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성향 때문에 결국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때는 2004년 6월 24일, 늦은 오후 8시 30분 경이었다. 일본 오다 이바에 있는 쇼핑몰 '비너스포트'를 방문한 나의 몇몇 친구들은 근처에 있는 여러 쇼핑타운을 활보하며 쇼핑몰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한데 양 손에 쇼핑백을 들고 6시간 동안 돌아다녔더니 기력이 너무 쇠한 나머지 정신이 점점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자 다급한 마음에 주변 어딘가에 있을 친구들을 찾던 중 잠시 쉬려고 눈앞에 보이는 의자에 앉았다가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극소심의 대명사인 A형인 나는 그 당시를 회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납치라도 당했더라면 어쩔 뻔했단 말인가!). 비너스포트 끝자락에 있는 오다이바의 관광포인트 '대관람차'를 타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려던 계획은 그렇게 물거품이 됐고, 그 다음날 가기로 돼 있었던 아사쿠사 여행도 포기해야만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친구들의 구박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다이바의 대관람차를 뒤로하고 아픈 나에게 달려와 준 친구들을 위해 다음 일본여행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그런데 그녀들,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길 거부하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