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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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4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미얀마] 도시분류 : [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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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베일 너머 황금의 나라 myanmar

늙은 말에게 길을 묻다

너른 벌판의 경치와 조화를 이루며 곳곳에 널려있는 사원과 파고다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자동차보다 마차를 이용하는 편이 훨씬 좋다. 우리도 마차를 불렀다. 광야를 마차로 달린다고 생각하니 마치 흙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 황야의 무법자가 된 듯 신이 났다. 고색창연한 1,000년 전의 고대왕국을 말발굽 소리 따각이며 유람하는 왕족이나 된 듯 기대에 차 들떠 있던 중 호텔 매니저가 불러준 마부와 말을 보고선 그만 맥이 풀렸다. 룽가라는 보자기 같은 치마를 두른 나이든 마부와 늙수레한 말은 기대한 것처럼 멋져 보이지 않았다. 강한 햇볕에 발까락까지 새까맣게 그을린,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남자는 커다란 눈망울만 연신 끔벅이다. 남편의 가로젓는 고개 짓을 무시하고 냉큼 마차에 올라탔다. 그의 눈에서 거부할 수 없는 절실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경주마처럼 우리 옆을 추월하며 쌩쌩 달리는 다른 마차를 보며 조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늙고 마른 말과 마부는 느리지만 능숙하게 유적지를 안내해 주었다. 사원에 대한 또박또박 설명해 주는 폼이 웬만한 가이드 못지 않았다. 그는 한 곳에서 아무리 오래 지체해도 불평 없이 마냥 기다려 주었고, 가이드북에 없는 이채로운 마을에 데려다 주기도 했다. 말에게 여물을 먹일 때면 우리도 그늘에 앉아 기약도 없이 쉬었다. 하루 종일 많은 곳을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그와의 동행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인레 호수가 있는 나웅쉐에 베이스 캠프를

미얀마는 도시간의 거리가 먼 편인데, 버스로 18시간이 걸리는 구간도 있다. 시간과 체력을 절약하기 위해 양곤~바간, 바간~헤호(인레 호수가 있는 지방), 다시 헤호에서 양곤으로의 이동을 위해 비행기를 3번 갈아타야 한다. 인레 호수를 유람하려면 먼저 헤호로 가야 하는데 바간을 떠나기 전에 문제가 생겼다. 전날 먹은 음식이 잘못되어 밤새 배앓이를 한 것. 결국 계획했던 고산 트레킹은 포기해야 했다. 하는 수 없이 인레 호수의 북단에 있는 나웅쉐를 베이스 캠프로 정하고 몸을 추스른 후에 천천히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집시인' 이라는 게스트 하우스에 4일 동안이나 묵게 되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여행도 계획대로 착착 이루어진다면 재미가 덜하지 않을까.

인레 크루즈 벤치가 있는 나무다리

우리가 묵고 있는 '집시 인' 바로 앞은 인레 호수 크루즈의 선착장이었다. 동행이 있으면 좀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 싶어 한참을 기다렸지만 함께 갈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흥정할 겨를도 없이 우리 두 부부만 부랴부랴 배를 탔다. 호수 곳곳에서 마주친 어부들은 특이하게 한 발로 노를 젓는다. 알고 보니 바닥의 깊이를 가늠해 가면서 노를 젓기 때문이라고 한다.

곳곳에 수경 재배하는 경작지가 보이는데, 호수 밑바닥에서 채취한 수초들은 훌륭한 퇴비가 된단다. 수상 가옥도 보이고 호수 한 가운데 플로팅(Floating) 호텔도 있다. 도중에 메디슨 카운티 다리에 버금갈 정도로 운치 있는 나무 다리를 만났다. 그 다리를 건너면 마을이 나오는데 가는 동안 유치원이 보이고 학교 운동장에 모여 아침 조회하는 학생들도 보인다. 마침 장날이라 장 구경하기 위해 시장에 갔다. 어딜 가나 시장이라는 곳은 생기가 넘친다. 다시 보트로 한참을 달려 호수 반대편 끝에 위치한 인뗑 유적지로 갔다. 최근에 관광객들에게 공개되었다고 하는 이 유적지는 아직 복원의 손길이 닿지 않아 세월과 자연의 멋이 느껴진다.

