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어선 차량의 행렬이 점점 뜸해지고, 산이 유독 가까워 보인다 싶어질 때 쯤,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나 신림IC로 들어선다. 조용하고 한적한 국도를 달려 영월로 향하면 처음 닿는 곳이 주천면이다. 술이 샘솟는다는 주천석(酒泉石)에서 유래한 지명을 가졌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을 진입로에는 주천이라는 이름이 돌에 새겨진 채로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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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섶다리마을의 다하누촌 |
| 조용하게 히트한 영화 '라디오 스타'의 맹활약에 힘입어 조용하던 도시 영월이 덩달아 유명해졌다. 영월의 가장 번화한 거리라고 해도 차로 돌면 15분이면 족할 듯한 작은 도시가 조금씩 들썩거리다가 진정된 지금, 읍내보다도 훨씬 작고 겨우 인구가 8백명 남짓한 주천이 새삼 들썩이는 시작했다. 목장과 소비자의 거리를 없애고, 강원도의 청정한 자연에서 자란 한우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
| 가뜩이나 비싼 쇠고기가 한우라는 이름을 입으면 더 비싸지게 마련인데 주천에서는 오리지널 한우를 시중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한다하니, 이제 오픈한 지 한달 남짓 되었지만 소문에 소문의 꼬리를 물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어찌보면, 원리는 간단하다. 산지에서 소비자에게로 가는 군더더기 과정이 고스란히 없어지니 자연스레 거품 가격이 빠진다는 것인데, 시스템 역시 조금 특이하다. 주천읍에 옹기종기 들어선 공동 정육점에서 원하는 만큼 고기를 사서 다히누촌의 어느 식당에라도 들어가면 원하는 대로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돌판에 올려 구워 먹든, 양념을 해서 먹든 상차림비 2천 5백 원만 내면 푸짐한 한 끼의 만찬이 차려진다. |
| 다하누촌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는 아무래도 생고기 구이다. 달궈질 대로 달궈진 돌판에 잘 숙성된 한우를 몇 점 올려 놓으면 지글지글 소리로 먼저 맛있게 익는다. 정육점에서 암소고기를 사느냐, 황소고기를 사느냐에 따라 그 부드러움이라든지 감칠맛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혀 끝의 민감도가 아주 까다롭지 않다면 황소고기로도 충분히 입은 즐겁다. |
| 조금 색다른 메뉴를 원한다면 주방장에게 특별 메뉴를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하누촌에서 선보이는 야심찬 메뉴는 그날 갓 잡은 고기를 이용해 특별히 제공하는 육회와 육사시미, 육초밥. 신선한 한우로 만들어 내는 이 특별한 생고기 트리오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메뉴다. 물론 육회 정도는 쇠고기를 판매하는 어느 곳에서라도 먹을 수 있겠지만 한입 크기의 잘 뭉친 밥에 겨자를 살짝 얹고 싱싱한 생고기로 감싼 육초밥, 쇠고기의 부드러운 결을 따라 살살 도려낸 육사시미와 함께 즐기는 육회는 남다르다. 참기름과 갖가지 양념을 조물조물 무쳐낸 육회에 한잔 반주까지 곁들이면 깔끔한 뒷마무리까지 가능하다. |
| 영월을 여행하며 한우로 두둑히 배를 채웠다면, 다음 날의 깔끔한 점심식사로는 강원도만의 웰빙푸드 '꼴뚜국수' 한 그릇 추천한다. 가난했던 시절, 질릴만큼 많이 먹어서 더 이상 '꼴도 보기 싫다'는 뜻의 꼴뚜국수가 이제는 웰빙 식단의 반열에 올랐다. 메밀로 만든 면을 푹 삶아서 갖가지 양념과 쫑쫑 썰어낸 신김치, 김가루가 듬뿍 들어간 꼴뚜국수는 간편하고 독특한 한끼 식사로 딱 좋다. 한그릇 양도 많으니 면이 불기 전에 맛있게 먹으려면 애초 친구나 가족과 나눠먹는 것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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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한반도가 여기 있었네 |
| 가는 골목골목, 굽이굽이에서 물길을 만나게 되는 영월. 첩첩이 산중이고 아직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소박한 영월에는 유독 꼬불꼬불한 길이 많다. 그리고 그 꼬부랑길이 이어지는 곳마다 물길이 흐르고, 그 물길을 따라만 가면 영월의 어디로든 연결된다. |
