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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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4월호] 대륙분류 : [남태평양] 국가분류 : [괌] 도시분류 : [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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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이 섬에서 사는 법, 혹은 즐기는 법_ Life & Joy

괌에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수백 수천 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기자의 관심을 가장 끄는 모습은 역시 활기차고 자유로운 대학생들의 생활이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하고 삶에 대한 진지함이 깃든 대학생들은, 괌이라는 섬의 분위기를 더욱 잘 전달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괌에 있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한 4년제 종합 대학교인 괌 대학(University of Guam, UOG)으로 향했다. 괌 대학은 투몬의 반대편인 괌 동부 해안 망길라오(Mangilao) 지역의 파고 만(Pago Bay)에 있다. 태평양에 홀로 솟은 이 섬의 특성상 괌 대학은 해양 생태계 연구분야에서 높은 명성을 갖고 있으며, 호텔 및 관광 분야 역시 주목받고 있다.

괌에서 대학생으로 산다는 것

10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 우리나라 대학생의 기준으로 - 이것은 순전히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준이고, 그게 벌써 10년이 다 된 일이니, 요즘은 어떨지 솔직히 모르겠다 - ‘이른 아침’이리라 생각했던 괌 대학의 캠퍼스는 오가는 학생들로 의외로 분주했다. “여기 대학생들, 공부 엄청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투몬 시내에서 이곳까지 우릴 태워준 한국인 대학생 박지현 씨의 말이다. 이곳까지 오는 내내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면 뭐하고 놀아요?’ ‘술은 어디서 주로 마셔요?’ ‘엠티같은 건 안 가나요? 멋진 장소 많은 괌인데?’ 따위의 ‘노는 질문’만 하던 기자에게 던진, 회심의 카운터 펀치인 듯했다. 그것은 하지 않아도 될 ‘버럭’이긴 했지만, 기자는 바로 말을 돌려 ‘노는 문제’ 대신 이들의 생활에 대해 물었다. 어차피 그 속에 그들의 ‘쿨’ 한 여가생활이 묻어날 것이니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 미국 본토의 여러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 비싼

등록금(풀 크레딧을 수강할 경우 6천 달러 정도)을 충당하기 위해 수업시간 외에 파트타임 일을 한단다. 방학 때도 일자리를 구해 일을 하거나 경력을 위해 인턴쉽 같은 기회를 잡으려 애를 쓴다. 세계적인 호텔과 리조트 체인이 밀집해 있는 만큼, 괌 대학에서 경제 또는 관광관련 전공을 하는 학생들 중에 호텔에서 실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마디로 수업료가 비싼 만큼 학점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학업과 일을 열심히 병행한다는 것. 우리에겐 몸과 마음이 그저 탁 풀리기 쉬운 휴양지이지만 이 섬이 삶의 터전인 이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현 씨는 기자가 괌에 대해 오해라도 할 새라, 미소를 띠며 이 말 한마디를 빼놓지 않는다. “그래도 저는 이곳이 너무 좋아요. 날씨도 좋고 사람들 여유도 있고...”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괌’ 이라는 뜻이 아닐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세 여학생과의 인터뷰

UOG 캠퍼스에서 관광학 수업을 듣고 있는 세 여학생인 미셸과 키세스, 샬린에게 불쑥 인터뷰를 신청했다. 아니, 신청했다기보다는 아무런 예고 없이 쳐들어간 우리를 정열적으로 맞아 준 살라스 교수 덕에 한창 수업중인 그녀들을 ‘납치’했다는 편이 맞다. 괌 섬 출신이거나, 혹은 필리핀에서 온 그녀들은 벤치에 앉아 기숙사 생활이나 월세가 6~7백 달러(쓸만한 가구들을 모두 갖춘 중급 이상의 방이라 해도, 한국과 비교해 결코 싸지 않다는 점은 의외웠다)선인 학교 밖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특이한 것은 괌 대학 앞에 친구들끼리 모여 (술과) 대화를 나눌만한 장소가 거의 없다는 것. 화려한 ‘대학가’가 형성되기 마련인 우리와 또 다른 모습이다. 대신 그들은 차를 얻어 타거나 자가용을 이용해 투몬 시내로 가서 ‘2달러 비어 바’ 같은 곳에서 가끔 밤을 즐긴다고 한다. 남부 이나라한에 있는 천연 해수풀장도 그들이 사랑하

는 장소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들에 비해 이나라한 해변은 한결 조용하다는 것이 이유다. 키세스가 일러준 또 하나의 ‘핫 플레이스’는 의외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차모로 빌리지 야시장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돈과 사업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원주민들이 보여주는 야시장과는 어딘가 다른가보다. 키세스의 말 대로라면 그곳에는 흥겨운 음악과 자유로운 분위기, 값싼 음식들이 언제나 가득하단다. 이날도 마침 수요일이니, 그녀는 ‘꼭 잊지 말고 그곳에 가 보라’며 기자로부터 다짐까지 받았다.

