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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프랑스] 도시분류 : [파리]
기사제목
[COVERSTORY] 파리, 달콤한 지뢰밭_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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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흐르는 센 강 너머로 에펠 탑이 노란 빛으로 반짝인다. 따스한 빛깔이다. 에펠 탑을 향해 걷는 연인. 손에는 샴페인 한 병이 들려있다. 몇 번의 가벼운 흔들림. 투명한 유리 병 안에서 흩어지는 기포들의 움직임이 또렷하게 보인다. “펑!”. 짜릿함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순간, 병 안에 가득 차있던 샴페인이 뿜어져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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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지뢰밭'에서 뛰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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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라는 책을 쓴 미레유 길리아노는 샴페인 뵈브클리코사의 CEO로서 일 년에 300번 이상 외식을 하면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 여자지만, 대학교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초코칩과 아이스크림에 빠져 ‘감자 포대’가 되서 돌아왔던 적이 있다고 고백하한다. 절망에 빠져있던 19살의 미레유를 구해준 건 저자가 ‘기적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그녀의 주치의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두 가지 자아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아름답고 건강한 신체를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자아, 다른 하나는 재미있고 멋진 무언가를 추구하는 팡타그뤼엘(Pantagruel,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사는 낙천적인 유형의 사람)이다. 미레유는 파리를 ‘달콤한 지뢰밭’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여자라면 그 지뢰밭을 지혜롭게 피해가야 하겠지만 파리가 고향이 아닌 우리는 다행히도 그 달콤한 지뢰밭에서 마음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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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놀 수 있다. 파리에서 가장 달콤한 장소를 찾아라!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이 미션을 수행하는 데는 전문가가 필요했다. 거리마다 수 십여 개의 카페와 살롱드떼, 비스트로와 레스토랑, 브라세리와 파티세리들이 늘어선 미식가의 천국이 바로 파리 아닌가. 이를 위해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 파리를 구석구석 잘 아는 토종 파리지앵일 것. 둘째, 음식을 사랑하는 미식가일 것. 셋째, 프랑스어 이외의 언어(한국어 또는 영어)를 구사할 것. 출장 며칠 전, 이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가이드를 찾을 수 있었다. 예술, 음식, 역사 등 주제에 따라 그 분야를 잘 아는 파리지엥의 안내를 받을 수 있는 파리 전문 투어 프로그램 ‘미팅더프렌치(Meeting the French)’라는 회사를 통해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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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발견한 달콤한 조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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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2시, 파리의 달콤한 조각을 찾아가는 여행은 생제르맹데프레의 초콜릿 전문점 라메종뒤쇼콜라(La Maison du Chocolat, 225 rue du Faubourg Sint-Honore75008, 33 1 42 27 39 44, www.lamaison duchocolat.com)에서 시작됐다. ‘봉주르’.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미식)투어의 가이드인 기욤이 인사를 건네 왔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의 여자친구 베로니카도 ‘헬로’라며 방긋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초콜릿의 달콤한 향이 가득 차오른 가게 안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
| 1st piece 부드러운 초콜릿색으로 칠해진 외관이 눈길을 끄는 라메종뒤쇼콜라는 식음료 백화점으로 유명한 봉 마르쉐 맞은편에 위치한 초콜릿 전문점으로, 바 초콜릿과 크림을 섞어 만든 가나슈(ganache)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매장 왼편의 진열대에는 왼쪽부터 다크, 플레인, 과일배합, 프랄린(praline, 아몬드, 호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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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견과류를 넣은 초콜릿), 라이트 초콜릿이 가지런하게 배열되어 있어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
| 2nd piece 알라렌아스트리드(a la Reine Astrid, 33 rue Washington 75008 Paris, 33 1 45 63 60 39)는 벨기에 여왕 아스트리드(Astrid)의 이름을 딴 초콜릿가게다. 지금까지 두 차례 정도 주인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가게 안에는 아스트리드 여왕의 사진이 걸려있다. 이곳에는 허브를 섞어 만든 기발한 맛의 초콜릿들이 많은데 그중에는 바질이나 코리엔더, 심지어 머스타드 맛이 나는 것도 있다. |
