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발행구분
[2007년 08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담양]
기사제목
[INFIELD] 담양(潭陽), 푸른 햇살에 잠기다 - 소쇄원
| |
고요가 깃든 언덕
담양을 구체화하는 것이 대나무라면, 그 정신을 잇는 것은 가사문학이다. 속세를 떠나 자연을 벗 삼았던 옛 선비들의 삶이 오롯이 맺혀 있다. 소박한 삶 속에서 싹튼 만큼 거창하진 않아도 그 내용은 알알이 야물다. 언어영역 시험에 단골로 등장했던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면앙정가 등이 지어진 곳도 담양이다. 담양읍에서 88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송강정, 명옥헌, 식영정, 소쇄원 등 가사문학의 산실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
| |
 |
| 그중에서 외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은 소쇄원이다. 워낙 ‘그림이 돼서’ 사진하는 이들도 많이 찾는다. 잘 가꿔진 아담한 원림은 마구 조경해 놓은 일본식 정원보다 자연에 더 가깝다. 사실 ‘고개 돌리는 곳마다 작품’이란 말을 귀가 따갑게 들어선지 직접 소쇄원을 봤을 땐 조금 시들했다. 안빈낙도한 선비 정신이 사실은 볼품없음의 다른 말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소쇄원은 곧 진가를 드러냈다. 사방이 트인 정자에 몸을 뉘이자 서늘한 바람이 뜨끈한 몸을 쓸고 지나갔다. 잔 돌 위로 물 흐르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이고, 숨을 쉴 때마다 풀냄새가 무성했다. 입에 도토리를 잔뜩 문 다람쥐도 보인다. 몸이 기울자 상식으로 무장한 지구도 180도 기운 모양이었다. |
|
|
| |
 푸른 골에서 안빈낙도를 꿈꾸다 |
|
| |
 |
| 세상을 등진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했던 담양에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영희 씨와 빈도림 씨 부부는 5년 전에 담양으로 이사 온 ‘새내기’다. 독문학 박사인 이영희 씨와 귀화 독일인 빈도림 씨는 함께 독일어와 한국어의 번역일을 하고 있다. 마당에 키우는 푸릇한 상추와 고추, 피망을 따다가 상 위에 올리고, 몸을 움직여 향 좋은 꿀초도 만든다. 꿀초는 밀랍으로 만드는데, 벌이 밀랍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꿀을 4킬로그램이나 먹어야 한단다. 그 밀랍을 녹여 여러 번 걸러내 중탕으로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일련의 과정을 제대로 수행해야 꿀초가 만들어 진다. 그렇게 정성껏 만들어낸 고운 상아빛 초를 켜니 달콤한 향이 뜬다. “손으로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 손과 머리로 일하는 사람은 기술자, 손과 머리와 가슴으로 일하는 사람은 예술가다.” 그들의 작업실에 붙어 있는 글귀다. 담양은 그렇게 자신만의 세 |
|
|
| 계를 일구고 자족하며 사는 이들에게 최고의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바지런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곳은 한국전통문화교육원 향원당이다. 6년 전 퇴임한 전직 ‘교장 선생님’이 이곳의 주인이다. “평생 교육만 해 와서 이것밖에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향원당을 열었다고 했다. 향원당은 퇴임 시에 아내인 이향수 선생에게 직접 지어준 호이자 우리예절 수업이 이뤄지는 100년 된 한옥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우리 차와 예절뿐 아니라 중국차 교육과 푸드 데코레이션 관련 수업도 진행한다. 2008년에는 의료시설도 들어서 메디컬 휴양 시설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한다. |
|
| 담양을 돌아보는 내내 ‘청춘’이라는 두 글자가 가슴 어귀에 매달려 떠나지 않았다. 담양은 인생의 푸른 시간, 그 푸른 봄을 막 통과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물론, 여전히 그 푸름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을 기억하게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도-때문에 뒤도 돌아봐선 안 된다며 이 앙다물고 잊으려 애쓰는 ‘과거’마저- 이곳에선 여전히 진행형일 것만 같다. 담양의 푸른 바람은 오늘도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을 추억하는 이들을 어루만진다. 푸름을 잃어버린 당신, 바람의 속삼임을 들어보라. 담양의 겨울은 여름만큼이나 푸를 것이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