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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타가 있는 항구지역을 벗어나 완만한 경사의 언덕배기가 시작되는 몰타의 중심부로 향하면, 섬 중간에 우뚝 솟은 낡은 성이 보인다. 몰타 특유의 석회암으로 축조된 성은 지중해의 바람과 태양을 맞으며 조용히 시간을 먹어 오고, 세월의 먼지까지 얹혀져 아주 옅은 노란빛을 발하는 이 곳은 발레타 이전의 수도였던 임디나(Mdina)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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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색 도시의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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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이후에 생성된 유럽의 산물이 고스란히 남은 덕에 유러피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기도 하지만 중세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더 오래전 역사도 몰타에 남아 있다.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 대거 출토되었고, 몰타 특유의 라임스톤(Limestone, 석회암)을 채취하던 라임스톤 유적지(The Limestone Heritage)가 그 곳이다. |
| 비행기가 몰타에 닿고, 공항에서 이동을 하는 순간부터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색은 아마 노란색일 것이다. 개나리꽃이나 바나나의 노란 빛과는 좀 다르다. 해변 모래사장의 색을 비유할 수 있으려나. 짙은 톤의 노랑 혹은 옅은 황토빛을 띠는 건물이 몰타를 채우고 있다. 기사들이 쌓은 성이나 몰티즈가 거주하는 주택, 새로 지어진 건물들까지도 한결같이 모래빛의 돌로 지어졌다. 라임스톤(Limestone)이라 불리는 석회암이 그 재료인데, 칼로 반듯하게 잘라둔 두부의 단면처럼 매끄럽게 잘린 석회암이 벽돌 대신 건축 재료로 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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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몰타에 라임스톤이 풍부하기도 했고, 건물이 한결같이 라임스톤 일색인지라 이제는 이 노란 빛을 띠는 건축물이 몰타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붉은 벽돌건물이나 회색빛 시멘트 건물이 들어선다면 백조 무리에 낀 오리처럼 이질감이 확연하게 드러날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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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라임스톤 유적지에서는 여행객들에게 몰타를 보여줌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학습의 기회도 제공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조들이 어떻게 라임스톤을 채굴하고 가공해서 사용했는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비디오 시청. 영상이 시작되면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통역기를 이어폰 삼아 귀에 꽂고 시청하면 되는데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준비해 놓았다. 짐작하다시피, 한국어는 물론 없다.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고서는 여행지에서 한국어 안내를 받을 확률이 극히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 여행객의 수가 그들에 비해 적은 탓도 있겠지만, 몰타에서는 한국을 아예 모른다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사실, 취재차 마샤슬록(Marsaxlokk)의 수산시장을 방문했을 때의 에피소드다. 전형적인 지중해인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어디서 왔니?” 하길래 “한국이요”라고 대답했더니 가뜩이나 호탕해 보이는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반응치고는 생뚱맞은 듯 해 한국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또 한번 크게 웃으며 “몰라”하는 그의 대답에 질문했던 내가 괜히 머쓱했던 기억이 난다. 하긴, 자갈치 시장의 할머니가 외국인에게 “니 오데서 왔노?”했을 때, 상대방이 투발루, 혹은 뉴 칼레도니아라는 이름을 들먹인다면 할머니의 반응도 그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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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물을 본 후에는 야외에 전시된 유적지를 순서대로 돌아보면 된다. 영상물에서 소개된 내용들이 차례대로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고, 전시관의 마지막 코너는 아이들의 체험장이다. 라임스톤을 이용해 작은 돌조각을 만든다든지 기념품을 만드는 코너인데, 물론 어른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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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도시 따라 걷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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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타 섬의 단면을 본다면 중심부에서 동쪽의 해안가를 향해 비스듬히 경사가 졌다. 그 경사가 시작되는 중간 쯤, 몰타의 옛 수도 임디나(Mdina)가 있다. 포구를 따라 벽을 쌓은 발레타와 달리, 육지에 우뚝 솟은 임디나의 성은 주변의 편평한 지대와 비교되어 더 위압적이고 고풍스러운 모습이다. |
