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어는 힘이 센 동물이다. 양손으로 꾹 누르고 있으면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양 어깨까지 전달된다. 그 힘이 장어구이를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장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힘을 더욱 잘 축적한다. 그래서 한강의 민물과 서해의 바닷물이 만나는 강화도 앞바다에서는 힘센 장어가 많이 났다. 장어구이만 전문으로 하는 마을이 들어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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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장어(주로 장어 혹은 민물장어로 불리지만 정확한 명칭은 뱀장어다)하면 풍천장어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서울에 있든 지방에 있든 장어구이를 하는 집은 풍천이라는 간판을 즐겨 달고, 사람들도 구이집을 찾을 때 "이거 풍천장어 맞죠?" 하고 묻는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말이지만, 이 풍천장어가 풍천이라는 지방에서 잡히는 장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풍천(風川)이란 말은 사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러니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이면 일단 모두 풍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바닷물과 민물의 상대적인 농도라든지 바닷물이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거리 등에 따라 장어에게 가장 알맞는 서식환경을 따로 있다. 예컨데 전북 고창이나 전남 강진 일대는 환경적인 면에서 최고의 장어 서식지 중에 하나로 꼽힌다. |
| 장어의 넘치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영양학적인 면을 따지고 들기 전에 장어의 습성과 일생을 살펴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장어는 아직까지도 자세한 상태가 밝혀지지 않은 물고기다. 멀리 필리핀 근해의 깊은 바다에서 유생의 형태인 '렙토세팔루스'로 부화한 장어는 실뱀장어의 상태로 무려 6천여 킬로미터를 헤엄쳐 올라와 강으로 들어선다. 인공 부화는 불가능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식 장어는 이렇게 바다에서 강으로 들어오는 실뱀장어들을 잡아 수년간 몸집을 불린 것을 말한다. 그렇게 수년 간을 민물에서 산 뒤 다시 바다로 돌아가 수백만 개의 알을 낳고 죽는 것이 장어의 일생이다. 겨우 눈에 띌까 말까한 치어의 상태로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치는 저력과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적응력이 장어의 강인한 생명력의 원친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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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의 장어마을 |
| 강화도도 서해안의 여느 지방 못지 않은 장어 서식 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강화 앞바다에 끝없이 펼쳐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갯벌은 육식성인 장어에게 먹이가 될 만한 새끼물고기와 게 등이 풍부하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장어마을인 더리미 장어마을이 생긴 것도 이런 서식 환경에서 잡히는 맛좋은 장어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곳에서 자연산 장어는 잡히지 않는다. 대신 전라도의 유명 장어 산지에서 장어를 사와서 갯벌에서 몇 개월을 기르는 집이 몇몇 있다고 한다. 강화대교에서 해안을 끼고 남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찾을 수 있는 더리미 장어마을은 오래 전부터 장어구이에만 특화된 식당들이 모여 영업을 해 왔다. 마을 초입에 있는 별미정은 그 중에서도 터줏대감 격이라 할 만한 곳으로, 장어구이 단 하나의 메뉴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기를 끌어 왔다. 주인 한종호 씨는 '장어 초벌구이로 하루를 열고 닫는' 장어굽기의 달인이다.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이 집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30분이상 빈자리를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특별한 인기의 비결에 대해 한 사장은 초벌구이와 양념장이라 한다. "이 마을에서 숯불로 초벌구이를 하는 집은 이곳밖에 없어요. 가스를 쓰면 편리하고 빨리 구울 수 있는데 왜 숯불을 쓰겠어요? 그런데 진짜 숯으로 초벌구이를 한 장어는 분명 맛이 다릅니다. 손님들도 그걸 알아보지요. 그러니 더욱 숯불만을 고집할 수밖에 없어요." 벌겋게 이글거리는 숯불위에 다듬은 장어를 펴 올리며 그가 말한다. 그릴 한 개에 장어 서너마리밖에 올라가지 않아 작업 속도는 더디다. 고소한 향을 내며 보기 좋게 익어가는 장어를 보자 벌써 군침이 돈다. 장어를 한 번 뒤집자 지글거리는 흰 살이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조바심에 이성을 잃어가는 기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여러 이야기를 곁들이며 장어를 굽고 또 굽는다. |
| 이렇게 구워진 장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은 뒤 테이블에 올려진다. 테이블 위에서 한 번 더 불 위에 올려 취향에 따라 구워먹는 것이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장어 본래의 맛을 즐기려면 초벌구이된 장어를 그대로 구워 소금에 찍어 먹으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매콤달콤한 소스에 장어를 푹 담근 다음 다시 익히면 된다. 빨간 양념이 듬뿍 담긴 커다란 사발은 별미정의 또 다른 맛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묻지 않은 것도 먼저 설명을 해주곤 하던 한사장도 이 양념장 앞에서는 갑자기 입이 무거워진다. 그 사이 양념을 발라 구운 장어가 다 익었다. 간장 소스에 찍어 입으로 가져가니 '과연' 하는 탄식이 나온다. 고소한 장어 고유의 맛과 양념 맛이 서로 기가 막히게 호응한다. 장어의 느끼함을 무마할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맵고 씹는 쾌감도 식욕을 충분히 자극할 만큼 부드럽고 달다. 주말마다 줄을 잇는 손님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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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땅이 모두 아름다운 곳 |
| 힘이 넘치는 장어의 에너지를 몸에 담고 가볼 만한 곳은 강화도의 고찰인 전등사다, 창건에 관한 이야기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오래된 절은 독특한 장식물을 가진 대웅보전과 절 앞의 단아한 숲길로 이름이 높다. 절의 입구 역할을 하는 삼랑성에서 절 앞마당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잠시 동안 걷는이를 과거로 돌려놓는다. 섬 전체에 고루 퍼져 있는 진과 보, 돈대 등도 강화의 독특한 볼거리다. 초지대교와 강화대교 사이에 있는 광성보는 이 섬의 '12진보' 중에서도 가장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여기서 용의 머리 모양으로 뻗어나온 포대인 용두돈대에 올라서면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김포와 그 사이의 좁은 물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화도 남쪽 끝에 있는 작은 섬 용검도 앞바다에 가득한 칠면초도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물이 빠져나간 넓은 갯벌에 새빨간 카펫처럼 깔려있는 칠면초는 푸른 하늘과 바다와 강한 대비를 이루고, 보는 이의 마음에도 마찬가지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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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별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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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_032-932-1371 |
| 메뉴_민물장어구이 |
| 찾아가는 길_별미정이 있는 더리미 장어마을은 강화도와 김포시를 잇는 두 다리인 강화대교와 초지대교 사이에 있다. 두 다리 모두 서울에서 48번 국도를 이용하면 닿을 수 있으며, 강화대교를 건넌 후 좌회전, 초지대교를 건넌 후 우회전한 뒤 표지판을 따라 가면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