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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과 토르, 꼬마 요정들과 난쟁이, 기괴한 모습을 한 트롤들에 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그러나 언제까지나 고요할 것 같던 ‘신의 들판(Oslo)’에는 한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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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변화하는 이 도시를 대표하는 그뤼너레카를 걸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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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오슬로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노르웨이 출신의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나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Gustav Vigeland)의 작품으로 수놓아진 비겔란 조각 공원(Vigeland Sculpture Park)을 감상하거나 콘티키 박물관(Kon-Tiki Museum)에서 탐험가 토르 헤위에르달(Thor Heyerdahl)의 열정이 일궈낸 콘티키 호의 여정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고, 북유럽의 무법자라 불리던 바이킹의 베일에 싸인 행적을 보다 가깝게 느껴볼 수 있는 바이킹 배 박물관(Vikingskipshuset)에 들르거나 왕궁(The Royal Palace)까지 이어지는 오슬로의 중심가 카를 요한 거리(Karl Johans Gate)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오슬로라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가 볼 곳은 노르웨이 민속 박물관(Norsk Folkemuseum , Norsk는 고대 스칸디나비아 사람을 뜻하는 말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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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하다)이다. 도시가 처음 시작될 때, 혹은 그 이전 노르웨이 인들이 살아가던 주거문화를 복원해 그들의 생활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그려주기 때문이다. 이 오픈에어뮤지엄을 제대로 즐기려면 주말 오전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평일에 출입이 제한되는 건물들을 개방할 뿐 아니라 오전 중에는 노르웨이의 고옥들 사이로 전통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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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역사가 아로새겨진 건물 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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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건물들은 종교와 연관이 깊다. 이는 이들의 생활이 교구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에서 종교는 선택 아닌 필수였던 셈이다. 1845년부터는 자율적으로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국민의 90퍼센트 이상이 노르웨이 교회에 소속되어 있다. 노르웨이 민속 박물관에서도 교회와 관련된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언덕 중간쯤에 서있는 갈색 목조 건물은 노르웨이 특유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건물 전면에 타르를 덧발라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을 띠는 이 건물 지붕에는 -꼭대기를 장식한 십자가가 무색하게도- 노르웨이 전설에 나오는 용이, 좁고 높은 문 주위로는 자연을 모티브로 한 독특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이는 급격한 종교적 변화를 겪으면서 종교와 전설, 신화가 자연스럽게 한데 어우러진 노르웨이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르웨이의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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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와 종교에 대해 조금 알아둘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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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시작은 1030년 정도가 적당하겠다. 물론 그 이전 바이킹을 비롯해 영국이나 그린랜드 등 다른 나라로 이주해간 민족들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긴 하지만 사건으로 기록되어 노르웨이라는 나라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진정한 역사의 시작은 바로 그때부터일 테니까. 1015년, 바이킹의 왕이었던 울라프 하알손은 노르웨이를 통일하고 중앙집권 국가체제를 갖추었다. 그러나 강력한 왕권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등장한 위대한 왕들이 종종 그렇듯 울라프 왕도 권력을 잃고 수년간 방랑의 시기를 보낸다. 스웨덴을 지나 러시아까지 쫓겨 갔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군대를 모아 노르웨이로 돌아오지만, 결국 1030년 스틱클레스타드 전투에서 전사한다. 그는 이후 트론헤임에 안장됐는데 사후에 나타난 몇 가지 징후-전설에 따르면 그의 몸에서는 계속 손톱과 발톱이 자라났다고 한다-로 인해 신성한 자(Holy Man)로 추앙되었고, 그가 원했던 대로 노르웨이는 기독교를 국교로 공식 승인하게 되었다. 1030년 7월 29일의 일이다. 이 일로 인해 노르웨이는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루터교(Lutheran)를 정식으로 받아들인다. 