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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역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하늘은 높고 말은 살 찌니… 신선한 바람타고 앉아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칭찬받을 만한 일은 바로 독서다. 계절이 좋아 말도 살찐다는데 우리도 마음의 양식을 살찌울 겸 문학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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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그래 울지 말아. 자장 우리 애기… 네 어미는 왜 여태 오잖을까? 입안이 이렇게 바싹 말랐고나. 그놈의 집에서는 무슨 일을 끼니때도 모르고 시킬꼬온! 에헴, 에헴…" 소설 '사하촌(寺下村)'의 일부다. '사하촌', '모래톱이야기', '추산당과 곁사람들', '옥심이' 등 걸쭉한 사투리와 사실적인 묘사로 현실사회에서 소외뇐 자들의 외침을 고발했던 요산(樂山) 김정한 선생은 우리고장 부산의 자랑스러운 문인이다. |
| 1908년에 경남 동래군 북면 남산리에서 태어난 문학가 김정한 선생의 생가는 이제 부산이 되어 버린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 그 자리에 그대로 복원되어있다. 김정한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식민국의 탄압에 나라를 되찾자 독재의 탄압에 대항해 올곧은 목소리를 냈다. 그가 태어난 해는 1908년이다. 여기서 1910년, 조선왕조 500년사가 막을 내리고 한일병합이 시행되었던 것을 상기시켜보자. 선생의 이야기를 빌자면, '나는 출생 때부터 일제와 매국노와 그들의 앞잡이들과 어떤 운명적인 관계를 이미 가졌던 것이 아닐까 생각될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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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있다.' 라고 했다. 뗄레야 뗄 수 없는 이런 '운명적' 관계로 인해 선생은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축복은 뒤로 하고 스스로 그 '일제와 매국노와 그들의 앞잡이들' 과 싸워나갔다.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받은 그는 학창시절부터 문학에 뜻을 두었고 후에 펜을 들어 민중의 편에서 시대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세상에 고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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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운명적인 반골인생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1936년에 '사하촌'이 조선일보에 당선되며 그 인생은 더욱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학창시절, 필독문학 목록에 어김없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던 '사하촌'은 일제강점기의 궁핍한 농촌의 현실과 친일파 승려들의 잔혹함을 그린 작품이다. 내신이니 수능이니 하며 문학 속의 주제, 배경, 인물, 내재적 의미, 외재적 의미 등 시험에 나올법한 것만 달달 암기하곤 했었는데 정작 작가의 이름은 알기나 했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백부터 하자면 나 역시 그랬다. 농촌에서 가뭄으로 인해 흉년이 들자 소작료를 내지 못한 소작민들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결국 야반도주하게 된다는 이야기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어렴풋이 기억이 났지만 제목이나 작가는 기억해내려 애써봤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나를 이렇게 길들인 대한민국의 주입식 교육제도에 유감을 표하며 스스로 찾아 나선 작가의 이름은 바로 요산 김정한. 소설 속의 그 걸쭉한 사투리가 네이티브인 내 귓속에선 마치 누군가 옆에서 종알대는 것처럼 들려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었는데 바로 우리고장의 토박이 문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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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쪽 같은 삶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그 열정의 문인을 기리고 기념하는 곳이 바로 요산문학관이다.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고 오랜 기간 동안 묵혀둔 과제이기도 했던 기념관이 설립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06년 11월 20일 개관한 요산문학관은 요산을 기리려는 뜻을 모은 인사들의 성원과 부산광역시의 예산지원으로 2002년 이전의 생가를 허물고 원형 그대로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요산문학관은 생가와 함께 문학관이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전통 팔각 지붕에 한 일(一)자 형태의 한옥이 있다. 복원된 생가인데 여기서 나고 자랐을 선생을 생각하니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벌써 소설 속의 한 대목이 생각나기도 하고 선생은 어릴 적 어떤 아이였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스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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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문학관은 지하1층과 지상3층으로 지어졌다. 최신식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물이 생가와는 사뭇 다른 세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요산문학관' 이라 걸린 문패 측면의 넓은 공간에 내걸린 선생의 사진 옆으로 빨갛게 적힌 "사람답게 살아라"라는 글귀를 보면 '역시, 요산문학관이 맞구나' 하게 된다. |
| 지하1층은 강당과 다목적홀이 있고, 1층은 세미나실 북카페, 2층은 도서실과 전시실, 3층은 집필실이다. 1층의 북카페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요산의 생가와 그 앞의 잘 다듬어진 잔디밭을 내다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고요한 공간이다. 때마침 문학관을 관리하는 김정한 선생의 친인척이 자리에 계셔서 요산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미리 전화로 문의해 스케줄을 조정해 본다면 이런 행운을 잡을 수 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무척 긴 어둠의 날들을 살아 온 셈이지만, 밝고 곧은 것에 대한 희망을 포기해 본 적이 없다.' 라고 했던 그의 말이 쓰여 있다. '포기' 라는 단어를 보면 문득 고난의 세월동안 부조리한 것을 상대로 정의를 지켜낸 요산의 기개가 느껴져 감게무량하기도 했다. 2층의 도서실에는 줄지어 선 책장에 책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요산의 작품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장르의 책들이 구비되어 있어 테이블과 소파에 앉아 편히 읽을 수 있다. 전시실은 요산의 연보와 삶, 그리고 그의 손때가 묻은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들어서면 흑백의 사진이 보이고 하얀 벽면에서는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다큐멘터리 동영상이 상영된다. 또한 만화로 그려진 생애연보는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숙하다. 벽면 한쪽은 고은, 최영한, 백낙청 등의 문인들의 필적도 눈에 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집필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텅 빈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가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어 초록의 안정을 찾기에 좋다. 또 요산문학관이 위치한 곳은 꽤 높은 지대여서 가장 꼭대기 층에서 바라다보면 남산동 일대가 한눈에 보이는 탁월한 조망권을 가졌다. |
| 문학관을 샅샅이 살폈다. 마음 한구석이 살찐 듯이 두둑하고 이만하면 잘한 문학기행이다 싶었다. 가슴 속에 담은 문학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올 가을 내내 지니기를 기원했다. 그런데 문학관 출입문을 나설 때 쯤, 뜨끔하고 말았다. 들어올 때 보았던 바로 그 문구! '사람답게 살아라'. 새삼 숙연해 진다. 이것은 '산거족'에 나오는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은 아니다' 의 한 부분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문학이 그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었던 그 올곧은 삶이 그 일곱 자에 함축되어 있다. 그리고 문학관을 나서며 다시 한 번 그 문구를 되읊어 본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사람답게 살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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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to 요산문학관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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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용차_경부고속도로 - 부산IC - 직진 - 노포방향 - 범어사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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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_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1번 출구, 청룡초교 방향 500미터 |
| 문의_051-515-16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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