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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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몰타] 도시분류 :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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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고조에서의 평온한 하루_GOZO

이방인들에게는 섬 자체가 천연의 휴양지인 몰타 섬에 사는 몰티즈에게도 그들이 손꼽는 훌륭한 휴양지가 있다. 몰타를 구성하는 3개의 섬인 몰타(Malta), 고조(Gozo), 코미노(Comino) 중 가장 북쪽에 있는 고조 섬이 바로 그 곳이다. 페리로 20여 분이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고, 하루에 한시간 간격으로 운항하는 덕에 그들의 휴양지 고조로 가는 길은 늘 열려 있다. 하지만 몰티즈에게도 발레타에서의 빡빡한 스케줄이 있기에 고조에서의 휴식은 선뜻 손에 잡을 수 없는 로망이다.

고조로 가는 첫걸음

“뛰어요, 뛰어. 페리를 놓치면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된다구요.”

약속시간 보다 5분이나 일찍, 만나기로 한 호텔 로비에 나와 기다렸건만 무려 15분이나 늦게, 차가 많이 밀렸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며 나타난 그녀는 강한 이탈리아 악센트의 영어를 구사하는 몰타 가이드였다. 늦게 나타난 그녀 덕분에 철키와(Cirkewwa) 선착장의 주차장에서부터 페리가 정박한 곳까지 500여 미터나 되는 거리를 정신없이 뛰다 보니 짜증이 스멀스멀 오른다. 하이힐을 신고도 잘만 뛰는 그녀의 뒤를 따라 출발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 우리가 탄 뒤로 페리의 문이 스르르 닫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동차와 자전거 등이 열맞춰 주차된 1층을 지나 2층의 선실로 올라서니 페리 내부가 꽤 넓다. 중간에서 각각 페리의 양 끝을 바라보는 매점에는 음료며 스낵 등의 군것질 거리와 몰타의 지도,안내서 등이 함께 비치되어 있다.

데크로 난 문을 열고 나가자 밖에도 사람이 가득하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몰티즈보다는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간이 의자에 앉아 얘기 중이거나, 뱃전에 기대 멀어지는 선착장을 보며 서 있다. 뭍에서 보이던 물색도 짙었지만, 배에서 보는 지중해의 물길은 더 까마득하게 깊다.

고조 여행의 시작점, 임자르

페리가 출발한 지 채 10여 분이 지났을까. 고조를 향해 오른편으로 코미노 섬을 스치고 5분 쯤 더 가서 고조의 임자르 항구(Mgarr Harbour)에 닿았다. 1층에서 대기하던 오토바이를 선두로 자동차가 줄지어 내리고 나자 사람들도 내리기 시작했다.

작은 항구를 앞에 두고 뒤로 보이는 섬은 조금씩 경사가 높아지며, 그 층층이 옅은 모래색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특이한 것은 항구 위로 난 층층이 돌계단의 절벽에 선인장이 가득하다. 길가의 화원에서 내놓은 작은 화분 속의 빨갛고 노란 빛깔의 앙증맞은 선인장이 아니라, 줄기 하나의 크기가 알로에만큼 커서 선인장 나무처럼 보인다. 가로수처럼 길 중간에 덩그러니 서 있는 건 아니지만 고조뿐 아니라 몰타 섬에서도 길가 담벼락에 몸을 기댄 채 밖으로까지 뻗어 나온 큰 선인장 나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몰타 자체의 면적이 워낙 작아서 고조는 그보다 더 작은 시골일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고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라바짜(Lavazza)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였다. 어디를 가든지 항상 ‘어디서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가 가장 궁금한 기자에게는 항구 바로 앞의 카페에서 라바짜 씩이나 제공하는 센스에 감동받았다. 항구에서 섬의 중심가인 빅토리아(Victoria)를 지나 반대편 해안가 드웨이라(Dwejra)까지를 가로지르는 1번 도로 지나면서 제법 많은 것들이 보인다. 친숙한 브랜드의 패스트 푸드점과 자동차 대리점의 간판에 왠지 마음이 놓인다.