| 3rd piece 드보브에갈레(DEBAUVE & GALLAIS, 30 rue des Saint-Peres 75007, 33 1 45 48 54 67, www.debauve-et-gallais.com)는 베로니카가 강력하게 추천한 곳이다. 소르본 예술대학 근처에 위치한 이 초콜릿 가게는, 그녀가 대학에 다닐 무렵부터 눈여겨 봐온 곳이라고 했다. 이곳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Queen Marie-Antoinette)의 약제사이자 샤를르 10세의 초콜릿 공급업자였던 슐피스 드보브(Sulpice Debauve)가 1757년에 문을 열었다. 눈길을 끄는 화려한 문양은 프랑스 왕실의 공식 초콜릿 공급업체임을 뜻하는 것으로, 200여 년 이상 내려온 드보브에갈레의 정통성을 입증한다. |
| 4th piece 피에르에르메 초콜릿 가게(Pierre Herme Paris, 72 rue Bonaparte 75006)는 진정 현대적인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은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초콜릿의 피카소'라 불리는 '피에르 에르메'의 과자점으로, 이번 투어를 안내했던 기욤의 말에 따르면 그가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은 마치 마법과 같단다. 특히 마무리할 때 설탕 가루를 뿌리는 모습은 '요정의 가루'를 뿌리는 것처럼 환상적이라고 한다. 수트를 완벽하게 차려입고 마치 태엽인형처럼 가게 안을 오가는 종업원들도 마법의 일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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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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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콜릿 못지않게 달콤한 마카롱(아몬드 가루와 설탕, 계란 흰자를 섞어 만든 과자)을 맛볼 수 있는 라뒤레(LA DUREE, 16 rue royale 75008, 33 1 42 60 21 79, www.laduree.fr)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들의 총체다. 테이크아웃해가는 것도 좋지만, 고풍스럽게 꾸며진 2층의 테이블에서 전통적인 살롱드떼를 체험해 볼 것. 르프로코프(Le Procope, 13 rue de l’Ancienne Comedie 75006, 33 1 40 46 79 00, www.procope.co m)는 ‘달콤한 조각(the sweet piece)’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할 지도 모르겠다. 1686년에 문을 연, 프랑스 최초의 카페로, 원조 중의 원조긴 하지만, 이후 레스토랑으로 업종을 변경했지 때문이다. 역사가 깊은 만큼 사연도 많은데, 기욤의 말에 따르면, 르프로코프 입구에는 걸려있는 모자의 주인은-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폴레옹이고,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작성했던 토머스 제퍼슨이 인권선언(declaration of right)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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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상한 곳도 이곳이었단다. 파리에는 유명 인사들이 단골로 삼았던 카페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긴 ‘목록’을 가진 것은 아마도 레되마고(Les deux Magots, 두 개의 중국 인형)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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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전통을 '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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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목록에는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와 앙드레 브레통(Andre Breton),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 극작가 장 지로두(Jean Giraudoux),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모라비아(Alberto Moravia), 움베르트 에코(Umberto Eco)도 포함되어 있다. 1933년부터는 Le Prix des Deux Magots이라는 문학상도 제정해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등 문학계와 인연이 깊은 곳으로, 생제르맹데프레 대로에 위치해 테라스 너머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음에 소개할 곳은 소어도(Sourdough, 발효빵) 전문점인 포와렌(Poilone, 8 rue du Cherche-Midi 75006, 33 1 45 48 42 59, www.poilane.com)이다. 이곳은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먼 가게지만, 가장 ‘파리답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최초의 은행의 이름은 ‘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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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the wheat bank)’이었고, 영어로 빵반죽을 뜻하는 도우(dough)는 돈을 의미할 정도로, 서구에서 밀은 생활의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포와렌은 돌로 갈아낸 밀과 물, 그리고 천일염만을 사용해 빵을 만든다. 이는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수도원 지하에서 최초로 크러스트(표면)가 두껍고 금색을 띠는 ‘라미시(La Miche)’라는 동그란 빵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변함없이 지켜져 왔다. 지금까지도 포와렌은 자연발효와 수공작업, 그리고 오븐에 100톤의 나무를 지펴 빵을 굽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둥그런 베게 모양의 발효빵 라미시(La Miche)는 하나에 4.4유로. 빵을 만들 때 쓰이는 천일염도 구입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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