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몇 번 구르고 난 후, 찬 바람에 벌겋게 언 얼굴은 아무런 감각이 없다. 내 다리가 여전히 제자리에 붙어 있는지도 미심쩍다. 슬슬 오기가 생긴다. 살아서 내려가야 한다! 원시를 벗어난 이들에게 스키장의 가파른 경사는 새로운 도전이다. 추운 겨울 스키장을 찾는, 열정적인 그들은 치열하게 논다. |
|
|
 아기자기한 후쿠시마의 스키장 |
|
| |
|
|
| 후쿠시마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얄미운 계집아이의 매몰찬 뒤태에서나 느껴질 법한 쌩한 바람에 눈이 푸드득 날뛰었다. 창밖으로 솟구쳐 오르는 눈은 투명한 공 안에서 휘날리는 럭키드로우의 흰 스티로폼 같기도 했다. 일본의 강원도라 불리는 도호쿠 지역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후쿠시마는 일본에서 3번째로 큰 현으로 아이즈, 나카토오리, 하마토오리의 세 지역으로 나뉜다. 겨울 레포츠를 즐기는 적극적인 사람들에게 1,800미터 높이의 반다이 산 주변으로 10개의 스키장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아이즈 지역은 더없이 매력적인 장소다. 대부분의 스키장이 1시간 거리에 있어 이동이 편리할 뿐 아니라 한국에서처럼 리프트를 타는데 2~30분씩 기다릴 필요도 없다. 도쿄에서는 JR 도호쿠 신칸센으로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어, 도쿄 방문 시에 짬을 내 하루 정도 스키를 타러 오는 사람도 많다. 후쿠시마 현의 대표적인 스키장인 이나와시로는 드넓게 펼 |
|
|
| 쳐진 이나와시로 호수를 바라보며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다. 1959년에 오픈한 이래 전국체전 경기가 여러 번 열렸으며, 2009년에는 프리스타일 월드 챔피언십도 개최할 예정이다. 렌털 하우스에서 리프트까지 100여 미터의 오르막을 걸어 올라가야하지만, 사금을 뿌린 듯 반짝이는 광대한 이나와시로 호수의 경치를 볼 수 있기에 그 정도 수고는 기꺼이 감수할 만하다. |
|
|
|
| 도호쿠 최대 규모의 아르츠반다이 |
|
|
|
|
| 1,800미터의 반다이 산과 네코마가타케, 마야타케 산자락에 펼쳐진 아르츠반다이는 총 활주거리가 30킬로미터에 이르는, 도호쿠 최대규모의 스키장이다. 겨울에 이곳을 찾는 스키어만 30만 명에 이른다. 중급자 코스만 되도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겔렌데는 평평하게 정비된 아르츠반을 비롯해 초보자들을 위한 파크 오브 아르츠, 상급자를 위한 슈퍼파크 오브 아르츠, 상성 크로스 코스인 크로스 오브 아르츠 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으므로, 천천히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찾아 내려오면 된다. 상급자라면 글로벌 파크로 향하자. 세계대회가 열렸던 글로벌 파크에는 6미터 높이의 슈퍼 파이프를 비롯해 킥커와 레일, 박스 등이 설치되어 있다. 올해 2월 20일부터 25일 사이에는 아르츠반다이에서 일본 오픈 2007 스노보드 챔피언십이 열리며, 3월 9일부터 11일 사이에는 세계 최고급의 파크 프로듀서가 |
|
|
| 만든 스노파크에서 정상급 라이더들이 실력을 겨룬다. 올해는 스키를 못타는 아이들을 위한 눈의 유원지 모험 왕국과 반다이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테나가 아시나가라는 손발이 긴 요괴의 전설을 테마로 한 어트랙션 코스도 문을 열었다. |
|
|
|
| 최고 설질을 자랑하는 그란데코 |
|
|
|
|
| 그란데코의 최대 장점은 폭신폭신한 질감의 파우더 스노다. 덕분에 초보 스노보더와 어린이도 마음 놓고 눈 위를 달린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만난 8살짜리 꼬마는 3살때부터 이곳에서 스키를 탔다고 한다. 적설량도 풍부해 1년 내내 최고의 설질을 유지하기 때문에 프리스타일을 즐기는 스노보더들도 많이 찾는다. 시즌 오픈 기간은 인근의 다른 스키장들에 비해 두 달 정도 긴 5월 초순까지다. 초보 스키어라면 미야기자와 에보시 스키장이 마음에 쏙 들것이다. 일본에서도 눈이 많기로 유명한 미야기 현에 위치한 이 스키장에는 총 길이 4천 3백 미터의 완만한 겔렌데가 있다. 상급 코스에 비해 길이가 짧아 여러 번 리프트를 타야 하는 초보자들에게는 최고의 연습 코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려오는 동안 발아래로는 자오 연봉과 태평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곳에는 SJA와 SIA 두 곳의 스키 교실이 있는데, SJA에서는 |
|
|
| 자체 테스트를 통해 체계적인 강습을 받을 수 있으며, 직업스키교사협회인 SIA에서는 스키프로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게 된다. |
|
|
|
| 미우라 유이치로가 설계한 오니코베 |
|
|
|
|
|
| 갈대에 쌓인 눈이 역광을 받아 투명하게 빛난다. 길게 뻗어 오른 침엽수림은 온통 하얗다. 미야기 현 북단에 위치한 오니코베 스키장으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풍경이다. 오니코베 스키장은 서울보다 위도가 높아 눈이 내려도 그다지 춥지 않다. 30주년을 맞는 오니코베 스키장은 스키어 미우라 유이치로가 설계한 곳으로, 풍부하고 다양한 레이아웃이 매력이다. 북쪽 사면이라 설질이 좋고, 눈이 잘 녹지 않아 늦봄까지 개장한다. 스키장 주변에는 일본 내 최대 규모의 캠프장과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나루코 온천지가 있다. ‘한바탕 일을 끝마치고 담배 한 대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듯이 살아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미시마 유키오 소설의 주인공 미조구치가 금각사를 태운 후 했던 독백이다. 벼랑 끝에 몰렸을 때일수록 더욱 강하게 치밀어 오르는 삶에 대한 열망. 추운 겨울일수록 안락하고 따뜻한 방을 벗어나 눈밭으로 달려 나가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