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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프랑스] 도시분류 : [파리]
기사제목
[COVERSTORY] 가느다란 틈새로 엿본 예술가의 도시_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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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예술은 동의어에 가깝다. 파리의 특정 지역들, 예를 들어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몽마르트 같은 곳은 아예 예술 그 자체로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파리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이 도시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의 도시 파리는, 그곳의 거주자들처럼 다소 예민하고 까다로워 아무에게나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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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당신을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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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전 세계의 예술가들을 끌어 모았던 달콤한 페로몬은 여전히 도시 곳곳에서 강렬한 향을 발산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파리를 찾는 이들은 그 강렬한 향에 취해 파리로 향한다. 특히나 소싯적 ‘남다르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파란 피’의 소유자들에게 파리는 더없이 매력적인 도시다. 흔히 ‘퐁피두 센터’라 불리는 조르주 퐁피두 국립 예술 문화센터(Pompidou centre, www.centreponpidou.f r)는 맨질맨질하게 포장된 곱상한 건물들과는 거리가 멀다. 철골 구조를 당당하게 드러낸 퐁피두 센터는 렌조피아노와 R. 로저스가 건축한 ‘걸작’이다. 건물 입구에서는 니키 드 생팔(Nicky de St-Phalle)과 장 팅겔리(Jean Tinguely)가 만든 원색의 조각품이 방문객을 맞는다. 1층에서는 특별 전시(Temporary Exhib ition)가, 4층과 5층에서는 상설 전시(Permane nt C ollection)가 열린다. 꼭대기층은 ‘조르주(George, 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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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tre George Pompidou, 19 rue Beaubourg 75004, 33 1 44 78 47 99)’라는 레스토랑이다. 저녁 식사의 경우 한 사람당 적어도 30유로 이상 예상해야 하지만 유선형의 모던한 디자인과 파리 시내 전경이 펼쳐지는 전망이 환상적인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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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완벽한 휴가를 꿈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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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처음 만든 사람의 이름은? 영화학 개론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뤼미에르 형제’를 기억할 것이다. 물론 그들은 프랑스인이다. 프랑스의 영화 역사는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영화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새근새근 고른 숨을 쉬고 있는 곳이 바로 베르시 빌라주 근처의 영화박물관(La Cinematheque Fran?ise, 51 rue de Bercy)이다. 2, 3층에는 상설 전시가 열리며, 꼭대기 층은 최신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2층의 미디어실로 이어지는 계단 끝에 위치한 영화 전문 서점에서는 영화학도, 혹은 영화광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정신없이 책에 코를 박고 시간을 보낸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어느 쪽에 속하든 상관없으니 하루 정도는 이곳에 죽치고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완벽한 휴가’란 바로 그런 하루를 뜻하는 말 아닐까? 국립미테랑 도서관(Biblioth?ueq Nationale de France, www.bnf.f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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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꽤 구미당기는 ‘옵션’이다. 네 권의 책을 펼쳐 놓은 모양을 한 이 거대한 도서관의 창가 좌석에 앉아 비현실적으로 큰 나무들이 우거진, 도서관 중앙의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사르트르니 까뮈니 하는 작가의 책을 책상 위에 펼쳐 놓는 것이다. 물론 한 쪽에는 두껍고 커다란 사전을 펼쳐 놓고. 