| 깊이 파인 호(濠. 성벽 바깥에 도랑을 파서 물을 괴게 한 곳)를 가로지르는 육중한 돌다리를 건너면 성벽 안의 임디나로 들어가게 된다. 호라고 해봐야 지금은 올리브나무가 자라고 있고 주변의 바닥에는 푸릇푸릇한 잔디가 깔려 있어 작은 정원을 연상시키지만, 그 옛날 임디나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용이 지키는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하기 위해 백마를 탄 왕자가 돌다리를 건너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불러 일으키는 그 장면이 어렵지 않게 오버랩된다. 성곽 안에 마을이 조성되었던 조선시대처럼 높고 두터운 담이 마을의 둘레를 감싸고 있는 이곳은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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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었다. 돌다리를 건너 아치문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작은 광장과 그 모퉁이마다에서 연결되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은 라임스톤의 연노란색을 띠고 있고, 켜켜이 쌓아 올려진 석회암 건물에서 세월의 공고함이 엿보인다. 높은 집과 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연결되는 임디나는 옛날부터 벽의 도시(The Walled City)로 불렸다(아랍어로 ‘임디나(Mdina)’가 벽의 도시라는 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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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디나의 역사는 꽤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BC 1,000년 경 페니키아인들이 몰타를 침범했을 때, 그들만의 은신처를 이 곳에 지었고, 나중에 로마인들이 재건축을 했다. 16세기에 기사단이 발레타에 요새를 쌓으며 몰타를 방위했을 때는, 몰타의 귀족들이 거주하던 곳 역시 여기다. 그래서 귀족의 도시(Citta Notabile, Noble City) 또는 고요의 도시(The Silent City)로 불리기도 한다. |
| 좁고 긴 골목이 연결되기는 발레타와 마찬가지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임디나의 골목길은 유연하게 구부러져 있다. 발레타가 군사들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가로와 세로로 막힘 없는 1자 도로를 만들었다면 임디나는 만약의 경우, 방위가 무너졌을 때를 대비해 총탄을 피하기 쉽고, 적에게 쫓기더라도 숨기에 편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
| 얼핏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임디나는 현재 몰타의 비버리힐스로 통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의해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이고, 성의 외곽에서 몰타와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환상의 뷰를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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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의 집을 엿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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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정문에서 메인 스트리트(Triq Villegaignon)를 지나 성 외곽의 뷰 포인트에 닿기 전, 팔라초 팔슨(Palazzo Falzon)의 저택을 만난다. 15세기 후반에 지어진 이 집은 실제 임디나에 살았던 당시 팔슨 가(家)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에서야 일반 관람객이 방문할 수 있도록 공개되었는데, 돌에서 물이 퐁퐁 솟는 작은 분수대가 있는 마당을 중간에 두고 ㅁ자로 3층 건물이 들어섰고 건물 안에는 중세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된 방, 호화로운 응접실과 침실, 작은 도서관과 예배실 등 개인적인 공간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물품들이 보관되어 있다. 기사들의 갑주와 투구가 전시된 방에는 여러 가지 용도로 쓰였을 듯한 활과 창, 방패, 녹슨 검을 비롯해 고문기구까지 갖춰져 있다. 유럽과 이슬람의 문화가 절묘하게 섞인 듯한 부엌에는 낡은 화덕 옆에 청동 냄비들, 터키풍의 타일로 장식된 오븐과 화덕도 갖춰져 있다. 하우스 박물관(House Museum)이란 말에 어울리도록 전시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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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유물들은 비록 개인 소유물이었던 만큼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당시 임디나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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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임디나는 유적지인데도 여전히 6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물론, 옛날부터 임디나에 거주했던 귀족들의 후손이 지금도 이 터를 지키고 있는 것이고, 귀족의 푸른 피(Blue Blood)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들은 임디나를 떠나지도, 그렇다고 다른 이들이 임디나로 이주해 올 수도 없다. 임디나에 거주하는 귀족의 후손들 중, 인구아네즈 가(Casa Inguanez)와 테스타페라타 가(Casa Testaferrata)는 론리 플래닛에도 소개되었는데 실제 그들의 집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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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도시, 라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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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족들의 생활공간이던 임디나의 성문을 빠져 나오면 그 주위는 서민들이 거주하던 마을, 라밧(Rabat)이다. 임디나를 중심으로 불규칙적으로 여기저기 뻗어나간 길은 임디나보다 훨씬 복잡하다. |
