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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8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담양]
기사제목
[INFIELD] 담양(潭陽), 푸른 햇살에 잠기다 - 죽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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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연한 푸른빛
담양은 죽향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예부터 대나무와 연이 깊었다. 담양을 떠올릴 때 눈 아래로 너울거리는 초록빛 심상은 소나무나 메타세쿼이아보다는 대나무의 연한 푸른빛에 더 가까울 것이다. 지난 밤 내리기 시작한 비가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죽녹원을 찾았다. 입구에선 한 일주일은 꼬박 야근한 직장인 모드로 진한 다크서클을 드리운 팬더 모형들이 강한 ‘포스’를 내뿜고 있었다. 입장권(죽녹원을 비롯해 가사문학관 소쇄원 등 담양의 ‘관광명소’들은 입장료를 받는데, 가격은 모두 1천 원이다)을 사서 푸른 대나무 사이로 난 작고 아담한 길을 올랐다. 운수대통이란 이름이 붙은 길이다. 잠시 후 죽마고우길, 선비의 길도 나온다. 저만치 위에는 사랑이 변치 않는 길도 있다. 갈림길에서 어느 쪽으로 갈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젊은이들도 이내 방향을 잡는다. |
 대나무의 푸른 기운은, 끙끙거리면서도 놓지 못하는 무거운 의무감도, 제 몸갉아먹는 아둔한 미련도 말끔히 씻어준다. 걷어 올린 다리 위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에선 싱그러운 흙냄새가 났다. 죽녹원의 야트막한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왼쪽으로 채상장 전수 전시관이 보인다. 채상(彩箱)이란 말 그대로 ‘고운 빛깔의 상자’를 말하는데, 얇게 쪼개어 다듬은 대나무에 고운 색을 입힌 후 베를 짜듯 엮어 만든다. 이곳에서는 채상장 인간문화재인 서한규 옹이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고의 채상 장인이 최고의 대나무로 만드니, 최고의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죽녹원을 나와 담양읍내에서 순창 방향으로 난 24번 국도를 타고 5분여를 달리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실제로 담양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은 얼마 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나온다. 줄지어 선 나무 사이를 지날 땐, 불쑥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살랑대는 바람을 맞으며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해보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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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서 마음을 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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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세쿼이어길을 지나 ‘대나무골 테마공원’이라 씌어진 이정표를 따라 차를 몬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사진기자 출신인 신복진 씨가 30년에 걸쳐 가꾼 대나무숲이다. 담양은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은데, 여름향기, 청풍명월, 청연 등 이곳에서만 수 편의 영화가 촬영됐단다. 과연 대숲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안쪽에는 주인이 직접 찍은 사진작품들을 전시해놓은 공간이 있다. 광주사태 사진과 한가로운 남도 풍경이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프레임 속 풍경은 종종 참혹하지만 더없이 평화롭다. 인화된 순간 ‘과거’가 되는, 그 고정성이 주는 무한한 안정감이 그 살벌했던 시대의 비극을 중화시키는 모양이다. 대숲이 아닌 시내 한 복판에서 같은 사진을 봤다면 어느 순간 마음 어딘가가 뚝, 부러지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발걸음을 옮기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시구들도 때 묻은 마음을 씻어준다. 잠시 담양에 와 살기도 했다는 시인 황지우는 눈 쌓인 대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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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어이없이 서 있다 ‘미안하지만, 후련한 죽음’을 부여잡는다. 잔뜩 매달린 눈덩이를 털어낸 댓가지에 또 사각사각 눈이 쌓일 때, 그의 입에선 “내 죽음에 아무런 판돈을 걸어놓지 않은 이런 순간에 어서 그것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이 저도 모르게 흘러 나왔을 것이다. 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 여름이지만, 콱 막혔던 마음은 사각사각 눈 쌓인 댓잎 아래서 우수수 떨어진 눈덩이를 뒤집어쓰기라도 한 것처럼 시원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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