안과 밖을 넘나드는 담청색 바다

	섬 동남쪽인 임자르 항구에서 정 반대편에 있는 드웨이라로 가는 길은 평탄하다. 섬의 중간에 있는 빅토리아의 지대가 높아서 오르막길을 올라갔다가 다시 드웨이라를 향해 비탈이 시작되지만 경사도가 낮아 걸어도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드웨이라에 거의 도착했을 때 쯤, 라임스톤 채석장이 여기에서도 보인다. 온통 연노란색 일색이어서 사방에 먼지가 자욱한 듯 보이는데 여기서 잘라낸 돌은 네모반듯하게 손질되어 고조나 몰타의 건설현장으로 이동된다.
	채석장을 감고 비스듬히 경사를 따라 내려가면 인랜드 씨(Inland Sea)로 연결된다. 내륙에서 바다 쪽으로 뻗어 나온 큰 바위절벽의 입구 아랫부분이 뚫려 있어 그 사이로 지중해의 물길이 넘나드는데, 절벽의 경계를 넘어 내부에 와 닿는 바다를 그리 부른다. 섬 연안부터 수심이 깊은 지라 부근에서 요트를 타는 사람이 많아, 그들의 요트를 정박시켜두거

나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인기있는 장소이다. 인랜드 씨와 절벽 바깥의 경계를 이루는 바위 아래 틈은 아주르 윈도(Azure Window)라 불린다. 담청색으로 맑게 빛나는 물빛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신기하게도 누가 손질을 하기라도 한 듯 윈도의 윗부분이 아치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바위 절벽 위를 걸어 다닐 수 있었는데, 태풍 때문에 윈도 윗벽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지금은 통행이 금지되었다고.

지구 온난화 때문에 북극의 얼음이 녹아버렸듯이 인재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고조 섬의 아주르 윈도나,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12사도상 중 하나의 붕괴소식은 새삼 안타깝다. 처음부터 자연이 만들어낸 비경을 결국 자연이 되가져가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타 피누에서 소원을 비세요

완전한 것 같으면서도 사람만큼 빈틈이 있고 불완전한 존재가 없기에, 의지할 수 있는 어떤 대상이 필요했고 그것이 아마 종교의 시작을 자극했을 것이다. 믿음의 대상이 있다는 자체로도 위안이 되고 안정을 얻지만, 가끔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배려를 베풀기도 한다. 어느 나라에서 성모 마리아상이 눈물을 흘렸다거나, 우리나라 시골의 어느 절에 있는 돌거북에게 소원을 비면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등 사람들의 믿음에 한층 박차를 가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 예다. 맹목적인 믿음과 복종에도 한계가 있으니 그 증거를 보여주거나 더한 신념의 계기를 주는 것이다.고조에는 그런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타피누 성당(Basilica of Ta' Pinu)를 찾는 이들이 많다. ‘무엇이든 들어드립니다’류의 대책 없는 허풍이 아니라, 아픈 이들이 완쾌하기를 염원하는 장소이다. 성당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1575년 경에 지금의 자리에 성당이 하나 생겼는데, 평범한 성당에서 특별한 소망을 비

는 장소로 의미를 더한 것은 1800년대 후반의 일이다. 한 여인이(몰티즈는 여인을 ‘아워 레이디(Our Lady)'라 칭한다) 아픈 몸을 추스르러 요양차 고조에 머무는 동안 매일 성당에 와서 기도를 했는데 1883년, 성처녀 메리(Virgin Mary)의 음성을 듣고 기적처럼 완쾌된다. 그뒤 1920년대에 이탈리아 풍으로 재건축되었고, 병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은 그녀의 묘가 제단 뒤에 안치되어 있다.