커피 한 잔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천장 높은 도서관에 가득 꽂힌 수만 권의 책에서 풍기는 오래된 책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저녁 무렵엔 근처의 MK2 영화관에 들러 가볍게 식사를 하고, 프랑스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시간을 보낼 수만 있다면,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이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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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누벨의 재발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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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당신에게(그나마도 감사한) 하루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최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뮤제드퀘브랑뤼(Musee de Quai Branly, 222 rue de l'Universit 75007, 33 1 56 61 70 00, www.quaibranly.fr)로 가보자.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시작한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에펠타워와 알마다리 사이에 2억 6천만 유로를 들여 만든 이 박물관은 1999년부터 건축가인 ‘장 누벨(Jean Nouvel)’과 조경가 ‘질 끌레망(Gilles Clement)’이 설계, 지난해 6월에 개장했다. 뮤제드퀘브랑뤼의 입구로 이어진 길은 거대한 고래 뱃속 같다.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수 미터 높이의 목제 조각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나무를 깎아 만든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지의 토템들로, 익살스러우면서도 원시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요금은 8.5유로. 특별전까지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은 13유로. 관람시간은 10시부터 6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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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까지, 목요일은 9시 반까지.뮤제드퀘브랑뤼는 종종 ‘건물에 내용물이 가린다’는 평을 받는다. 무리도 아니다. 장 누벨의 작품 아닌가? 뮤제드퀘브랑뤼에서 전시 내용보다 건물에 더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이라면 시떼 섬 근처의 ‘아랍 문화원(1 rue des Foss? Saint-Bernard Place Mohammed V 75236, 33 1 40 51 38 38, www.imarabe.org)’을 보고 심장이 쿵쿵 뛰고, 입이 헤 벌어지는 증상을 주체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일단 숨을 고르자. 건물 외벽을 수놓은 아라베스크 문양이 자동으로 열리거나 닫히며 빛의 양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호흡마저 가빠질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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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아틀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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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가기 전 취재를 위해 몇몇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사진작가인 울프(Andr?Wolff)도 그 중 한 명. 그는 몽마르트 언덕 근처인 ‘샤토 루즈(Ch?eau rouge)’ 역 근처에 살고 있다고 했다. 울프를 만나기로 한 날, ‘샤토 루즈’ 지하철 역 앞에서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옷을 입은 풍채 좋은 흑인 여성이 그녀의 두 아이들과 함께 찐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까만 머리를 촘촘하게 땋아 내린 흑인 여자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알제리계 이민자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인사를 나누는 것도 이채롭다. 이곳이 과연 파리일까 깊을 정도다. 18구에 있는 이 지역은 비교적 발전이 더딘 지역 중 하나다. 거주자들은 대부분 북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로, 몽마르트 주변의 다른 지역들처럼 이곳도 그다지 치안이 잘 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생동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곳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파리와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다. 사진작가인 울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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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서로 다른 요소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 도시인 파리에서도 가장 독특한 조각’이다. 식사를 하며, 스웨덴 사람인 그에게 이방인으로서 파리에서 거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파리에 온지 9년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침 9시부터 1시간동안 스웨덴 라디오 방송을 듣고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그는 아직도 프랑스어가 낯설고, 파리에 정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영어를 알아들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프랑스인들에 대해서는 신랄한 독설을 퍼부었다. “프랑스인들은 어설픈 프랑스어를 하는 외국인을 ‘튜닝하지 않은 바이올린’에 비유해요. 