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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7년 10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퇴촌]
기사제목
[INFIELD] 세월에 잊혀진 얼굴을 만나다_KYOUNG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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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 년 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거나 사극을 보면서, 혹은 박물관에 전시된 옛사람들의 장신구들을 보고 실제 옛사람들의 얼굴이 궁금했다면 경기도 광주의 얼굴박물관에 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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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광주의 얼굴박물관으로 가는 내내 나도 모르게 포크가수 윤연선이 부른 노래 '얼굴'을 흥얼거리게 됐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대꿈을…' 수첩에 찌그러진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옛사람들의 얼굴을 상상해보려니, 역시 잘 되지는 않는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어느덧 도시의 소음보다 바람 소리가 잘 들리게 되고, 자동차 매연보다 풀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
| 옛사람의 얼굴을 모아놓은 얼굴박물관은 연극 연출가 김정옥 씨가 40여 년동안 수집한 조각, 탈, 회화, 목각인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옛사람들이 만든 석인(石人), 목각인형, 도자기, 회화작품 등과 세계 각국의 인형 그리고 사람의 얼굴, 도깨비 얼굴이 새겨진 와당(瓦當)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
| 때로 얼굴 표정은 어떤 말보다도 진실한 마음속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연극이나 영화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대사에서 전해지는 것보다 더한 마음의 요동을 배우의 표정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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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만든 이는 바로 '얼굴을 아는 사람' 인 연극 연출가 김정옥 씨다. 그는 평생을 바친 연극과 영화를 생각하며 살아있는 사람과 옛사람의 만남을 이곳 얼굴박물관에서 연출하고 싶었다고 한다. 실제로 얼굴박물관에서 옛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었으니, 그의 연출은 대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 이제 얼굴박물관의 철문을 밀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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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박물관에 들어서면 너른 마당을 지키고 있는 석인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마을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장승과 벅수가 옛날 마을을 지켰던 모습 그대로 박물관 마당을 지키고 있고, 머리에 관을 쓰고 손에는 홀(笏, 피리)을 든 모습의 문관석은 무덤 앞에서 망자를 지켜주었던 것처럼 이곳 얼굴박물관의 산 자와 망자를 바라보는 듯하다. 이 석인들은 삼국시대의 것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것들로, 흐르는 세월에 몸을 맡겨 조금씩 깨지고 상한 모습이다. 그 얼굴 역시 어딘가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 각 지방의 특색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지역이 아니라 각기 다른 나라였으니 지방색은 곧 나라별 특색이라 할 수 있겠다. 시대별, 지역별 그 생김새와 풍기는 이미지는 달라도 묵묵히 맡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돌조각상이 내뿜는 아우라가 대단하다. 아마도 그 옛날 조각가와 석공들이 혼을 담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였지만 이름을 남기지 못한 석공들은-애초에 이름을 남기고픈 마음도 없었을 듯하다- 이렇게 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흔적을 남겨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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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인들이 지키고 있는 마당의 위쪽에는 교과서에서 많이 접한 김영랑 시인의 고향에서 옮겨진 한옥이, 오른편에는 얼굴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얼굴박물관을 둘러보자. 소극장 무대가 연상되는 박물관 내부는 마치 연극 무대 위에 전시작품을 올려놓은 것 같다. 소극장의 좌석처럼 꾸며져 공연이 있을 때 객석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1층 전시장이다. 계단의 한쪽 벽면에는 연극 연출가가 만든 박물관답게 배우들의 다양한 표정들이 담긴 사진이 전시되어있다. 그리고 그 사진 아래에 평화로운 표정으로 눈을 감은 옛 신라시대의 불상은 사진 속 배우의 표정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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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쪽 벽면에는 유쾌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하회탈이 전시되어 있다. 얼굴박물관을 취재하면서 우리나라의 탈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탈춤이나 가면극을 할 때 쓰는 예능탈 뿐만 아니라, 무속적이고 신앙적 성격을 띈 탈까지 다양했다. 또 소재도 나무, 종이, 박, 짚 등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소재에 맞는 다양한 제작기술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니 조상의 지혜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양반탈, 할미탈, 문둥이탈, 샌님탈, 원숭이탈 등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각 캐릭터는 탈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으니, 그 표현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얼굴을 표현한 탈문화뿐 아니라, 처마 끝에 달린 와당에도 표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잡귀와 액을 쫓고자 만들어진 와당은 도깨비, 연꽃 문양 등이 주로 쓰였다. 입이 큰 도깨비 문양, 눈이 아주 크거나 옆으로 찢어진 표정의 와당, 뾰족하게 생긴 것, 둥글넓적한 것 등 다양한 표정으로 지붕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탈, 와당과 같은 우리의 전통유산을 비롯해 불화, 석상, 목각인형, 무속화, 도자기 등 천여 점이 넘는 컬렉션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미얀마, 중국, 티베트 등 아시아 지역의 컬렉션도 다양해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반질반질한 돌 위에 얼굴을 그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돌 위에 얼굴을 그리고, 전시장 한편에 내가 그린 얼굴의 돌을 놓고 오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2층 카페에서는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다. 카페와 가득 채운 세계 각국의 민속인형들이 눈길을 끄는데, 나라별 특징을 이 작은 인형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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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는 한옥은 앞서 설명했듯 시인 김영랑의 고향이자 고려청자로 유명한 전라도 강진에서 옮겨진 것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의 김영랑 시인과 같은 가문인 여류화가 김승희 여사의 할아버지께서 80여 년 전에 목수 김춘엽, 허균을 동원해 백두산 소나무로 지은 것이다. 원래 상량문에는 장춘실로 명명되어 있었으나, 얼굴박물관으로 옮겨 오면서 관석헌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돌을 보는 집' 이라는 뜻의 관석헌은 박물관 마당을 가득 메운 석상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 |
| 하늘은 높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 찾아간 얼굴박물관에서는 역사의 환획을 긋고 떠난 왕과 왕비, 청렴한 선비, 학자의 발자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지금의 나처럼, 그리고 우리처럼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옛사람의 땀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석공, 자연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그들의 생활이 여기 얼굴박물관 마당에 그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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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to 얼굴박물관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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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용차_중부고속도로 - 경안IC 우회전 - 천진암 방향 2킬로미터 - 얼굴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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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_강변역-퇴촌마을 13-2번 버스 - 퇴촌사거리 하차 후 좌회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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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_031-765-3522 www.visagej.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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