지금까지도 타피누 성당은 병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의 많은 염원을 담고 있다. 중앙 예배실을 기준으로 양쪽 복도의 천장과 벽에는 아픈 이들의 사진과 사연, 그리고 팔이나 다리를 위한 깁스와 허리에 착용하는 깁스베트(Gipsbett) 등이 걸려 있다. 복도를 돌며 전시된 의료기구와 사연 등을 읽고 나면 중앙 예배실의 제단 앞으로 연결되는데,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아저씨가 한분 계셨다.

제단 앞에 놓인 종이상자에서 ‘타 피누의 아워 레이디에게 보내는 기도(Petitions, To Our Lady of Ta'Pinu)'라고 쓰인 종이봉투를 꺼내 들면 누구를 위해 기도하는지, 어떤 것을 기도하는지를 체크하는 항목이 길게 명시되어 있다. 설문조사를 할 때처럼 원하는 칸에 체크를 하고 밀봉해서 대나무 바구니에 넣으면 봉투는 그대로 소각된다. 그 때문인지, 봉투에 절대 돈을 넣지 말라는 문구도 함께 명시되어 있다. 왠지 성당이 주는 기적이 전혀 과장일 것 같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간다.

지중해의 맛

타피누에서 나와 고조의 북쪽에 있는 주간티아 템플(Ggantija Temple)로 향하는 길은 왼편으로 바다를 끼고 이어진다. 북지중해의 저편으로 고작 9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이탈리아의 시실리(Sicily)가 있다. 시실리나 튀니지에서 이리 가까우니, 지금이야 인기있는 관광지가 되었지만, 싸워서 이기면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던 옛날에는 여기저기서 외침을 많이 받았던 상황도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지금은 터만 남고(그 남았다는 터도 거의 붕괴되어 담벼락 일부가 고작이다) 다른 시설들은 찾아볼 수 없는 주간티아 템플은 가뜩이나 고풍스러운 몰타의 오랜 역사를 또 한번 보여준다. 가이드는 BC 3600년에서 3000년 경 사이에 생겼다고 추정되는 이 곳이 영국의 스톤 헨지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졌다고 강조한다. 허물어지고 벽 터만 남았는데도 유럽의 단체관광객들로 붐비는 인기 있는 코스다. 사람의 물결을 피해 슬그머니 템플을 빠져 나온다. 입구로 향하는 길의 담벼락에

도 ‘덩굴’이 아니라 ‘나무’라 표현해야 딱 어울릴 것 같은 거대한 선인장 덩굴이 담장에 몸을 기대고 있다.

템플 정문을 나서는데 낮은 돌담에 길이가 한 뼘 남짓 되어 보이는 잼 병을 여러 개 올려두고 판매하는 아저씨가 그늘에 앉아 있다. 고조에 살며 직접 농사를 지어 과일과 잼을 만들어 판다는데 종류가 다양하다. 고조 뿐 아니라 몰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선인장을 재료로 한 선인장 잼(Cactus Jam)과 지중해가 원산지인 캐러브(Carob)로 만든 캐러브 시럽(Carob Syrup), 서양배로 만든 잼(Pear Jam), 오렌지 마멀레이드 등 지중해의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올가닉 재료로 만든 잼과 시럽이 잔뜩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구하기 힘들겠다 싶어 캐러브 시럽과 선인장 잼을 골라들었는데 목감기에 걸렸을 때 따뜻한 물에 캐러브 시럽을 타서 먹으면 좋다는 친절한 설명도 따라온다. 마감이 끝난 휴일 아침에 캐러브 시럽을 넣은 머그잔 가득 뜨거운 물을 붓고, 촉촉한 빵에 선인장 잼을 발라 여유 있는 식사를 해도 좋겠다.

고조의 고요한 중심가

고조의 외곽부터 한바퀴 돌아본 터라, 몰타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을 때 남은 취재장소라곤 고조의 수도인 빅토리아(Victoria. 고조 토박이들은 ‘라밧(Rabat)’이라 부른다)가 마지막이었다.

몰타의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이듯 빅토리아의 중앙에도 시타델(Citadel, Il-Kastell)이 서 있다. 고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솟은 터라 시타델에서는 고조 섬은 물론이고 그 주변의 바다의 풍경까지 한 눈에 관측할 수 있었다. 투르크에서 공격을 해오거나 인근을 지나던 해적이 고조에 내리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시타델로 뛰어들어 성문을 닫아버렸다.

