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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나 싶으면 어느새 가 버리고 없는, 아쉬움 만큼 짧아져 버렸다는 말이 어느새 가을의 수식어가 되어 버렸다. 그런 가을 속의 화성은 팥죽 속의 새알심처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누구라도 시내 한복판에서 고즈넉한 산책길을 걷다보면,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조선의 성곽길을 걷다보면, 비로소 가을을 온 마음으로 즐기게 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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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남문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젊은이들이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즐기는 곳이면서, 동시에 재래시장도 활성화되어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그 중심에 서있는 것이 바로 남문이라 불리는 '팔달문' 이다. 팔달문은 화성의 4대문중의 하나이며, 나머지 3개의 문은 화서문(서문), 장안문(북문), 창룡문(동문)이다. 백성을 성안에 품고자 했던 정조의 뜻대로 화성은 수원의 중심, 사람들 바로 옆에 있었다. |
|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숭고한 역사를 품고 있는 문화재에 관해서 만큼은 맹신해도 좋은 말이다. 그래서 화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화성에 꿈을 담았던 정조부터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정조는 효심이 지극했던 왕, 또는 개혁의 왕으로 알려져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 효심과 개혁 두 가지가 집약된 장소가 바로 수원의 화성이다. 효성이 깊었던 정조가 왕위에 올라 한 일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장헌세자로 격상시키고 명단으로 알려진 화산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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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능을 옮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려서 아버지를 여윈 한풀이라도 하듯 자주 능행길에 올랐다. 자연히 임금이 자주 행차하는 수원에 화성이 세워지고, 행궁이 발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화성은 단지 효심만으로 축성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정조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뒤주에서 극형을 받고 죽는 것을 목격했다. 아버지를 살려달라는 자신의 간절한 부탁을 할아버지에게 거절당하는 무력감도 맛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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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정조의 나이 겨우 10살. 세상에, 제대로 자라나 사람 노릇 하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과연 그런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던 정조는 왕이 되어 무엇을 하리라 생각했을까? 내 아버지를 죽게 만든 신하들을 모조리 쓸어 버리겠다? 물론, 일부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더 큰 목표는 어리석은 신하에게 좌지우지되는 일 없이 왕권을 단단히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반, 새로운지지세력, 그리고 새로운 수도가 필요했다. 결국 정조가 주목한 곳은 아버지의 능이 있는 명당 화산이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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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본격적으로 화성을 돌아보자. 일단 팔달문에서 성곽의 궤도로 진입하기까지가 멀지는 않지만 꽤 가파른 계단길이다. 어느새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느낄 때 즘 뒤를 돌아보는 탁 트인 시내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남 암문의 기와지붕이 보이면 힘든 길을 다 끝낸 셈이다. 성곽 곳곳에 암문(깊숙하고 후미진 곳에 만들어 적에게 들키지 않게 군수물자를 성안으로 공급할 수 있게 만든 군사시설)들이 그 쓰임새에 맞게 있는 듯 없는 듯 곳곳에 숨어 있어서 그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
| 화성을 돌아보는 내내 옆에서 보게 되는 성벽의 높이는 2미터가 채 안 되는데, 사격구라고 하는 구멍이 뚫려있다. 보통 사람의 키로는 사격구를 통해 가까운 곳을 보고, 멀리 있느 곳은 성벽 위로 까치발을 해서 훌어 보게 되는 정도이다. 답답하면서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이상한 높이었다. 그러나 '바로 성 밑에 적이 있다면 어떻게 하지?' 하는 궁금증이 생겨 성벽에 규칙적으로 나있는 사격구들을 관찰해 보았다. 신기하게도 이 구멍들은 똑바로 앞이 보이는 것과 60도 정도 아래를 볼 수 있는 구멍이 계속 교차되어 뚫려 있다. 멀리 있는 적과 가까운 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혜로운 발상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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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원의 종이 보인다. 부모의 건강을 기원하려면 한번, 가족의 건강은 두 번, 자신의 발전을 위한다면 세 번 종을 울린다고 한다. 가장 높은 지대에 있어서 전망도 시원하다. 옆에는 팔각형이라는 과학적인 구조를 자랑하는 서노대(적에게 활이나 돌을 쏘기 위해 성안에 높이 지은 대)가 있는데, 이를 지나면 시내 전망을 앞에 안고 화서문까지 주욱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이 또한 화성만의 특징이다. 평지와 산지를 이어서 만든 평산성 구조이기에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평산성은 중국과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성곽 형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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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서문에서 흘려보지 말아야 할 것은 서북공심 돈이다. 공심돈(空心燉)이란 적을 살피기 위한 망루인데, 적의 동태를 살피는 역할 외에도 위기상황에서 공격과 수비가 용이하다고 한다. 화성 축성 당시, 정조가 특히 흡족해하며 자랑했던 장소라고도 알려져 있다. 또 하나의 공심돈은 창룡문 옆에 있는 동북공심돈이다. 망루로 올라가는 길이 빙빙 돌아간다 하여, 소라각으로도 불린다. |
| 화서문에서부터 장안문을 지나 화홍문까지는 높낮이가 없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장안문은 얼마 전에 보수작업을 끝내서 쉽게 보기 힘든 옹성(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원형, 방형으로 바깥쪽에 쌓는 작은 성)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장안문을 지나 화려한 모양새를 지닌 화홍문이 보이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진다. 화홍문은 수원천으로 통하는 수문으로, 제일 장식적인 아름다운을 가진 곳이라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역시, 버드나무가 우거진 방화수류정이 카메라를 둘러맨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 어느새 오후 햇살을 즐기는 가족들로 가득한 너른 잔디밭이 나타나고 동장대(장수가 성을 지킬 때 지휘할 수 있도록 높이 만들어 놓은 대)와 창룡문이 보이면 이제 화성 여행도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 창룡문에서 팔달문까지 성곽이 계속 이어지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적어서 실제적인 관광은 이곳에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넓은 주차장과 종합안내소가 있어서 관광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작은 기차를 타고 화성을 돌ㅇ보는 화성열차 승강장도 있으며, 우리 겨레의 전통적인 활쏘기인 '국궁'을 체험해보는 장소도 있다. |
| 눈으로 보는 즐거움만큼 마음속에 남는 것도 많은 곳이 화성이라 생각했다. 2백여 년 전 정조의 꿈은 사라지고 없지만, 성벽에 쌓은 돌 하나하나가 그의 꿈을 머금고 여전히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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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to 수원 화성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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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용차_경부고속도로 - 신갈 · 안산 간 고속도로 - 수원IC - 법원사거리 - 동수원사거리 - 팔달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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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_4호선 안산 방면의 중앙역에서 하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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