이 같은 급격한 ‘반전’으로 인해 노르웨이에서 기독교는 전승되어 오던 전설과 신화와 대응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된 것. 기독교를 수용하게 된 계기부터가 신화적이니 그럴 만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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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목조가옥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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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민속 박물관 내의 건물들은 노르웨이 각지에서 수집해온 전통적인 목조가옥들이다. 17세기까지만 해도 노르웨이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나무로 지어졌다. 국토의 70퍼센트 이상이 숲이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시골은 나무집의 비율이 95퍼센트 정도 된다. 그러나 한 번 불길이 일기 시작하면 거센 바닷바람에 도시는 이내 초토화되곤 해, 1624년 대화재 이후 덴마크의 왕이었던 크리스티안 4세는 오슬로에 처음으로 벽돌과 석재 건물을 짓는다(그때부터 노르웨이가 스웨덴으로부터 독립하던 1905년까지 오슬로는 그의 이름을 따 크리스티아니아라고 불렸다). 이후 스웨덴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오슬로는 다시 예전의 이름을 되찾는다. ‘신의 들판’이라는 이름을(Os는 좁고 긴 언덕, 또는 그리스도교 이전의 신을 뜻한다. 뒷부분인 lo의 의미는 들판. 그러니 오슬로는 언덕 아래의 들판, 또는 신의 들판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 196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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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지만 해도 지붕이 낮고 한 면이 맞대어진 삼각형 모양을 한 전통양식의 집들이 많이 있었지만 도시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정부가 3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블록으로 이를 대체하면서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노르웨이 민속 박물관 관람을 안내했던 가이드 잉베는 정부가 발전을 앞세워 전통을 다 망쳐놨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그의 말에도 수긍이 갔다. 나무 위에 고풍스러운 아르누보 스타일의 문양을 새기고 그 위에 고운 색을 칠한 3~400년 전의 집들은 어떤 현대건축보다도 우아했으니까. 색 바랜 옛집들 사이로 노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하니 영화 세트장이 따로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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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심장, 아케르 브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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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는 여전히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레스토랑, 모던아트뮤지엄, 쇼핑몰, 고급스러운 아파트와 문화센터들이 줄지어 문을 열고, 24시간 편의점이 밤거리에 환한 빛을 드리운다. 19세기 경제발전과 함께 오슬로의 인구는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1850년에서 1900년, 반세기동안 3만이던 인구가 22만으로 7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바다를 끼고 성장한 이 도시의 심장은 여전히 부두다. 노벨 평화상 센터가 있는 아케르 브리게(Aker Brygge)는 최근 오슬로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지역 중 하나로, 영화관과 고급 레스토랑이 줄지어 생기고 매주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져 오슬로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
| 11월 29일부터 박싱데이인 12월 23일까지 한 달간 아케르 브리게 근처에 있는 라후스브리게의 선착장 앞 광장에서는 매일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린다. 주말이면 크고 작은 시장이 서는 생활의 중심이기도 한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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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 뒤편으로 오슬로 시청의 윤곽이 뚜렷하다. 매년 12월 10일이면 전 세계의 관심이 오슬로 시청으로 쏠린다. 바로 이곳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과 다수의 강연을 통해 기후 변화 문제를 부각시킨 공로로 2007년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자택에서 매달 120만 원 어치의 전기를 사용해 ‘전기 먹는 하마’라는 ‘불편한 별명’을 얻고도 메달을 걸 수 있을지, 12월 오슬로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귀추를 주목해 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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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비요르비카(Bjorvika) 항에선 ‘모던 오슬로’의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를 만나게 된다. 