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기 시작하면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시간뿐 아니라 지나간 시간들까지도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궁금증은 차츰 정도가 심해지면 그(그녀)와의 거리감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느껴지는 과거와 현재의 거리감을 메우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 끊임없이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게 되나보다. 그래서 연인들이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거리감을 좁히기 좋은 장소 두 곳을 귀띔하려 한다. |
| |
 |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 방면으로 가다보면 과천 터널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을 통과하자마자 오른쪽에 기와지붕이 얹힌 건물이 보인다. 늘 차를 타고 지나면서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며 언제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던 곳이기도 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고속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한번쯤은 그런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고풍스러운 외관이 기억에 남는 곳이다. 게다가 언젠가 꽉 밀린 도로에 갇혀서 미술관을 건너다봤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즐거운 듯 자유로운 듯 웃고 있는 모습에 샘이 난 적도 있었다. 그 곳이 바로 제비울이라는 친근한 마을 이름을 딴 과천의 제비울 미술관이다. 사실 생각했던 것만큼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다. 가가스로 차 시간에 맞춰서 시에서 운영하는 작은버스를 잡아타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며 시골길을 10분 쯤 달려가니 운전하는 아저씨 |
|
| 가 여기서 내려야 한다고 알려주신다. 표지판을 따라 잠깐 걷다보면 오느새 머리위로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작은 터널에 들어서게 되고, 이내 미술관이 눈에 들어온다. 커다랗게 솟은 대문이 멋지다는 감탄도 잠시, 역시나 기와지붕이 제일 눈에 들어온다. 하늘을 향해 살짝 들린 처마는 언제 봐도 아름답고 멋스럽다. |
|
| 미술관 데이트가 좋은 점 중 하나가 눈이 호강한다는 것이다. 많은 미술관들이 전시하고 있는 작품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가 작품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눈이 즐거우면, 일단 데이트의 반은 성공이다. |
|
| 왼쪽에 있는 전시실은 의외로 현대적인 모습이다. 때문에 외관과 내관 모두 한국적인 멋으로 꾸몄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진행되고 있는 전시는 테크놀로지 아트 기획전인 '더블 클릭'으로 현대 미술이라서 나 같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독특하고 흥미로운 전시였다. |
|
|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작품들이 컴퓨터를 이용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현자의 구슬'은 마법사처럼 투명 구슬위로 손을 갖다대면 그 안에 문장이 떠오르고 앞에 보이는 스크린에는 새로운 이미지들이 떠오르는 것이 재미를 주었고, 'Poetic bubble'은 설치된 키보드를 이용해 관람객이 몇 가지 단어들을 입력하면 눈앞의 스크린에서 그 단어를 품은 방울들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
|
| |
 |
| |
| 애교 섞인 사랑스런 말들을 방울에 담아 옆에 있는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아트’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느라 머리가 아파지려고 할 때쯤, 미술관 뒤편의 산책로로 가보자. 경사가 있긴 하지만, 가파르지 않고 여기저기 예쁘게 핀 꽃들 가운데 쉬어가는 벤치도 있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둘만의 시간을 가지기에 그만인 장소다. |
|
| 미술관 안에는 자판기를 제외하고 따로 매점이나 식당이 없으므로 식사를 할 생각이라면 간단하게 도시락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아니면 미술관 들어가기 전에 여러 음식점이 있으므로 들어가면서 눈여겨 봐두는 것도 좋겠다. 이야기 나누기 좋은 두 번째 장소는 수원의 서호 공원이다. 하루가 다르게 여름이 다가오고 있고, 푹푹 쪄대는 한낮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지치지만, 해가 길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그래도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말해 늦은 오후시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의미가 되므로. 해질녘의 하늘은 낭만 그 자체이며, 한낮동안 달아오른 공기가 기분 좋게 식어가는 호숫가는 연인들에게 파리의 노천카페만큼이나 좋은 장소가 되어 줄 것이다. |
|
| 서호를 둘러싸고 한바퀴 빙 도는 길은 방향에 따라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 화서역 쪽은 좀더 단정되고 예쁜 공원 같은 느낌인 반면에 농촌진흥청과 맞닿아 있는 쪽은 가로수가 늘어선 조깅 코스와 별다른 꾸밈없는 흙길이다. 여름 한 낮에는 피하고 싶을 정도로, 간간히 소나무 그늘이 몇 개 있을 뿐 뙤약볕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 자전거가 있다면, 한바퀴 돌아보는 것이 좋으나, 그렇지 않다면, 잘 정리돼 있는 화서역 쪽에서 공원을 즐기는 것이 좋다. 선명한 붉은 색이 너무나 강렬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어서, 이 꽃들 덕분에 서호 공원은 몇 배쯤 더 화사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
|
| 서호 공원은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좋은 조깅 코스가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조깅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띤다. 얼마 전 친구에게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2년 전쯤, 한일 우호의 해를 기념해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공지영이 공동으로 쓴 작품으로, 일본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의 8년에 걸친 사랑과 기다림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뜬금없이 책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주인공 베니와 윤오에게 달리기가 둘 사이를 연결하는 징검돌 역할을 했기기 때문이다. 베니가 윤오를 처음 만난 것도 공원에서 달리기를 할 때였고, 윤오가 베니를 외롭게 할 때 그녀를 위로한 것이 그 달리기였으며, 윤오가 떠나간 베니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8년에 걸친 기나긴 기다림을 끝내는 장면에서도 그들은 달리고 있었다. 그 책을 읽고 나자 웬지 공원을 달리는 사람들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 달리는 사람을 보고 전에는 참 지루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면, 저 사람도 뭔가 잊고 싶은 것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들이 잠시 스쳐가곤 하는 것이다. 당신의 베니, 당신의 윤오와 함께 책을 읽고 공원에 간다면, 공원은 온통 로맨티스트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둘만의 추억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장소에 색을 입히는 것과 같아서 당신이 원하는 어떤 색으로든 칠할 수 있으니 말이다. |
|
| 생떽쥐베리가 그랬다.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것이라고. 나란히 앉아 잔잔하게 빛나는 호수와 노을 진 하늘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는 우리, 행운아다. |
|
| |
| how to 찾아가는 길 |
| 제비울 미술관 가는 길 |
|
|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_과천시내에서 옥탑골방면의 시영버스를 타서 운전하시는 분께 제비울 미술관에 간다고 하면, 내리는 곳을 알려주신다. 운행 간격이 1시간정도이므로 운행 시간과 정류장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해 놓는 것이 좋겠다.(과천시청 도시교통과 02-3677-2289) |
|
|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_인덕원에서 과천방면, 과천에서는 인덕원 방면으로 진행하다보면 군부대 사거리가 나오며, 거기서부터는 제비울 미술관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10여분정도 들어가면 된다. |
|
| 서호공원 가는 길 |
|
| 대중교통 이용할 경우_버스나 전철 모두 화서역에서 하차하여 숙지중학교 방면으로 육교가 보인다. 그 육교로 기차 길을 건너면 바로 서호 공원이다. |
|
| 자가용 이용할 경우_수원 화서역 방면으로 진행하여 농촌진흥청 입구로 들어가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