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마다 12월이 되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따뜻한 크리스마스, 신나는 겨울방학 그리고 한해를 마무리 하는 송년회. 실제로 송년회 모임이 많아지기 시작하니, 사람들을 만나 지나간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한 해를 정리하는 것과 무슨 상관있나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송년회를 핑계 삼아 바쁜 삶 속에서 잊혀져 가는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자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 |
| |
 |
동창 모임, 회식 자리, 가족 모임까지 각종 송년회로 12월의 다이어리는 연예인 스케줄 저리가라 할 정도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송년회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알게 된 것 하나. 무엇보다 ‘만남의 장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들의 경우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자연스럽게 거리감을 줄여주는 일등공신이 되어주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이냐는 것만큼이나 어디로 무엇을 먹으러 가는지도 중요하다. |
| 새롭고 맛있는 음식이 다양하게 있지만, 수원의 최대 최고 먹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수원갈비’이다. 갈비면 갈비지 수원갈비는 뭐냐고 하실 분, 분명히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잠시 부연 설명을 하자면, 갈비라는 명칭은 소의 한 부위를 가리키는 것이 맞다. 그에 비해 수원갈비는 수원지역에서 발달한 고유한 비법으로 양념을 한 갈비를 가리킨다. 크기와 양념 방법은 수원 갈비의 가장 큰 특징이다. 7~11센티미터에 |
|
| 이르는 갈비대의 크기는 다른 지방의 갈비보다 큰 편이기 때문에 수원 갈비와 타 지방의 갈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꼽힌다. 또 하나, 수원갈비의 양념은 간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간장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소금에 고기를 재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다. 게다가 소금에 고기를 재면 간장에 비해 굽는 과정에서 고기의 수분을 덜 빼앗겨 맛과 육질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
|
| 그렇다면 쇠고기와 수원은 대체 어떤 밀접한 관계냐 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갈비가 발달하려면 일단 재료를 쉽게 얻는 것이 가장 큰 조건이 될 터. 역시나 수원에는 수도와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우시장이 발달해 있었고, 이 시장은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유통의 중간 단계가 줄어들수록 소비자가 좋은 물건을 싸게 손에 넣을 수 있고, 자연히 그런 사업이 발달하게 된다. 그 일환으로 영동시장의 ‘화춘옥’이라는 식당이 탕에 갈비를 넣어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갈비탕의 경우, 시도는 좋았지만 비싼 한우 갈비를 사용하다보니 아무래도 수지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양념한 갈비였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는 대로, 대박이었다. 달콤한 양념에 알맞게 재어진 부드러운 고기 맛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내노라하는 정치가나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사실이 갈비의 인기에 가속도를 붙여 결국 수원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그 후 수원 갈비는 그 이름을 달고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고, 당연히 수원 시내에서 갈비집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
|
| 하지만, 이렇게 맛이 좋다고 소문난 수원갈비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수 있다. 보통 1인분에 2~3만 원 정도인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나는 만큼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기보다는 특별한 모임, 이를테면 송년회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
| |
|
|
|
|
| |
|
| 하나의 음식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그 음식을 다루는 식당이 많아지고, 식당 간판에는 서서히 원조라는 글자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작게 강조문구로 들어가다가 어느새 식당 이름이 되어버리고, 심하면 원조임을 강조하기 위한 ‘진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수원갈비도 마찬가지라 수원시내의 수많은 고기집들 중 제대로 된 곳을 찾기란 사실 수원사람에게도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 실력을 공인받은, 실패할 위험부담이 적은, 수원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가장 인기 있는 두 곳의 수원 갈비집을 소개하기로 하겠다. |
|
| 첫 번째는 가보정이다. 이름을 대면 ‘아, 거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곳이다. 처음 방문한 곳에서 맛집을 알려면, 무조건 사람이 많은 곳에 들어가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가보정은 그 말에 딱 들어맞는 곳인 듯 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곳에서 갈비를 맛보았는지, 얼마 전 본관 건물 맞은편에는 5층짜리 신관 건물이 새롭게 들어섰다. 이 건물에는 널찍한 주차 공간과 함께 개인이나 소규모 가족 단위는 물론 다양한 유형의 대규모 모임도 치룰 수 있도록 넓은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아늑한 분위기의 개별 룸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서 모임의 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깔끔한 실내에 앉아서 갈비가 구워지길 기다리는 동안 갖가지 밑반찬들이 등장해 상위를 꽉 채운다. 단호박을 넣은 달콤한 부침개, 새콤한 드레싱을 얹은 신선한 샐러드, 새콤 달콤 매콤한 게장, 몸에 좋은 산나물도 빠지지 않는다. |
|
| 갈비를 먹기 전, 식욕을 돋우기 위해 물김치를 먹어주도록 하자. 시원하면서 매콤한 맛이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며 고기요리를 더욱 기대하게 해준다. 쇠고기의 육질과 맛을 그대로 즐기기 위해서 생갈비를 선택했다면, 소금간만으로도 충분하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는 쇠고기 맛을 음미하다보면 절대로 채식주의자가 될 수 없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생갈비에 비해 양념갈비는 양념의 맛이 느껴질 듯 말 듯 강하지 않게 고기 속에 녹아있는 것이 좋다. 마치 원래 쇠고기는 그런 맛이라는 듯이 양념이 쏙 스며들어 있었다. 음식의 맛이나 식당의 분위기 모두가 역시 입소문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
|
| 두 번째 수원 갈비집은 화춘옥이다. ‘화춘옥’이라는 이름은 수원갈비의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전통을 품고 있다. 가보정이 갈비계의 아이돌이라고 한다면, 화춘옥은 실력파 아티스트라고나 할까. 어딘지 전통에 맞는 깊이 있는 맛이 있다. 이런 맛이 가능한 이유는 3대에 걸친 긴 세월동안 대를 이어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화춘옥 갈비의 특징은 초벌구이한 갈비를 손님상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큰 화덕의 숯불 위에서 단시간에 고온으로 빠르게 구움으로써 고기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로 줄이는 방법이라고 한다. 최초의 ‘수원갈비’ 이름을 걸고 있는 만큼, 뿌리에 대해서 자신 있는 화춘옥은 그 자신감만큼이나 사람들의 오랜 믿음이 함께하고 있는 곳이다. |
|
| 대표적으로 소개한 곳은 이 두 곳이지만 수원에는 정말 맛있는 갈비집이 많다.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는 갈비거리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많은 갈비집들이 모여 있고, 소나무로 유명한 노송지대 거리에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갈비집이 많으며, 최근에 인기가 높아진 인계동 먹자골목에도 갈비집이 여럿 들어섰다. |
|
|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와 함께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먹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참 행복한 일이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숯불 곁에 둘러앉은 사람들. 그것만으로도 정겨운 연말 분위기를 만들기에 그만이지 않을까. 더불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천천히 즐기면서 지나간 일년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일년을 맞이할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잡으시길 바란다. |
|
| |
|
| how to 가보정, 화춘옥 가는 길 |
|
| 승용차_수원역-권선구청-성빈센트병원-동수원사거리 우회전-오산방면 |
|
| 대중교통_83번 시내버스 이용, 동수원 사거리 하차 |
|
| 문의_가보정 031-226-8888 www.hwachoonok.com |
| |
화춘옥 031-238-3883 kabojong.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