외관 공사는 다 마친 상태지만 아직 내부 수리가 진행 중이어서, 내년에 정식 오픈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만큼이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문화의 명소로 떠오를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지만, 어찌되었건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에서 그리그의 ‘노르웨이 무곡’을 듣게 될 날이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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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공유지, 그뤼너레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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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의 또 다른 문화 중심지는 아케르 강 북쪽의 그뤼너뢰카(Gr?erl?ka) 지역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황폐했던 이 지역은 오슬로 최고의 힙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긴 겨울밤을 맥주 한 잔, 또는 럼과 함께 이야기로 지새워도 좋을만한 펍과 구미 당기는 빈티지로 가득한 가게들, 흔들흔들 가벼운 리듬의 음악이 어깨를 누르는 고민들을 툭툭 털어주는 카페로 꽉꽉 차있어 언제든 마음 편히 찾아가 바라는 대로, 원하는 만큼 쉴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곳 그뤼너뢰카다. 카페 ‘파크테아트레(Parkteatret)’는 ‘가장 그뤼너뢰카다운 곳’이다. 이전에 극장이었던 곳을 개조해 만든 카페가 그뤼너뢰카의 코너스톤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야외 음악회 등 각종 이벤트가 벌어지는 공원을 마주보는 ‘바람직한’ 위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테크노나 일렉트로닉과는 거리가 먼 편안한 음악 선곡과 문화를 공유하는 ‘바텐더’들 때문이다. 물론 비터 맥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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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 싱글몰트 위스키까지 누구나 취향에 따라 선택해 마실 수 있도록 제대로 구비해 놓은 주류 메뉴도 이에 한몫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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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거리엔 5~60년대의 스타일을 재현한 복고풍 가게들도 많다. 50년대 스타일의 펍 보카바(Bar Boca)의 야외 좌석에는 바이커 복장을 한 중년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머리에 두른 두건이며 글램록 분위기의 반짝이 티셔츠가 눈길을 끈다. 어디서 그런 물건들을 구하나 싶었는데, 바로 옆에 ‘공급처’가 있었다. 컬처숍 ‘로스 로보스(Los Lobos)’는 60년대 팝과 록, 컨트리를 망라하는 잡다한 취향이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색을 내뿜는 곳이다. ‘빔바다붐바~’.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나무문을 열면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가 요란하게 손님을 맞는다. 싸구려 유리보석이 달린 화려한 장신구들과 은십자가, 표지가 하얗게 바랜 60년대의 레코드들,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여인이 요염한 눈웃음을 치는 사진이 프린트된 담뱃갑, 조잡하게 채색된 훌라춤 추는 여인 장식품 등 공통점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물건들이 묘하게 어울리며 ‘와아’ 환성을 지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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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온 몸으로 느껴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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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돌아보다 다리 아프고 배도 고픈 ‘여행자 피로 증후군’이 몰려온다면 유기농 빵집 ‘고트 브뢰드(Godt Br?)’에서 진한 시나몬 향이 나는 패스트리와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쉬자. 가게 점원이 추천해준 호밀 식빵을 통째로 들고 죽죽 뜯어 먹어도 좋겠다. 가게에서 직접 빵을 구워내기 때문에 이곳에선 늘 어릴 적 동네 빵집에서 맡았던 버터와 우유의 그리운 냄새가 감돈다. |
| 그뤼너레카의 분위기는 자유롭고 활달하다. 아직까지는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아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도 많이 찾는다. 하지만 가격에 상관없이 특별한 저녁을 보내고 싶다면 트론하임스바이엔 거리에 위치한 레스토랑 쉬되스(S??T)로 가볼 것. 프랑스식 오픈 키친과 이탈리아식의 에스프레소바, 타닥타닥 불꽃이 이는 커다란 난로와 운치있는 강가의 가드 테라스까지 두루 갖춘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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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나 고요할 것만 같던 신의 들판 오슬로에선 지금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어쩌면 불과 몇 달 사이에 옛 집들이 몰려있는 테투스바켄(Tethusbakken) 거리에 현대적인 빌딩이 들어서거나 도심 어딘가에 그뤼너레카보다 훨씬 새롭고 혁신적인 거리가 생겨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오슬로에 가면 바람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최대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 그 바람에 사뿐히 올라타 변화를 온 몸으로 느껴보라. 진짜 오슬로가 성큼 다가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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