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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 2007년 한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달력이 이제 단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이 장만 지나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야한다. 새로운 항해 전, 올해의 달력 속에 그려진 추억을 사람들과 함께 곱씹을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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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지역 경남은 팔도 중에서도 그래도 따뜻한 편에 속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벚꽃이 제일 먼저 개화하고, 계절이 수그러드는 가을의 단풍은 가장 늦게 진다. 겨우내 먹을 김장 김치를 담그는 일 역시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면 그제야 시작된다. |
| 12월. 이 12월은 날씨뿐만 아니라, 이제는 벌써 마지막 장이 되어버린 그 해의 달력 때문에 전국팔도가 한꺼번에 춥다. 또 12월은 각종 송년회가 한꺼번에 몰려있다. 일 년에 한번 정도만 보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의 얼굴을 보는 때가 바로 이 시즌이리라. 한 해를 마무리하고 한 해를 뒤돌아보며 그동안 함께 한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다보면 오히려 그 열기 때문에 12월이 뜨겁기까지 하다. 그래서 한 해가 가는 것이 아쉽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한 달 내내 축제 같은 분위기가 나는 것도 바로 12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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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가장 미안한 것이 위장이다. 이틀에 한번 꼴로 마셔주는 알콜 때문에 아침이면 물을 벌컥벌컥 마셔대고, 또 다시 잡힌 약속에 나가서 마시고 웃다 보면 때때로 웃다가 흔들리는 배에 위가 당겨 웃기조차 힘들다. 기분은 하늘을 찔러도 체력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언젠가 놀 힘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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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는 세계 각국의 여성 패널들 덕에 각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언젠가 나왔던 주제 중 ‘숙취해소’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우리의 뜨끈뜨끈하고 시원한 국물과 다르게 서양에서는 피자로 속풀이를 한다고 했다. 피자 속의 치즈 기름기가 알코올 성분을 분해한다나? 가뜩이나 거북한 속에 느끼한 피자라니…. 우리네 생각으로는 당치 않은, 도리어 더 큰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숙취에는 속이 빈 것보다는 피자를 먹는 것이 낫지만 위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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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피자는 맛있기만 한데, 여기서 생각한 것은 일명 ‘돼지피자’로 불리는 미국식 피자다. 새로운 메뉴의 피자가 출시될 때 마다 TV광고를 하는 한국의 피자는 전 세계에 피자를 대중화시킨 미국식 피자가 시초다. 동그란 피자 위에 어떤 토핑을 얹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피자의 고향인 이태리의 피자에는 어떤 토핑이 어떤 맛을 내는지 알 수 조차 없도록 많은 토핑이 얹히지 않는다. 한 판의 피자를 여럿이서 나눠 먹거나, 조각피자로 간단히 때우곤 한다. 나 역시 미국식 피자에 익숙했고 그것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몇 가지의 토핑만 올려진 담백한 피자의 묘미를 알게 됐다. 토핑보다는 치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이런 피자들이 더 오랫동안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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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라리에또 피자(La Lieto)’는 이태리 화덕피자 레스토랑이다. 이태리 피자는 굽는 법부터 미국식과 달라 벌통 모양의 뜨거운 돌화덕에 나무로 불을 지펴 15분가량 구워내는데, 기름기가 적어 느끼한 음식을 멀리하는 여성들과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이태리어로 ‘행복한 장소’를 뜻하는 라리에또에 들어서면 그 이름만큼이나 편안하고 노을빛 조명사이로 흐르는 고즈넉한 음악은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잠시나마 차분히 가라앉힌다. |
| 대학가에 위치한 터라 가격이 저렴한데 이에 반해 메뉴는 수준급이다.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13년간 요리를 업으로 해온 주인은 프랑스에서 3년, 뉴욕에서 1년간 파티쉐로 일한 경력이 있다. 프랑스 요리를 배우다 이태리 피자를 굽게 되었다는 아이러니가 있지만 유럽식 분위기와 식사매너가 느껴지는 것이 그런 특색 때문이다. 주 메뉴는 물론 이태리피자. 콘타디나, 마르게리타, 휭기, 파타테 등 모든 이름이 이태리어라 읽기조차 쉽지 않은데 그 중 이태리의 3대 치즈에 손꼽히는 고르곤졸라 치즈를 주인공으로 한 고르곤졸라피자가 있다. 이 피자는 특이하게도 달콤한 꿀과 함께 나오는데 이유는 고르곤졸라 치즈의 푸른 곰팡이가 톡 쏘는 알싸한 맛을 내기에 꿀을 곁들이면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이 난다. 직접 담가 더 아삭아삭한 상큼한 피클이 곁들여지고, 얇은 도우는 씹을수록 고소하며 칼로리의 부담이 적어 한 조각만으로도 배가 차버리는 두꺼운 피자처럼 부담스럽지 않다. 사이드 메뉴는 스파게티와 파스타. 토핑이 별로 없는 피자가 밍숭맹숭하다면 신선한 해물과 토마토소스의 마레 또는 여러 번 볶은 크림소스가 고소한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도 이태리의 풍미를 전해준다. |
| 12월에는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 중인데 하루 전에 예약하면 파티쉐 출신의 주인이 특별한 날을 맞은 손님들에게 케이크를 주문받는다. 식사와 함께 향긋한 와인이 깊은 맛을 더하는데 좋아하는 와인을 가져온다면 따로 코키지 차지를 지불하지 않고 즐길 수 있어 와인동호회도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
| 연말이다. “年末” 해 년, 끝말 로 이뤄진 이 단어 속에 올 한해가 들어있다. 울고 웃었던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맞고, 어떤 이는 뜻 깊은 선택을 하며 또 어떤 이는 그저 조용한 한 해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지나가는 세월은 없다. 가령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탄하더라도 그 후회 속에는 다시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배움을 얻었을 테니 말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연말을 맞겠지만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점이다. 서로 간에 오가는 정다운 이야기는 따뜻한 기류를 흐르게 하고 맛 좋은 먹을거리는 즐거움을 더할 것이다. 12월에는 이태리 피자를 굽는 화덕 속의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그리고 그 뜨거운 열기처럼 따뜻하고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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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to 라리에또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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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용차_경부고속도로-부산IC-남구 방향-경성대 · 부경대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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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_지하철 2호선 경성대 · 부경대역 던킨도너츠 골목 50미터 지점 |
| 문의_051-611-0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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