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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에는 늘 흩뿌리는 듯한 비가 내린다. 이런 구이린의 기후를 두고 혹자는 '여자의 눈물' 같다고 했다. 그랬던가? 기억을 그러모은다. 깜빡깜빡. 뉴런을 타고 쏜살같이 달려온 구이린의 잔상이 사금파리를 뿌려놓은 듯 반짝인다. 그랬다. 구이린은 여자의 눈물처럼 맑고, 눈물 흘리는 여인의 흰 낯빛만큼이나 청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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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장 산수화 유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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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한 몸을 바들대는 리장 너머로 그린 듯한 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른 아침 물안개 때문에 산은 아웃 포커싱된 피사체마냥 뿌옇다. 이곳 사람들은 농담처럼 중국의 산수화가 대부분 이곳에서 그려졌다고 한다. 리장 주변의 야트막한 산들을 보면 그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강가의 풍경은 미술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중국의 수묵담채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익숙하다. 그중에는 20위안짜리 지폐에 그려진 산의 실제 모델도 있다. 리장의 길이는 약 437킬로미터로, 기본적인 관광코스는 구이린에서 양숴(陽朔, 양삭) 사이의 83킬로미터 구간이다. 리장의 유람선들은 9시 정각에 죽강 부두를 출발하는데, 각각 3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수십 대의 배들이 한꺼번에 줄지어 나가는 모습이 제법 볼만하다. 관광객들은 손을 번쩍 들어 맞은편 배에 탄 이방인들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전체 크루즈는 약 6시간이 소요되며, 중간에 관암동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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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암동굴의 총 길이는 13킬로미터 정도로, 걸어서는 반나절 이상 걸리지만 모노레일과 배, 에스컬레이터 등을 타고 돌아보면 1시간 이내에 돌아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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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장에서 만난 '마음의 해와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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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자기한 산수를 보고 싶다면 지장(資江, 자강) 유람을 권한다. 지장 유람이 시작되는 부두에는 옛 중국의 귀족이 탔을 것 같은 십여 척의 소형선이 정박되어 있다. 자강 배 유람의 안내자는 은관과 은 목걸이를 걸친 묘족 아가씨들인데, 이들은 작은 키에 가는 몸을 하고서 신장의 두 배를 훌쩍 넘는 키를 움직여 배의 방향을 잡는다. 가끔씩 튕겨 오르는 물방울을 맞으며 강을 따라 흐르다 보면 종종 특이한 모양을 한 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워낙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웬만하면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가지만 산꼭대기에 막 책장을 넘긴 듯한 자국이 있어 ‘하늘의 책’이라는 이름이 붙은 ‘천서’나 코로 물을 다 퍼 올리기라도 할 기세의 코끼리 상, 산중턱에 금방이라도 끔벅일 듯한 눈이 새겨진 산은 그 생김이 정말 흥미롭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면 ‘U턴 지점’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강은 대머리 독수리의 이마처럼 둥근 산을 타고 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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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져 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이곳에는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요족이 살고 있으며, 마을을 방문하면 전통춤과 경쾌한 타악기 소리가 어우러진 공연을 펼친다. 배에서 내리면 마을 사람들이 환영의 뜻으로 앙증맞은 잔에 달콤한 술을 한 가득 부어 주는데, 다 마시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고 하니 한 번에 쭉 들이킬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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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굽이치는 바죠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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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왼쪽으로 한가하게 풀을 뜯는 물소 떼와 가파른 산을 타고 오르는 산양 떼가 스쳐간다. 물고기 잡이 새 가마우지도 저 멀리서 나태한 꼬리를 흔든다. 그 모습이 마냥 평화롭다. 소설가 제임스 힐튼이 ‘잃어버린 지평선(히말라야 산맥을 넘던 주인공이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지상낙원 샹그리라에서 겪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그린 소설)’에 묘사한 지상 낙원 샹그리라가 바로 이런 모습 아니었을까? 구이린 자원현에 위치한 바죠재는 높이가 818미터로, 1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마음먹고 오르면 30분 안에 ‘주파’도 가능하다. 하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바위 계곡에 신이 손가락으로 무심히 훑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일자로 길게 나 있는 등산로를 지나, 용의 등처럼 굽이치는 산길 위에서 지층의 단면이 달팽이집처럼 둥글게 말려 올라간 다섯 개의 거대한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산바람에 땀을 식히는 순간은,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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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나 숫자로는 셈할 수 없다.바죠재라는 이름은 팔각형의 산세에서 유래한 것으로, 3억 년 전 지각변동에 의해 해저가 융기하면서 생성된 기암괴석이 풍화와 침식작용을 통해 깎이고 다듬어져 지금과 같은 절경을 만들어 냈다. 산중턱에서는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4각 이상을 볼 수 없지만 산꼭대기에 오르면 3,000평방미터의 대나무숲에 둘러싸인 정팔각형 모양의 산세를 확인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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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속 거대한 소수민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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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내에는 5개의 자치구를 포함해 31개의 자치주, 83개의 자치현 등 총 119개 민족자치지구가 있다. 중국 정부는 1950년부터 400여 민족의 분류작업을 실시해왔으며, 지금은 56개 종족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수민족의 수는 중국 총 인구의 92퍼센트에 이르는 한족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듯하지만, 머릿수로만 따지면 웬만한 나라의 인구를 훌쩍 넘는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들을 탄압하거나 차별하기보다는 우대정책을 실시하며 유화책을 펼치고 있다. 광서장족자치구 주민의 60퍼센트는 한족(漢族)이며, 총인구의 1/3을 차지하는 장족(壯族)과 요족(瑤族), 묘족(苗族) 등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이들 소수 민족들은 각기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묘족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기 위해 귀를 잡아당기는데 세게 잡아당길수록 호의가 큰 것이라고 한다. 또 여성들은 마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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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는 남성이 있으면 그의 발을 밟는다. 역시 세게 밟을 수록 호감이 크다는 뜻. 세 번 밟으면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고 하니, 남성분들 발관리들 잘 하시길. 묘족 전통 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은으로 만든 관과 자물통이 달린 목걸이다. 은으로 세공한 관은 봉황새의 꼬리를 본 뜬 것으로 화려할수록 부유한 가문의 자제임을 의미한다. 목걸이는 혼인여부를 알리는 표시이기도 한데, 미혼은 한 줄, 기혼일 경우 두 줄을 목에 건다. 한편 깊은 산속에서 살아온 요족은 맨발로 산야를 뛰어다니며 일생 단 2번 목욕을 한다. 이처럼 위생적이지 못한(!) 생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요족 사람들이 장수하는 것은, 이들이 산에서 나는 각종 약초를 끓인 물로 족욕을 즐겨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니 이 지역을 방문한다면 꼭 발마사지를 받아볼 것. 또 다른 소수민족인 회족은 이슬람교를 믿는 민족으로 돼지고기를 전혀 먹지 않으며, 묘소족 여인은 매번 다른 남성을 만나 결혼과 출산을 반복하는 독특한 형태의 일처다부제로 유명하다. 이런 민족 고유의 풍습은 이제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일는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도 전통을 계승하며 살고 있는 중국의 소수민족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발판이 되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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