| 유독 많은 물길 중에서도 절묘하게 꼬부라져 나가는 모양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리저리 돌아나가는 물길이 한 눈에 보이는 것으로도 속이 트이는데, 신기하게도 물길 중간의 지형이 우리나라의 지도와 많이 닮아 있다. 지금은 아예 '한반도 지형' 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취재팀이 도착했던 날은 파란 물을 볼 수 없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더 파란 물이 한반도를 감싸고 있으면 좋았으련만 여름 내내 쉴 새 없이 내렸던 비 때문인지, 하루 전날까지도 세차게 내렸다는 비 덕에 눈에 들어오는 건 온통 흙탕물이다. |
| 한반도로 치자면 북동쪽 귀퉁이 함경북도의 청진 방향이 이 곳에서는 평창에 속하는 셈인데, 거기서 흘러내린 물이 동해를 거쳐 남해를 싸안고 내려가면 서해를 거쳐 만주 방향으로 빠져나간다. 한반도 지형이 있는 이 곳은 서강인데, 저기 아래에서 동강을 만나고 물은 다시 남한강의 원류가 된다. 작은 땅덩이 한반도의 삼면을 해류가 감싸고 돌아나가듯, 영월을 감싸안은 동강도, 더 작게는 한 반도지형을 감싸는 서강도 이 땅을 감싸안고 돌아나간다. 오랜 시간, 하늘과 구름 만큼이나 이 땅의 역사를 봐 오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조용히 침묵하며 흘러만 간다. 괜찮다고 토닥이기라도 하는 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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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을 기억하나요 |
| 강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름도 모를 어느 작은 산골짝에서 흘러나온 물은 물들어가는 자연의 얘기를 담고, 유독 물길이 많은 영월의 곳곳을 안고 도는 강은 단종의 슬픈 이야기를 기억한다. 영월을 얘기하면서 강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어린 나이에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조선 6대왕 단종이다. 아버지 문종이 일찍 죽고, 겨우 열두 살의 나이로 왕위에 오르지만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피붙이의 왕권에 대한 도전이었다. 삼촌이던 수양대군이 왕위를 노리면서, 단종을 보위하던 신하들은 모두 처형되고 결국 영월로 유배를 온 단종은 이 곳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
| 역사서에 따르면 단종이 영월에 머무른 것은 고작 2~3년이지만 영월 곳곳에 단종의 흔적이 남아 있다. 단종의 일대기와 유품을 기록한 단종역사관,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한 후 동강에 버려진 단종을 건져낸 충신 엄홍도가 만든 묘소 장릉, 처음 단종이 유배생활을 시작했을 때 생활하던 청령포가 그곳이다. 영월읍 중심가에 자리잡은 관풍헌은 청령포의 초막이 홍수에 떠내려가자 피신해 있던 단종이 생활했고, 결국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한 비운의 장소이다. 장릉에는 묘 아래로 어린 왕의 한을 달래는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있는데, 이 곳에 참배를 하고 가면 소망하는 일이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미뢰를 만족시키기 위해 영월로 나섰더라도 이왕 영월에 들어섰다면, 외롭고 쓸쓸하게 잠든 어린 왕에게 살까운 인사 한마디 쯤은 건네고 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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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다하누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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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_1577-5330 |
| 메뉴_한우육회, 한우육사시미, 구이용 한우 |
| 가격_황소 반마리(300g) 8,000원 암소 반마리(300g) 16,000원 |
| 주소_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주천리 1238-4번지 |
| 찾아가는 길_영동고속도로에서 신림IC진입 후 영월/주천 방향 주천마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