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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아르누보(Art Nouveau)와 모즈룩(Mods Look)과 새빌 로 스타일(Savile Row Style)에서 연상되는 것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와 폴라 프라이크(Paula Pryke)의 활동 무대는? 그래도 모르겠다면 던힐(Dunhill)과 플로리스(Floris)가 탄생한 곳은? 기어이 타워브리지(Tower Bridge)와 빅벤(Big Ben)이 나와야만 런던을 떠올리는 당신, 그러나 실망하지 말지어다. 런던의 쇼핑 중심지를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절로 관심이 생길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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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한 광채가 나는 명품, 런던의 쇼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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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최근(6월 초)에 국내외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영국에 관한 소식은 런던의 본드 스트리트(Bond Street)에서 흘러나왔다. 본드 스트리트는 런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피카딜리 서커스 서쪽에 남북으로 뻗어 있는 명품 거리로, 샤넬, 루이뷔통, 불가리, 카르티에 등 이름만으로도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제품들이 길 양쪽으로 진열되어 있는 곳이다. 지난 6월 초, 이 거리에 있는 보석상인 벤틀리 앤 스키너는 영국 예술계가 자랑(?)하는 악동인 데미안 허스트를 도와 무려 900억 원짜리 작품을 만들었다는 소식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죽음과 경악, 당혹 혹은 잔혹이란 단어가 늘 따라다니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데미안 허스트는 일견 이 명품의 거리와는 연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넣어 전시하거나, 잘린 소의 머리를 전시장 바닥에 두고 거기에 모여드는 파리와 그 파리를 잡는 기계장치를 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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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던 그가 다음 작품을 만들기 위해 본드 스트리트까지 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수백억 원짜리 새 작품 속에 나와 있다. ‘신의 사랑을 위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8천 5백여 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인간의 두개골이다. 죽음의 상징인 두개골에 화려한 백금과 다이아몬드를 입혀 자신의 예술 세계의 영원한 모티프를 다시 한번 이야기하려는 데미안 허스트에게 본드 스트리트는 훌륭한 조력자를 제공해 주었다. 백금으로 도금한 진짜 사람의 두개골과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 그리고 이 모두를 예술 작품으로 빚어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명품들과 세계 최고의 보석상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덕에 본드 스트리트도 또 하나의 명성을 얻게 되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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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상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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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드 스트리트가 휘황한 광채가 나는 명품 숍의 천국이라면, 여기서 동쪽으로 세 블록 정도 떨어진 새빌 로(Savile Row)는 ‘점잖은 신사의 향기’가 골목 구석구석에서 스며 있는 거리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본드 스트리트와 달리 새빌 로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고 특별하게 화려한 쇼윈도도 찾아보기 힘들다. 말쑥한 수트를 걸친 마네킹 두어 개 정도가 서 있는 숍들이 길 양편으로 쭉 늘어서 있을 뿐이다. 대신 입구와 창문에 쓰여진 상호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저마다 ‘로얄’이고 저마다 백 년 안팎의 오랜 역사를 가졌다고 자랑한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끝까지 걸어가니 눈에 익은 이름이 하나 나온다. 기브스 앤 호크스(Gieves & Hawkes). 영국 왕실에 옷을 납품하는 유명한 비스포크(Bespoke) 테일러의 이름이다. 남성복이라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이커들도 많지만 누구나 세계 최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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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하는 수트는 메이커가 아니라 옷을 만드는 방식에서 결정된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 비스포크 테일러드 수트가 있다. 비스포크란 ‘been spoken for’에서 나온 표현으로, 손님이 직접 고른 옷감을 이용해 주문자의 체형에 맞춰 수트를 만들던 17세기 테일러들의 제작 방식을 말한다. 한마디로 수제 맞춤 양복이란 뜻이다. 새빌 로 양쪽에 점잖게 들어서 있는 숍들은 저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수트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어, 수많은 ‘경’들과 ‘기사’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거리 북쪽 끝에 있는 웰시 앤 제프리스(Welsh & Jefferies)는 찰스 왕세자의 군복을 만들어 납품하는 곳이다. 