수요일 밤마다 '차모로 되기'

같은 날 저녁, 투몬 시내 남서쪽에 있는 차모로 빌리지로 차를 몰았다. 특별히 설명을 하지 않아도 눈치 챌 수 있겠지만, 차모로는 3천여 년 전부터 괌에 살아온 원주민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온 마젤란을 처음 맞이했던 사람들도 차모로 인이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견딘 것도, 그 이후 들어온 미국의 또 다른 지배를 묵묵히 감내해 온 것도 차모로 인이다. 진정한 괌의 주인인 셈. 그런 그들이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엮어 펼쳐내는 멋진 축제의 마당이 바로 수요일의 야시장이다. 목조 건물이 띄엄띄엄 있던 예전과 달리 차모로 빌리지는 이제 수많은 콘크리트 집이 모인 큰 규모의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형식적이고 상업적이기 마련인 세계 곳곳의 ‘원주민을 주제로 한 행사’들과 차모로 야시장이 다른 점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한마음으로 이 축제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관광객들이야 그저 신기한 체험에 후한

점수를 주기 마련이지만, 현지 대학생들과 주민들도 이 날을 기다린다는 사실은 정말 의외다. 하늘이 어둑해질 무렵부터 시작되는 야시장과 원주민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차모로 빌리지는 일찍부터 사람들로 가득 찬다. 절반 이상은 관광객들이고 그 나머지는 차모로 사람들과 현지 주민들이다. 마을 입구의 광장을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고 광장에서는 전통 복장을 한 아이들이 아기자기한 공연을 펼치고, 구경꾼들 중간 중간에 섞여 앉은 엄마 아빠들은 열심히 공연을 하고 있을 자신들의 아들딸들로부터 눈을 떼지 못한다. 공연이 거듭되면서 광장의 열기도 곱절로 뛴다. 어둠이 깔릴 무렵, 특히 붐비는 곳은 값싸고 푸짐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 물가가 비싼 괌에서 이토록 싼 값에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장소는 별로 없다. 고기 꼬치와 밥, 각종 반찬 등을 골라 먹을 수 있는 ‘디너 플레이트’의 경우 4달러에서 6달러 정도면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 어느 하나 기다리는 줄 없는 가게가 없지만 개중에도 특히 줄이 긴 곳이 있다. 당연히 이런 집들이 ‘맛집’임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 한 30여 분 군침을 삼키며 줄 서 있으면 적당히 양념이 밴 꼬치와 볶음밥 맛을 볼 수 있다.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은 마을 한가운데 있는 넓은 댄스홀에서 소규모 밴드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들이다. 차모로 인들, 취미로 춤을 배워 온 아주머니와 아저씨들, 그리고 그 분위기에 앞장 서 섞이고픈 관광객들로 댄스홀은 더욱 흥겹다.

투몬의 하루는 아직 많이 남았다

차모로 빌리지가 수요일마다 독특한 괌의 전통을 꽃피우는 곳이라면 괌의 중심가, 투몬의 다운타운은 일 년 내내 밤이 늦도록 흥겨운 장소다. 인접한 호텔과 리조트들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관광객들은 말할 것도 없고 현지 학생들과 가족 할 것 없이 모든 이에게 투몬은 나이트 라이프의 중심이다. 그러니 투몬을 빼놓고는 괌에서의 관광을 두루 즐겼다고 볼 수 없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투몬의 밤거리의 활기는 한번 느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곳은 캠퍼스에서 공부 열심히 하던 학생들은 이곳에서 정신의 해방을 도모하고 이성의 휴식을 만끽하는 곳이다. 관광객들에게도 투몬이 주는 해방감은 상당하다. 호텔 로드를 따라 동쪽 끝의 마이크로네시아 몰에서부터 JP슈퍼스토어와 DFS갤러리아에 이르기까지 눈앞에 도열한 브랜드숍들도 눈부시거니와, 그 사이를 헤엄치듯 돌아다니는 세계 각

국의 쇼핑족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양 손에 쇼핑백을 가득 들고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는 일본인 여성, 개조한 자동차의 머플러 소리를 방방거리며 천천히 거리를 행진하는 젊은 학생들, 그리고 상가 뒤쪽의 스트립 바 앞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는 아저씨들까지 투몬의 밤거리를 장식하는 인간 군상은, 수많은 숍들의 브랜드 수 만큼이나 정말 다양하다. 괌 최고의 공연장과 멋진 레스토랑 또한 이곳에 몰려 있다. 이곳에 와서까지 가족이나 연인들로부터 ‘짠돌이’ 소릴 듣지는 않으리라 작심한 당신을 위해 샘 초이스(Sam Choy's) 같은 (비싸지만) 독특한 테마 레스토랑도 있고, 너무나 잘 알려진 플래닛 헐리우드나 하드락 카페도 찾을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함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아이스 쇼인 ‘샌드캐슬 쇼’ 공연장은 특히 동양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 얼음으로 만들어진 무대 위를 쉴새 뛰어다니는 무희들과 그들이 펼치는 마술 쇼를 칵테일과 함께 즐기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밖에도 헐리우드와 일본의 게임 제작사가 공동으로 만든 스펙터클한 실내 게임장인 ‘게임 웍스’, 거대한 아쿠아리움인 ‘언더워터월드’ 등 투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끝이 없다. 바다와 태양을 찾아 이곳까지 온 사람들이 번잡한 ‘시내’ 주변을 밤마다 배회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매력 혹은 마력이, 투몬에는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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