| 임디나의 정문(Greek's Gate)에서 정면으로 뻗은 길을 곧장 따라가면 성 바울의 교회(St. Paul's Church)다. 몰타의 역사에서 기사단의 얘기를 빠뜨릴 수 없듯 국민의 대부분이 가톨릭(Roman Catholic) 교도인 이 나라에서 성 바울의 존재 역시 의미가 싶다. 성 바울이 몰타에 와 사람들을 모아놓고 전도를 했었던 일을 기리는 성당이 1675년에 세워졌고, 그가 사람들에게 설교를 했다는 교회 지하에 있는 동굴(Grotto of St. Paul) 역시 라밧의 명소가 되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지금까지도 몰타가 중요한 성지순례 코스임은 물론이다. 개인적으로 라밧에서, 아니 몰타에서의 취재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 중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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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성 바울의 카타콤(St. Paul's Catacomn)에 갔던 일이다. 라밧 시내의 중심에 작은 대문 하나만 열고 들어가면 되는 곳인지라 별 생각 없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대강의 설명을 읽고, 브로슈어까지 하나 챙겨들고는 가이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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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亡) 자와 산 자가 교류하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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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통틀어 카타콤이 있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 로마에 초기 기독교도의 피난처였던 카타콤이 있지만, 도시 외곽에 위치했었고 마을에 카타콤이 있는 곳은 몰타가 유일하다고 봐도 좋다. 게다가 로마의 카타콤은 지금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지하라고는 해도 그리 깊지 않았고, 입구에서 스며드는 지상의 빛이 거의 입구까지 따라 들어오는지라 특별히 어둡다거나 폐쇄되었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계단이 닿는 입구에 좀 널찍하다 싶은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좁은 통로가 연결된다. 통로의 입구에서부터 망자가 누웠던 자리를 양쪽으로 볼 수 있다. 머리가 놓였으리라 짐작되는 부분에는 베개를 대신한 듯 다른 부분보다 돌이 볼록하게 올라와 있고, 동그란 뒤통수를 편히 누일 수 있도록 베개의 중간은 살짝 오목하게 패여 있다. 한명이 들어갈 만한 묘가 대부분인데, 어떤 곳은 여러 개의 자리가 함께 있는 공간도 있다. 아마 가족 전체가 합장 되었던 듯 어른 두 명의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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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와 그 보다 길이가 짧은 아이의 자리, 아기가 있었으리라 추측되는 50센티미터가 겨우 되어 보이는 자국도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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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까지만 해도 마냥 신기해하며 둘러보다가, 갑자기 소름이 오싹 끼친 것은 통로의 구석을 향해 한참이나 들어갔을 때였다. 사방이 무덤이지만 특별히 그 공간을 의식하지는 않았는데,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 가이드가 벽에 손을 한번 대보란다. 주위가 꽉 막힌 음습한 지하에는 시간이 정지된 듯 조용하기만 하고 공기조차 그 공간에서만 머무는데, 벽에 손을 대니 머리가 닿을 듯한 천장 바로 위에서 따뜻한 바람이 손에 닿는 듯 싶었다. 눈이 동그래져서 가이드에게 이유를 묻자, 그녀도 이유를 알 수는 없는데 매번 카타콤에 올 때 마다 여기서 더운 바람이 분다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순간 갑자기 온 몸이 쭈뼛해져서는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
| 따지고 보면 라밧 일대가 공중묘지이다. 성 바울의 묘소가 이 곳에 있는 까닭에 많은 몰티즈들이 죽음을 맞으면 그의 옆에 묻히고자 했다. 카타콤도 마찬가지지만 라밧 일대도 처음에는 성 바울 주위로 묘소가 하나둘씩 늘어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방팔방으로 묘지가 번져나갔다. 덕분에 2차 세계대전 때, 많은 사람들이 카타콤에 숨어 공습을 피할 수 있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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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임디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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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디나를 다시 찾은 것은, 몰타를 떠나기 전날 밤이었다. 몰타관광청 담당자가 안내한 쓰리 시티의 바에서 베일리에 얼음을 서너 조각 넣어 5분 만에 후딱 마시고는 향한 곳이 임디나. 시간에 쫓기며 가이드와 허둥지둥 돌아본 곳을 저녁에 다시 보는 기분은 새로웠다. 온통 노란 빛이던 성벽도 밤에는 조명을 받아 은색으로 보였고, 호에 심어져 있는 올리브나무의 이파리도 온통 은색으로 반짝였다. |