데이빗 베컴도 아내 빅토리아와 함께 이곳에서 수트를 맞춰 갔다고 한다. 올 3월로 설립 100주년을 맞은 이곳에서 제작하는 수트의 가격은 2천 7백 파운드(약 515만 원)부터 시작된다. 어깨에 넣은 가벼운 패드와 전형적인 두 개의 뒤트임, 2~3 개의 단추가 달린 싱글 브레스트 수트는 대륙풍 보다는 담백하고 미국풍 보다는 우아한 영국 특유의 스타일 그대로다. 윈저공이 입던 것과 같은 이런 영국풍의 수트를 새빌 로 스타일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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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 건너온 패턴과 세계로 퍼져나간 스타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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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빌 로에서 다시 동쪽으로 한 블록을 가면 피카딜리 서커스와 바로 이어지는 리전트 스트리트(Regent Street)가 나온다. 이곳 역시 본드 스트리트와 더불어 런던의 대표적인 쇼핑 중심지로 꼽히는 곳이다. 본드 스트리트 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메이커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 북쪽 끝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리버티 백화점이 있다. 흰 외벽과 검은 창문과 지붕으로 장식된 건물은 한눈에 봐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나이츠브리지(Knightsbridge) 지역에 있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해로즈(Harrods)가 당당한 석벽과 화려한 깃발로 치장하고 ‘영국 제국’의 위엄을 나타내는 장소라면 이 리버티 백화점은 고집스럽고 우아한 영국의 전통을 대변한다. 백화점의 뿌리는 1860년에 아서 래젠비 리버티(Arthur Lasenby Liberty)라는 상인이 세운 동인도관에서 시작됐다. 아시아, 특히 일본에서 그가 들여온 상품들은 당시 영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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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동방의 실크와 도자기, 일본풍 그림의 문양이 일깨운 것은 영국 귀족들의 미적 호기심만이 아니었다. 이 새로운 감각의 물품들은 예술가들의 감성에도 돌을 던졌고, 그 결과 19세기 후반 미술과 건축, 디자인사를 장식한 아르누보가 싹을 틔웠다. 영국과 미국에서 통용되는 아르누보는 이탈리아에서는 ‘스틸 리버티(Stile Liberty)’라 불리는데, 이 ‘리버티 양식’이란 말이 이곳 리버티 백화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장식만을 생명으로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라고까지 불리는 아르누보, 혹은 리버티 스타일은 아직까지도 ‘리버티 프린트’란 독특한 문양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러한 리버티 프린트를 사용한 스카프와 노트, 누비 제품 등을 백화점 1층에서 구입할 수 있다. 화려하고 격조 있는 리버티 문양과 더불어 리버티 백화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세계적인 플로리스트인 폴라 프라이크(Paula Pryke)의 플라워 숍도 있다. 강렬한 컬러 대비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꽃 배치를 선보이는 그녀의 솜씨는 백화점의 검소한 외관에 포인트를 주고 화려한 리버티 패턴과는 훌륭한 대비를 이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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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감성에 새 물결을 일으킨 새로운 감각의 물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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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 백화점 뒤쪽부터 리전트 스트리트와 평행하게 달리는 카나비 스트리트(Carnaby Street)는 패션사에 남을만한 또 하나의 거리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늘어선 숍들은 진과 캐주얼에서부터 축구 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본드 스트리트의 럭셔리한 쇼윈도와 새빌 로의 근엄한 기풍, 리젠트 스트리트의 세련된 분위기와 달리 카나비 스트리트를 관통하는 코드는 젊음의 재기발랄함이다. 카나비 스트리트가 지금의 영국 젊은층의 유행을 선도하는 곳이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옛 영광(?)을 그리워하고 있다 해야 할 만큼 이곳은 현재보다 과거가 화려한 장소다. 1960년대 중반에 거리를 활보하던 젊은이들은 복고풍의 좁은 바지, 미니스커트, 부츠 등을 유행시키며 카나비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당시 가장 ‘현대적(Modern)’이었던 그들의 옷차림은 모즈룩으로 불렸고, 폭 좁은 넥타이와 앞이 둥근 구두를 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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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비틀즈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과 동시에 모즈룩 역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지금은 규모로 보나 숍들의 구성으로 보나 유행의 중심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마치 오스틴 파워와 섀그웰(그들의 옷차림도 모즈룩이고, 더 좁혀서 카나비스트리트룩이다)이 뛰쳐나올 것만 같은 활기는 여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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