그만큼 끔찍하게 들린다는 말이죠. 그들이 영어를 다 알아들으면서도 프랑스어로 얘기하는 건 그 때문이에요. 자신이 ‘튜닝하지 않은 바이올린’ 같은 소리를 내는 건 상상도 하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착한 파리 사람들만 남는 여름의 파리는 좋고(그의 말에 따르면 착한 사람들은 돈 버는 재주가 없기 때문에 여름에 남부 해변으로 휴가를 가는 사람들은 모두 콧대 높은 파리 사람들이다. 돈 없고 착한 파리 사람들은 파리에 남아있기 때문에 여름철 파리에는 착한 사람들의 비율이 더 높단다), 파리 속의 ‘아랍인 타운’인 ‘샤토 루즈’ 역 근처는 고향만큼이나 익숙하다. 시금치 퀴시에 애플사이다를 곁들여 마시며 1시간 넘게 이야기를 하면서 파리에 대한 그의 감정이 ‘애증(love & hate)’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구시렁구시렁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파리를 뜰 수 없는 건, 이미 파리에 정이 듬뿍 들었단 얘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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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언덕, 몽마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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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주변의 지역들은 다른 지역들보다 한결 강렬한 인상을 준다. 블랑셰, 피갈, 앙베르 등 몽마르트로 이어지는 거리 위에서는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농익은 과일처럼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그런 면에서 빨간 네온사인이 켜진 물랭루즈(Moulin du Rouge, 82 blvd de clichy 75018, 33 1 53 09 82 82, www.moulin-rouge.com)만큼 매혹적인 곳은 없을 것이다. 물랭루즈는 툴루즈 로트렉, 모리스 셰발리에, 장 가빈, 에디트 피아프, 이브 몽탕. 이곳을 거쳐간 예술가들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념비적이다. 샴페인만 마실 경우, 9시에 시작하는 쇼는 99유로, 11시 시작은 89유로. 디너가 포함될 경우, 프렌치 캉캉은 145유로, 툴루즈 로트렉은 160유로, 벨 에포크는 175유로다. 화가들이 저마다 이젤과 화판을 내건, 몽마르트 언덕의 중심은 바로 테르트레 광장(Place du Tertre)이다. 테르트레 광장에선 길을 잃고 헤매기 쉽다.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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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 그렇게 둘러봐야 맛이 나는 곳이긴 하지만, 한 번쯤 들르지 않으면 아쉬울 만한 곳도 있기 마련. 진짜 프랑스적인 맛과 멋이 있는 메종카트린(Maison Catherine, 6 place du Tertre A Montmartre, 01 46 06 62 69)도 그런 장소들 중 하나다. 1793년에 문을 연 이 레스토랑에는 여전히 파리다운 낭만적인 분위기가 살아있다. 가게 앞 광장에 펼쳐 놓은 노천카페에서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맛보거나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마술처럼 나타나는 야외 테라스에서 감미로운 샹송을 들으며 파리의 정취를 느껴볼 것. 공연은 매일 바뀐다. 오픈 시간은 오전 9시 반부터 새벽 1시 반까지, 공연 시간은 매일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다. 기자가 방문한 날엔 샹송 가수 셀린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이번 가을 일본에서 공연도 가질 예정이라는 셀린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면 그녀의 웹사이트(www.myspace.com/ lunaceline, www.celinepeltier.com)를 방문해 보자. 메종카트린에서 30년 가까이 일해 온 헤드 웨이터 에릭은 에스카르고(15유로)와 푸아그라(23유로), 어니언 스프를 추천했다. 세트 메뉴는 16에서 38유로 선. 한국어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관광지들-사크뢰르 대성당 주변이 특히 그렇다-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프랑스인들이 왁자지껄한 파티를 벌이는 분위기 좋은 바와 레스토랑이 손을 흔든다. 캬브데자베스(CAVE DES ABBESSES, 43 rue des abbesses 75018, 01 42 52 81 54)에서는 거하게 먹고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프랑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바깥쪽은 와인 가게, 안쪽은 가벼운 식사류도 판매하는 브라세리다. 영화 ‘아멜리에’에서 주인공이 일하던 카페로 유명한 ‘카페되물랭(Cafe des 2 Moulins, 15 rue Lepic 75018, 33 1 42 54 90 50)’은 몽마르트 언덕 중턱에 있다. 가게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가게 안 쪽에 아멜리에의 커다란 포스터가 걸려 있으니까, 비슷해 보이는 카페가 있으면, 슬쩍 안을 들여다보면 된다. 그녀가 일했던 주방, 돈 못 버는 작가가 신세 한탄을 하던 바와 스토킹을 일삼던 괴짜 영감이 앉아있던 자리도 그대로다. 몽마르트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정장을 차려입은 토끼 그림’이 보인다면, 그곳이 바로 라팽아질(Le Lapin Agile, ‘냄비에서 도망가는 토끼’라는 뜻)이다. 로트렉,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 예술가들의 단골 카페이었던 카페지만, ‘관광객 취향’은 아닌지 생각보다 붐비지는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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