 5번째 규모의 이 호수는 아직 때묻지 않은 산과 들 속에 자리 잡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수몰된 지역의 도로를 대신해 호숫가를 따라 새로 뚫린 국도와 지방도는 물을 건넜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땅으로 내려섰다가 높다란 다리 위로 올라가기도 하면서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되었다. 진안 읍내에서 무주 방향 30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간 다음 13번 국도와 795번 지방도를 차례로 거쳐 진안읍으로 돌아오는 이 코스는 특히 아침에 아름답다. 눈 덮인 산과 하늘이 투명하게 비치는 호수를 곁에 두고 좀처럼 차를 마주치기 힘든 도로를 달리면 잠시나마 이국적인 감상에 빠질 수 있을 정도다. |
| |
| Info 초가정담 |
| |
전화_063-432-8840 |
| 위치_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
| 찾아가는 길_진안읍에서 마이산을 서쪽에 두고 임실방향 30번국도를 따라 15분쯤 가면 마이산 도립공원 남부 매표소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서 200여 미터 들어가면 왼쪽에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