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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지나치기 일쑤지만 잠시만 주의 깊게 주위를 둘러보면 평소에 몰랐던 색다른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주인 잃은 나라의 설움을 노래했던 이상화 시인의 흔적을 모르고 있는 대구시민들도 많지 않을까? 그가 나고 자라고 활동한 곳이 대구였는데도 말이다. 지금까지는 모르고 지나쳤을, 하지만 알고 나면 의미있는 문학여행을 하게 될 코스를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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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누구든지 이상화 시인의 대표적인 시 두 편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의 시는 ‘퇴폐적 낭만주의’ 성향을 띤다던가, 그의 나이 17세에 ‘나의 침실로’를 썼다는 것까지 기억하고 있다면, 당신은 나름대로 국어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문학소년 또는 소녀였을 것이다. |
| 그렇다면, 그 이상화(李相和, 1901-1943, 상화 尙火)시인이 바로 대구 출신이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는지? 시인 이상화의 첫 시비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詩碑)인 ‘나의 침실로’의 시비가 대구 달성공원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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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도라가련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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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 오너라. |
|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
|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두운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
|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
|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
| 낡은 달은 빠지려는 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 오 너의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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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화 시인의 시 세계는 낭만주의와 민족주의 계열로 대별할 수 있는데, ‘나의 침실로’는 그의 초기 작품으로 낭만주의적 경향을 지닌 대표작이다. |
| 시인의 또다른 대표작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민족주의 경향을 띠는 후기작으로, 대구 수성유원지에 시비가 있다. 대구의 수성 지역 일대는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온통 논밭뿐이던 들판이었다. 시인이 ‘빼앗긴 들’을 탄식하며 거닐었던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바로 그 곳이다. 그 넓은 대지에 물을 대주던 저수지가 지금의 수성못이다. 시가지가 확장되면서 옛날의 그 저수지는 행락객이 붐비는 유원지로 변해 버렸고, 그의 작품과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옛 터만 그대로 남았다. 하지만 호반 유원지 동편의 자연석 시비에 새겨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읊조리다보면, 시대의 아픔에 고뇌하던 청년 이상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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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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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
|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
|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
| ( 중 략 ) |
|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
|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
|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
|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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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로부터 국가를 빼앗긴 식민지 백성의 민족적 비애와 비탄, 허무감이 시 전편에 진하게 녹아 흐르는 작품이다. 내 땅이면서도 마음껏 자유를 구가할 수 없는 아픔과 회의가 뒤엉키는 방황의 역정에서 조국의 봄을 기다리겠다는 저항적 주제가 응결되어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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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가 대구사람이란 것도, 그의 옛집이 구 고려예식장(계산오거리에 있었던) 근처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의 시비가 달성공원과 수성유원지 안에 세워져 있었다거나, 두류공원 인물동산에 그의 동상과 시비가 있다는 것까지는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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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상화의 발자취는 대구 시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그가 태어났던 서문동의 생가는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흔적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고, 지금은 1939년부터 작고하기까지 4년 정도 살았었던 고택만이 남아있었다. 계산 오거리 동북쪽 골목 안에 있는 그의 고택을 먼저 찾아갔으나 아쉽게도 복원공사가 한창이라 원래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동상과 시비가 있는 두류공원의 인물동산으로 향했다. 두류공원 내 인물동산에는 ‘봄은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고월 이장희, ‘운수 좋은날을 쓴 빙허 현진건 등 이 고장 출신 문인들의 문학비와 이상화의 동상이 서있다. 그 외에도 주변에는 우방타워랜드나 야외음악당 같은 가족단위로 나들이하기 좋은 곳들이 많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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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운 여름, 멀리로 피서나 휴가를 떠나지 못한다면, 시 한두편과 함께 향토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문학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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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to 달성공원, 수성유원지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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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공원('나의 침실로' 시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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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용차_서대구IC - 큰 삼거리 3개 직진 - 엠파이어관광호텔 지나 삼거리에서 우회전 |
| 대중교통_시내버스 300, 414, 427, 808, 836, 939번 |
| 문의_053-803-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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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성유워지('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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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용차_경부고속도로 남대구IC - 현충로역 우회전 - 상동교 건너 상동천주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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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_시내버스 410, 420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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