불자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점핑 캣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고양이들이 묘기를 부린다는 '점핑 캣 템플' 사원엘 들렀다. 호수 위에 나무로 지은 절인데 화장실도 물 위에 세워져 아래로는 물풀과 오리들이 지나가고, 벽틈으로는 멋진 호수 풍경이 보인다. 고양이 묘기를 보기 위해 들어선 법당 안이 온통 고양이 오줌 투성이어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 고양이 묘기는 사람들이 사원을 잘 찾기 않자 신자들이나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모색한 방법이라고 한다. 미얀마의 절이나 사원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대신 기부금을 받는다. 관광객들보다 주로 독실한 불심을 가진 현지인들이 많이 기부한다. 아침 공양을 위해 탁발에 나선 스님들에게 가장 좋은 음식을 정성 스럽게 사주하는 불자들을 보면 그들의 불심에 고개 숙여진다. 이곳의 스님들은 경제활동은 물론이거니와 호구지책을 위한 경작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완전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카누를 타고 옥잠화가 무성한 연못을 헤치며 나가가다

폭이 좁은 카누를 타고 좁다란 수로를 따라 형성된 마을로 향했다. 군데군데 형성된 뭍에 나무 막대기로 높게 기둥을 세우고 대나무로 엮어서 집을 만들었다. 집 앞이 바로 호수니 생활 터전이 바로 호수인 셈이다. 농사짓고 물고기 잡아먹고 호수에서 세수와 목욕을 한다. 인간이란 자연 환경에 따라 적응하기 마련인가 보다.

우리와 같은 관광객들에겐 유람선이 되지만 그들에게는 카누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사공은 뱃머리에 서서 노를 젓고 가끔씩 뿌리끼리 얽힌 수초를 헤치고 정글과 같은 곳을 지나치기도 한다. 2시간 동안의 신선놀음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동네가게 TV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한국 드라마가 시작되는 시간이라고 한다. 장사에도 관심이 없다. 한류 열풍으로 미얀마 사람들은 한국 배우들을 많이 알고 있다. 우리가 들른 풀물(Full moon)이라는 식당 아가씨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식당 벽에 걸어 둔 사진 속의 장동건의 누나를 만나기라도 한 듯 반가워했다. 그들은 우리나라가 미국만큼이나 잘 사는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샨 족(族)이 모여 사는 따웅지의 까꾸 유적지

배알빙 때문에 일정이 취소되어 여유가 좀 생겼다. 뭘 할까 궁리하다가 따웅지의 까꾸 유적지에 가보기로 했다. 따웅지는 샨 족이 사는 자치주의 수도이다. 까꾸 유적지는 따웅지에 있는 여행 사무소에 들러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하고 입장료와 가이드비를 내야만 갈 수 있다. 샨 주(State)에 있는 유일한 대학인 따웅지 대학을 나왔다는 아가씨가 가이드를 맡아주었는데, 그녀는 서툰 내 영어 실력에 맞추어 투어 내내 또박또박 설명을 잘 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장 구경을 시켜주고, 자기가 입은 고유의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덧붙인다. 머리에 타월로 된 터번을 두르고 짙은 남색의 정장에 슬리퍼를 신은 모습이다.

숲처럼 빼곡히 들어찬 탑들에 새겨진 아름다운 조각과 그림이 칠이 벗겨진 채로 또는 훼손된 채다. 일부는 복원된 것도 있고 앞으로도 그런 작업이 이루어지겠지만 후손들이 선조들의 솜씨를 따르지 못해 원형의 아름다운을 재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역사는 민중의 편 - 미얀마의 영광이여 다시 한번!

바간과 인레를 여행하고 다시 수도 양곤으로 돌아왔다. 양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슐레 파고다에 오니 기도하는 사람들이 쉼 없이 드나든다. 양곤 시내는 이 사원을 중심으로 방사형 형태로 이루어진 도시다. 슐레 사원은 우리나라의 광화문처럼 도시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그들과 함께 사원 바닥에 앉아서 쉬다 보니 무수히 많은 벗은 발들이 지나간다. 이 나라에선 주로 사람들이 신고 벗기 편한 슬리퍼를 신는다. 기후 탓이기도 하겠지만 수많은 사원을 드나들며 매번 운동화 벗기가 얼마나 귀찮았는지를 생각하니 차라리 슬리퍼 끌고 다니는 게 편할 듯 하다. 남자들은 룽가라는 보자기 같은 치마를 입는데, 여자들은 치마매듭을 옆에다 묶는 반면 남자는 앞으로 매듭을 짓는다. 남자들이 급할 때는 치마를 허벅지까지 올리고 뛰는 걸 보면 참 재미있다.

동남아 어느 나라보다 못산다는 미얀마. 그러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른에서 아이까지 열심히 일한다. 그들은 미얀마의 희망이다. 미얀마에는 드넓은 땅이 있으며, 개발되지 않은 광물들도 수없이 많이 잠들어 있다. 혹자는 미얀마를 황금의 나라라고 한다. 그만큼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이 많은 나라라는 뜻일 게다. 화려한 문화와 자연 유산을 가진 미얀마에 과거의 영광이 다시 한 번 찾아오기를 기원해본다. (정정숙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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