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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7년 04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정선]
기사제목
[INFIELD] 봄날의 정선을 좋아하세요? - 자연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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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 남동쪽 각희산 자락에 있는 화암동굴은 ‘국내 유일의 테마형 동굴’을 지향하는 독특한 장소다. 동굴에 테마가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천연 석회 동굴이 강원도의 ‘상징’ 중에 하나인 폐광과 만나 인간과 자연을 주인공으로 한 나름의 줄거리가 완성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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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 수 만 년에 걸쳐 완성된 석회 동굴의 아름다운 종유석과 석주가 스케일 큰 지구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깜깜한 땅속을 파 들어가 땀과 눈물 한 방울을 금가루 한 조각과 바꾸어 온 광부들의 흔적은 우리 한국인과 강원도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인간과 자연의 이런 이야기들을 약 1.8 킬로미터 길이의 동굴 관람 코스를 통해 엿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풍부한 음성과 시각 자료들로 채워진 동굴 초입은 금을 캐던 옛 광산의 갱도 안에 만들어졌다. 금을 어떻게 찾고 어떻게 캐는지, 정선과 사북 지역에 살던 우리 아버지들이 어떻게 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았는지가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어디서 바람이 이리 들어오는지 동굴 안은 생각보다 더 춥다. 여름철에도 섭씨 12~18도 정도를 유지한다 하니 피서용 관광으로도 좋을 듯싶다.
계단과 좁은 통로를 굽이굽이 돌아 한참을 내려가면 갖가지 기암괴석이 있는 천연의 땅 속 광장이 나온다. 광장이란 단어가 결코 과장이 아닐 정도로 거대한 공간이 엄청한 무게의 바위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소리 없이 지표면에서 흘러내린 물방울들이 만든 결과물은 수만 명의 아버지들이 흙빛 가래를 뱉어가며 만든 통로의 스케일을 가볍게 넘어선다. 그러면서도 석순과 석주, 석화같이 아름다운 ‘장식’까지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리 인간의 스케일은 아직도 겨우 그 정도였던 거다. 다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강원도의 ‘뜨거운 감자’인 강원랜드가 나오고, 뒤이어 정선과 태백이 만나는 남동쪽 끝 경계에 있는 정암사가 나온다. 정암사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절. 따라서 이곳에는 불상이 없다. 불단이 있는 적멸보궁에는 대신 빈 방석이 하나 있을 뿐이고, 그 뒤편 언덕 위에 사리가 모셔진 수마노탑이 있다.
이곳의 사리는 임진왜란 때 왜적의 노략질을 피해 양산 통도사에 있는 사리를 나누어 봉안한 곳이라 한다. 지금이야 절 바로 앞까지 포장도로가 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천연의 ‘금고’였을 것이다. 그렇게 사리를 소중히 모셔온 것에 비해 오늘날의 정암사는 규모에 있어서나 고건축의 아름다움에 있어서나 크게 인상적인 절은 아니다. 다만 일주문부터 적멸보궁 앞까지 이어진 돌담에서는 단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부처가 앉아 있을 빈 방석까지 가는 길을 소중히 감싸 안은 돌담길의 포근함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수마노탑의 위엄과 어울려 절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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