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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딱 달라붙는 플랫슈즈 한 켤레를 장만했다. 새침하게 걷다가 저 높은 가을하늘에 맞닿을 만큼 폴짝 뛰어도 보다가…. 발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듯 내 발과 하나가 되어 버린 사랑스런 플랫슈즈와 함께 어느 멋진 거리를 걸어주면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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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이(二), 기생 기(妓)라는 뜻을 가진 이기대(二妓臺). 부산 용호동 장자산 자락의 동편 바다와 접한 곳의 기기묘묘한 바위로 이루어진 2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안일대다. 두 기생과 해안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처럼 그 이름의 유래 역시 미스터리하다. 이 기대의 대명(臺名)은 동래영지(東萊營誌)에 산천을 밝힐 부분에 이기대라고 적고 '좌수영에서 남쪽으로 15리에 있다. 위에 두 기생의 무덤에 있어서 그리 말한다.' 고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부산의 향토사학자 최한복(1895~1968)의 꽤 논개스러운 유래도 전해지기는 한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는 경치가 좋은 이곳에서 축하잔치를 열었는데 수영의 기녀 두 사람이 잔치에 참가하였다가 왜장(倭蔣)과 함께 물에 빠져 죽어 이곳에 묻혀 이기대라고 한다는. |
| 이기대는 태종대, 몰운대, 해운대 등 부산의 이름난 해안가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이기대에 놀러간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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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 '뭐? 어디? 이기대학교도 있어?' 라고 하는 사람도 간혹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진정 아름다운 보석은 깊이깊이 숨어있는 법. 이기대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뽐내고 있다. 그러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흔치 않은 보석 같은 여행지를 온 셈이다. 이기대의 산책로는 공원 입구 안내소 밑에서 시작하여 섭자리라 불리는 곳까지다. 버스를 이용하면 공원입구까지는 제법 걸어 올라가야하는데 그 길을 올라가면서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바다다!' 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발걸음이 빨라진다. 약 20분 정도 올라가는데 그 시간이 어찌나 길게만 느껴지는지 겨우 공원입구에 도착한다. 입구 앞에 설치된 커다란 이기대 안내 지도를 보고 그 전체적인 윤곽과 지명을 머릿속에 저장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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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서 해안산책로로 내려가는 아래로 난 수풀림 길에는 푸른 바다가 소나무 틈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데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듯이 애간장을 태운다. 그 내리막길을 넘어지지 않을 만큼 후다닥 뛰어 도착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가을하늘의 조화란 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푸른빛이 그곳에 집중되어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광경이었다.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 한 파도가 눈앞에 철썩대는데도 기암절벽에 낚시하는 사람들, 장만해온 도시락을 열어 즐겁게 떄를 보내는 사람들. 광활한 자연 앞에서 연출된 사람들의 이런 무모함이 정겹기까지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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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된다. 해안 산책로는 바다가 탁 트인 공간에서 걷는 것이 묘미다. 해안가 대부분이 넓은 암반층이며 해식대지, 해식절벽, 해식동굴 등 파도의 오랜 침식작용으로 발달된 지형이 장관을 이룬다. 학창시절에 배운 해안가 침식, 화성활동에 의한 지리, 지형은 이곳에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저기 깎여 나간 바위들과 용암이 흘렀던 자국들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자연의 거친 면모를 확인하게 된다. 연신 불어대는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은 벌써부터 미역을 널어놓은 것처럼 엉망이 됐지만 그런 세찬 바람은 태풍처럼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 '바다에 온 걸 환영해~' 라는 인사처럼 느껴진다. |
|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고 또 걷는다. 이기대의 해안산책로가 그저 바다를 낀 산책로에 불과했다는 조금은 싱거울 것이다. 이런 걱정은 접어두고 걷다가 만나게 되는 새로운 안내 표지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처음 만나는 표자판은 '초식 공룡 울트라사우루스의 발자국' 이다. 이곳은 언젠가 저녁 뉴스에서 공룡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2000년 3월, '자연사환경학회'의 조사로 이곳은 약 6500만 년 전 즉, 중생대 백악기말기에 거대 공룡의 발자국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실제로 움푹 팬 웅덩이가 있는데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 먼 옛날 공룡들이 뛰놀았다고 하니 6500만년이라는, 짐작조차 힘든 세월의 거리가 어쩐지 무색하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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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는 저 멀리 부산의 오륙도가 보인다. 때로는 다섯 개, 때로는 여섯 개의 바위섬으로 보인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 부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선을 좌측으로 찬찬히 옮기면 그곳에는 동그랗게 솟아오른 동백섬이 있다. APEC을 개최한 해운대의 누리마루도 저기 보인다. 그리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까지. 이 곳에서는 부산의 가장 자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
| 걷고 또 걷는다. 바다와 걸었다가 바람과도 걷다보면 바닷물이 오가는 낭떠러지가 바로 아래인 '구름다리'에 닿는다. 험난한 바위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구름다리를 통과하려면, 최대한 아래를 보지 않고 정며을 응시하며 날쌔게 지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은근한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 다리를 이은 나무와 나무 사이의 그 갈라진 작은 틈새를 일일이 눈으로 짚어가며 걸음을 옮겼다. 구름다리가 주는 이 아찔함을 무심히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민공모로 붙여진 이 이름처럼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이 가슴이 서늘하게 내려앉는다. 바다가 계속된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길이 끝날 때까지 바다와 함께한다. 산책로가 끝나는 순간의 아쉬움 때문에 다시금 왔던 길을 돌아가고 시기도 하다. |
| 유독 여름을 좋아하는 나는 가을이 찾아오면 괜스레 맘 한구석이 휑해진다. 시원함을 넘어 서늘함, 또는 쌀쌀함까지 묻어오는 바닷바람이 가을이 온 것을 알린다. 맘이 휑해진 때고 되었건만, 식물이 태양으로부터 양분을 얻는 것처럼 이기대 산착로를 걸으며 찬란한 태양과 바다 그리고 바람으로부터 자연의 에너지를 듬뿍 충전한 마음음 꽉 찬 듯 충만하다. 이제 곧 겨울이 온다 해도 지금의 이 충만한 기분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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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to 이기대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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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용차_경부고속도로 - 부산IC - 부산 용호동 LG메트로시티 - 이기대 순환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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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_20, 22, 24, 27, 131번 버스 이용 '이기대 입구'에서 하차 도보 20분 |
| 문의_051-607-6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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