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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익산]
기사제목
[INFIELD] 익산, 축제연발(祝祭連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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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4대 축제는 매년 가을, 익산에선 테마가 전혀 다른 4개의 축제가 연이어 펼쳐진다. 서동 축제, 천만송이 국화 축제, 돌문화 축제, 보석문화 축제까지. 하지만 이번 가을은 좀 더 특별했다. 매번 다른 시기에 열리던 축제들이 일제히 축포를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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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돌, 보석 그리고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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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익산의 화두는 ‘축제’였다. 인색하게 ‘옛다, 여기 축제’하며 이름만 걸어놓고 덩그라니 ‘자존’하는 곳들이 워낙 많아설까. ‘축제니까’라는 이유로 다소간의 소음이나 술 취해 난동을 부리는 취객도 ‘쯧’ 혀 한 번 차주고 ‘그러려니’ 넘어가는, 그저 그런 축제려니 했다. 수 년 전 에딘버러 이후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축제를 마주친 적이 없다. 그런 축제라면 열 일 제치고라도 뛰어갈 텐데. 생업에 매진하라는 신의 배려인지,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며 두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축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익산에 4개의 축제가 동시에 열린다는 소식에도 또 한 번 ‘그러려니’했을 뿐이었다. 어떤 축제라고? 꽃? 돌? 보석? 그리고 뭐, 사랑?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군, 이라며. 어쩌면 기대하지 않은 것이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지도 모른다. 방심한 틈을 타 마음을 치고 들어오니까. 불평하는 대신 감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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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뜨리고, 원망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여도 자존심 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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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알지도 못하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마음 접고 대면한 익산은 편안했다. 종종 마음 단단히 먹고 나간 소개팅이 아닌, 마음 비우고 들른 어느 술자리에서 죽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 축제로 뜨거웠던 10월, 익산은 활짝 만개한 꽃처럼 환한 얼굴로 얼치기 과객을 맞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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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고도 익산을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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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로 뛰어들기 전, 밥부터 먹었다. 익산의 특산물인 마와 고구마, 각종 한약재를 재료로 만든 약밥에 전통주를 곁들여 거나하게 먹고 난 후엔 미륵사지로 향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미륵사지는 한 번 가봐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
| 미륵사지로 향하는 길. 박물관에 들러 예전 미륵사지 모습을 복원해 놓은 미니어처 앞에 섰다. 옛 모습을 구상해내기 벅차 내가 100분의 1 크기로 작아지는 상상을 했다. 그렇게 보니 미륵사지는 꽤 웅장했다. 양 쪽으로 우뚝 선 당간지주와 고개를 빳빳하게 쳐든 처마들, 나란히 선 3개의 탑이 있는 본당 앞까지 걸음을 옮겨 머릿속으로 재빨리 탑돌이를 한다. 그 사이 괜찮은 남정네와 두어 번 마주치는 상상도. 끝도 없이 꿈을 펼치는 머리 위로 매서운 죽비가 떨어진다. 보는 사람은 없지만 저 혼자 머쓱해져 괜히 학구적인 모드로 박물관을 꼼꼼히 둘러본다. 의외로 흥미로운 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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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이 많다. 붉은 유약을 바른 수막새와 장식이 화려한 초록빛 연목기와, 1미터가 넘는 치미가 상상 속의 옛 절터를 좀 더 생생하게 복원한다. 미륵사지는 10세기경 지어져 16세기 조선왕조가 들어서며 자연 폐사했단다. 6세기에 걸쳐 이어진 역사가 빠르게 감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휙휙 지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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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에 의존해 머릿속으로 3D 영화를 찍다 밝은 곳으로 나오니 현실이 버티고 섰다. 1915년 일본이 시멘트를 들이부은 이후 여전히 화상 입은 여인네처럼 잔뜩 찌푸린 미륵사지 석탑 말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1999년 해체되었는데, 지금까지 복원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왜 이리 더딘지, 반쯤 무너져 내린 그 모습이 안타까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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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도착한 곳은 왕궁리 유적. 발굴 작업은 1989년부터 시작됐지만 이곳이 실제로 왕궁이 있던 자리였다는 실제적인 증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 전부터다. 백제 최강의 부족 마한에서 가장 세력이 컸던 건마국의 근거지가 익산이었던 것도 이 같은 추정에 근거를 더한다. 가로 234미터, 세로 492미터 크기의 왕궁리 유적지엔 강당과 금당, 5층 석탑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곳이 왕궁지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수부(首部)라고 새겨진 기와다. 수도라는 의미를 가진 이 기와가 발견된 곳은 부여와 익산, 두 곳뿐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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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 터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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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유적지들을 두루 거쳐 하이라이트인 축제장으로 향했다. 도착하기 전 4개의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몇 개가 열리든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연이어 터진 축포처럼 사방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진 흥겨운 잔치판은 수 년 전처럼 마음을 뜨겁게 달구진 않았어도, 양 볼 가득 홍조를 피워냈다. 나무 가지 여러 개를 묶으면 쇠보다 단단해 진다는 옛 우화는 옳았다. |
| 익산 서동축제는 2007년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천만송이 국화축제와 함께 익산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전국 돌문화 축제는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보석대축제는 10월 18일부터 28일까지 11일간 열린다. 26일에서 28일 사이, 10월의 마지막 주말엔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는 축포로 도시 전체가 떠들썩하다.축제장에서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은 건, 폴폴 휘날리는 꽃향기가 아니라, 고소한 기름 냄새였다. 배부터 든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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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게 채우고 출발했건만, 시골 장터 국수와 찐 옥수수, 마를 넣은 부침개의 유혹은 강렬했다. 어쩌면 하루 종일 이렇게 죽치고 앉아 먹고 마시는 것 자체가 축제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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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 축제의 기원은 1968년 ‘마한민속제전’이었지만, 지금은 백제 30대 무왕 서동과 선화 공주의 사랑에 더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 전래음악을 현대화하는 창작가요제 S-POP 등 음악과 관련된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데, 이는 익산이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사랑을 나누고 맛둥방(서동)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는 다소 발칙한(?) 가사로 유명한 서동요의 발원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축제기간동안에는 자매도시인 분고오노시에서 준비한 ‘요사코이’와 ‘마츠오 카구라’공연도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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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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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를 캐는 소년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는 당대 최고의 스캔들이 아니었을까. 국경과 신분을 넘는 사랑. 극적인 사랑은 종종 불행하게 끝나지만, 이들은 초심을 잃지 않고 오래오래 백년해로 했다하니,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이들, 혹은 오래도록 사랑을 지켜가고 싶은 연인들이여, 굳이 사랑을 외치러 세상의 중심 울룰루까지 가는 대신, 익산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떤가. |
| 무왕이 선화공주의 부탁으로 세웠다는 미륵사지 절터와 두 사람이 함께 나란히 잠든 무왕릉, 그리고 그믐 밤 만나 회포를 푼다는 고도리 석불입상도 둘러보자. 국화꽃 만개한 길을 걷거나 저자거리에서 군것질도 함께 하고. 보석박물관에서 은으로 목걸이와 귀걸이, 펜던트를 직접 만들어 선물하거나 마음을 담은 보석도 선물하며. 반갑게도 보석박물관에선 연간 30퍼센트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보석을 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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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한문의_익산시 문화관광과 063-840-3241 www.iksan.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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