중세시대부터도 군사들의 병기고와 감옥으로 쓰이던 터라 성벽 내부에는 선조들이 남긴 역사적인(?) 낙서가 아직 남아 있다. 어떤 역사의 흔적이든지 잘 채색해서 그들의 유산을 알리는 몰티즈는 고조의 시타델을 ‘몰타에서 가장 옛 낙서가 많이 남은 곳’으로 홍보한다. 정문에서 바로 보이는 어슘션 성당(Cathedral

of the Assumption)에는 돔이 없다. 17세기에 성 요한 기사단의 단장이었던 레이먼 드 페레로스(Ramon De Perellos)의 지휘하에 임디나의 성 바울 성당을 건축했던 건축가 로렌조 가파(Lorenzo Gafa)가 성당을 축조하기 시작했는데, 경비의 부족으로 끝내 돔을 완성하지 못 해, 다른 성당과 달리 편평한 지붕만이 남아 있다. 성당의 왼쪽 샛길을 따라 곧장 올라가면 얼마 안 가 성루가 나온다. 작은 섬에 있는 작은 성이라 그만큼 규모도 작다. 높고 낮은 고조의 평원이 360도 펼쳐져 있다. 가뜩이나 연노란 빛의 성벽길이 지중해의 거센 북서풍에 마모되어 모서리에서 부슬부슬 흙이 날리는 시타델에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

페리로 몰타와 연결되는 고조에서는 사람들이 파고에 집중한다. 혹시 바람이 거세서 파도가 높아지면 페리의 운항이 중단되기 때문에 꼼짝없이 섬에 발이 묶이고 만다. 시간이 갈수록 물결이 거칠어진다는 소리에 일정을 서둘렀다. 시타델을 빠져나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엉킨 빅토리아 시가지로 들어섰다. 몰타섬의 라밧은 그래도 넓기나 하지, 이 곳은 메인 스트리트가 아니면 차량의 진입도 불가능해 보인다. 작은 성당 앞에는 노천카페의 테이블이 몇 개 옹기종기 펼쳐져 있고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몰티즈와 호기심 반 무과심 반인 눈빛의 여행객들이 라바짜가 아닌, 또 다른 이탈리아 브랜드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

빅토리아에 사는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상을 보여준다며 골목길로 접어드는 가이드의 뒤를 부지런히 쫓지 않았으면 길을 잃고 헤맸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더듬어도 선뜻 생각이 나지 않는 어느 골목에서, 평생을 고조에서 살았다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손뜨개로 리넨을 만들며 마당의 돌로 만든 낡은 벤치에 앉아 있으면 많은 여행객들이 자신의 사진을 찍어갔다며 웃는 입 사이로 각각 두 개와 한 개만 남은 윗니와 아랫니가 휑하니 드러난다. 높디 높은 모래빛 벽과 그 사이에 놓인 낡은 돌벤치, 짙푸른 초록색 식물의 이파리, 하얗게 샌 할머니의 머리카락까지.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오래 전 사진 속 장면을 보는 듯 싶었다.

TIP 1. 페리 운항정보

몰타에서 고조로 건너가려면 페리를 이용할 수 있어 간편하다. 몰타 섬의 철키와(Cirkewwa)에서 고조 섬의 임자르 항구(Mgarr Harbour) 사이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페리가 오가는데, 매일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45분 또는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출발지에서 승선권을 구매할 때, 왕복요금이 적용되므로 돌아올 때는 리턴 티켓이 없어도 되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챙겨두는 편이 좋다.

TIP 2. 고조 내 교통비

버스 Mgarr - Victoria : Lm 0.20

택시 Mgarr - Victoria : Lm 5.50

Mgarr - Xaghra : Lm 5.00

Mgarr - Xlendi : Lm 7.00

Mgarr - Marsalforn : Lm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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