| 구불구불한 골목길의 담벼락에 간간이 불 밝히고 있는 조도 낮은 가로등이 어두운 시야를 잠깐씩 밝혀줄 뿐이었다. 임디나의 뷰 포인트(Pjazza Tassur)를 향해 가느라 메인 스트리트를 지나는데 저 앞에서 걷던 연인이 걸음을 멈추고는 키스를 한다. 밤에도 수첩과 펜을 옆에 끼고, 포토그래퍼는 무거운 카메라를 어깨에 멘 채 낑낑대며 걷는데 누군가에게 임디나는 중세의 로맨틱한 데이트 코스인가보다. 질투보다는 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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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뒷모습이 예뻐 보인다 생각하며 지나치고는 뷰 포인트에 섰다. 온통 깜깜한데 드문드문 차도의 가로등이 켜진 차분한 몰타의 야경을 잠시 내려다보고는 곧 다른 골목길로 발을 옮긴다. 카페 폰타넬라(Fontanella Tea Gardens)에서 초콜릿 케이크와 거품이 풍부한 카푸치노를 앞에 두고는 수다를 떨자 취재하느라 몇 일간 동동거렸던 바쁜 마음에도 조금 여유가 찾아온 듯 했다. |
| 일정이 끝난 자유로움도 자유로움이지만, 사실 몰타에서 마셨던 커피는 대체로 맛있었다. 마감기간이 아니어도 하루에 한잔 씩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뭔가 빠진 듯 허전한 기분이 되는, 커피중독증이 심한 기자에게 매 끼니마다 라바짜(Lavazza)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몰타는 꽤 괜찮은 곳이었다. 기품 있고 위엄 있는 낮의 임디나보다 밤의 임디나가 더 마음에 맺히는 이유도 폰타넬라의 초콜릿 케이크와 카푸치노가 함께 했었기 때문인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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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딩글리 클리프 (Dingli Clif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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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중해의 정중앙에 떠 있는 몰타는 유럽, 아프리카 양측 모두에서 가깝다. 이탈리아의 시실리(Sicily)나 아프리카의 튀니지(Tunisia)와는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는데, 몰타 섬의 서남쪽의 딩글리 클리프에 서면 아프리카의 리비아(Libya)가 보인다. 물론, ‘날씨가 맑을 때’라는 전제조건이 따라붙지만. 부산의 영도에서도 맑은 날이면 대마도가 보인다고는 하지만 고향이 부산, 그리고 영도인 기자도 아직 한국 땅에 서서 대마도를 눈으로 본 일은 없다. |
| 중세 몰타의 건축가였던 토마소 딩글리(Tommaso Dingli)에서 이름을 딴 딩글리 클리프는 몰타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절벽 아래로 층층이 보이는 계단에 돌이 많아서인지 위에 서면 제주도의 우도에 와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가장 높다지만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데, 그도 그럴 것이 높이는 고작 220미터다. |
| 주위에 시선을 가릴 만한 곳이 아무 데도 없어 딩글리 클리프에서 양팔을 쭉 뻗고 서면, 뒤로는 짙은 남빛의 지중해와 구름이 전부인 사진을 가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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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메르디아나 와이너리(Merdiana Winery) |
| 몰타에도 ‘메이드 인 몰타(Made in Malta)’ 와인이 있다. 비가 자주 오지 않아 토양이 건조하고 지중해 지역의 거센 북서풍의 영향으로 몰타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드라이한 맛이 특징이다. |
| 몰타에서 자체 생산하는 브랜드의 와인이 몇 개가 되는데 그중 메르디아나 와인이 유명하다. 1984년에 오픈한 이곳은 2종류의 화이트 와인과 4종류의 레드 와인을 판매하는데, 매년 10~12만 병이 생산된다. |
| 특유의 드라이한 맛 때문에 전형적인 몰티즈 퀴진인 토끼요리나 집에서 직접 만들어 짭짜름한 맛이 특징인 고조(Gozo)의 양젖으로 만든 치즈와 잘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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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몰타 익스피리언스(Malta Experience) |
|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부분이 큰 만큼 몰타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시설이나 배려가 잘 되어있는데 그중 하나가 몰타 익스피리언스(Malta Experience)이다. 극장에서 몰타의 역사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다른 나라의 관광지에서는 자칫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을 몰타에서는 그들의 오랜 역사와 엮어 하나의 관광코스로 만들어냈다. |
| 발레타에는 몰타의 전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몰타 익스피리언스가, 임디나에는 임디나의 옛날을 보여주는 임디나 익스피리언스(Mdina Experience)가 따로 있다. 극장의 입구에는 다양한 종류의 물건이 비치된 기념품 숍이 있어 여행자들의 기념품 쇼핑 장소로도 인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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