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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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프랑스] 도시분류 :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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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영화가 파리를 만났을 때_SUPPORT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그보다 더 동그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오 샹젤리제’를 노래하는 다니엘 비달을 떠올리면, 실제 파리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낯선 듯 익숙한 파리의 모습이 스쳐간다. 파리의 대표 아이콘인 에펠탑,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는 샹젤리제 거리, 몽마르뜨 언덕의 예술가들 중 어느 하나라도 파리를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지만, 이중 어느 풍경에라도 연인의 모습이 빠져있으면 뭔가 어색하지 않을까. 한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 파리에서 연인과 함께 샹젤리제를 걷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같은지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유독 로맨스물이 많다.

전 세계 최고의 감독 21명이 무려 18편의 얘기를 담아낸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는 파리를 배경으로 한 18가지의 색다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5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랑의 도시, 파리'라는 주제이다. 감독 저마다의 개성을 듬뿍 담은 각 에피소드들은 파리의 곳곳을 배경으로 장소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되는 남자, 세느 강변에서 우연히 스친 이슬람 여인에게 마음을 뺏기는 프랑스 소년, 이혼의 순간에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 라탱 구역의 중년부부와 불어가 서툰 미국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는 마레 지구의 프랑스 게이 청년, 그리고 미국인 배우 지망생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생 드니 외곽의 시각장애인에게 파리는 사랑이 시작되는 낭만의 도시다. 빅토아르 광장의 어느 여인은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다가 카우보이의 도움으로 아들과 만나게 되고, 마들렌느 구역을 배회하던 미국인 관광객은 아름다운 뱀파이어에게 물리적, 정신적인 심장의 상처를 입는다.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유령에게 유머감각을 배우는 남자, 중년의 위기를 피갈 거리에서의 섹시한 러브게임으로 슬쩍 넘어가는 부부에게 파리는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순간의 꿈같은 밤을 열어준다. 다른 이들에게 파리는 너무도 극명하고, 얄미우리만치 냉정한 삶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바스티유에 서서 이혼을 선언하려던 남편은 오히려 부인의 백혈병 선고를 듣고 관계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16구역에 사는 젊은 이민자 여성은 젖먹이 아기를 보육원에 맡기고, 그 또래 아기의 베이비 시터로 일하며 살아가고, 중년의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딸과 몽소 공원에 앉아 인생을 이야기한다. 파리는 그런 곳이다. 사랑이 싹트고, 적나라한 현실이 담담하게 이어지고 또 누군가는 신나는 모험을 하게 되는 곳. 많은 에피소드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은 파리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각기 다른 컬러로 번져간다.

유럽을 횡단하는 열차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여자와 남자가 있다. 생전 처음 그 기차에서 만나 교감하고, 그 마음을 확인하고 결국 기차에서 내려 14시간을 비엔나에서 함께 하던 그들은 6개월 후를 기약하며 헤어지지만 6개월 뒤의 만남은 결국 이어지지 않는다. 1995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제시와 셀린느의 이야기다. 비포 선라이즈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제시는 뉴욕에서, 셀린느는 파리에서 그들만의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비엔나의 그 아침으로부터 9년의 세월이 흐른 뒤 제시와 셀린느의 이야기는 ‘비포 선셋’에서 다시 이어진다.

어느덧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된 제시는 출판 홍보 여행 중, 파리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셀린느를 만나게 된다. 앳되고 보드랍던 피부는 세월의 흔적에 묻히고 이마를 가로지르는 얇은 주름도 희미하게 잡혀 있지만, 거짓말처럼 다시 만나게 된 제시와 셀린느는 그날

저녁을 함께 하면서 9년 전의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음을 발견한다는 것이 비포 선셋의 스토리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자, 재회하는 둘의 대화를 이어주는 매개로 파리가 등장한다.

먼저, 제시가 출판기념회를 열고 셀린느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고서점은 노트르담 성당의 뒷태가 보이는 세느 강변의 소르본느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노란 간판을 달고 있는 서점은 영화 개봉 이후, 파리의 젊은이들 뿐 아니라 파리를 찾는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한번쯤 얼굴도장 찍고 가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고. 서점을 나온 제시와 셀린느는 끝도 없이 걷고 차도 마시고 또 유람선을 타며 얘기를 이어가고, 카메라는 둘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파리의 곳곳을 담아낸다. 유람선을 타고 세느강을 따라 흐르던 제시는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전쟁 당시에 노트르담 성당을 폭파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군이, 성당의 아름다움에 차마 임무를 완수하지 못 했다는 적군 병사의 얘기도 들려준다.

로맨스물에서 그 흔한 스킨십 한번 없이도 영화는 둘의 대화와 파리의 곳곳의 모습만으로 세월을 거슬러 오롯이 살아있는 그들의 애정을 보여준다.

화려한 불빛의 야경이 더 멋진 에펠탑을 가진 스타일리쉬한 도시, 파리. 제시카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서 들은 파리의 화려함에 이끌려 일자리를 찾아 파리로 왔다. 파리에서도 가장 화려한 곳, 몽테뉴 거리의 바에 웨이트리스로 일하게 된 제시카는 사랑도 인생도 복잡하기만 한 파리의 예술가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그녀의 솔직함과 순수함에 동화되어 진실한 사랑을 되찾게 된다. 복잡하고 어렵게만 생각해왔던 인생과 사랑에 ‘솔직해져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라는 심플한 해법과 함께. 그리고 제시카 역시, 로맨티스트 파리지엥과 로맨틱한 사랑을 시작한다.

‘라 붐’, ‘유 콜 잇 러브’, ‘여왕 마고’로 이어지는 프랑스 최고의 로맨스 영화들을 만들어 낸 다니엘르 톰슨의 ‘파리의 연인들’의 스토리는 이런 식이다. 가볍고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프랑스 영화 특유의 예술적인 감각을 양념처럼 가미시켰다. 단, 어둡거나 무

거운 느낌은 배제하고 가볍고 상큼한 캐릭터의 주인공이 파리의 예술가들을 만나 인간관계를 맺고, 또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통해서. 화려하고 복잡한 도시 파리와 그보다 더 화려하거나 혹은 더 복잡한 사람들의 이야기마저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했었음에도 조용히 막을 내렸지만, 프랑스 현지의 사정은 우리와 사뭇 달랐었다. 2006년 상반기에만 100만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이후 프랑스에 심플 로맨스 영화의 열풍을 일으켰다. 79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는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프랑스 대표작으로 선정되기도. 유독 템포가 느리고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한 기존 프랑스 영화의 기존 패턴에서 탈피한 ‘파리의 연인들’이 이처럼 인기 있었던 데는 상큼한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캐스팅의 영향도 컸다. 보이쉬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 세실 드 프랑스를 비롯해 진정한 배우를 꿈꾸는 유명TV스타 까뜨린느 역의 발레리 레머시어, 지나간 사랑도, 또 현재의 사랑도 인생의 아름다운 선물이라 믿는 로맨티스트 예술품 수집가 쟈끄 역의 클로드 브라스, 틀에 박힌 공연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장 피아니스트 쟝 프랑소와 역의 알베르 뒤퐁텔 등 프랑스의 연기파 배우들과 시드니 폴락 감독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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