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을 끼고 살아서인지 큰 기대는 없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기에 바다에는 유독 약하지만 호수는 강과 동급으로 여기는 무지함 탓에 호수에 대한 장황한 설명에도 별로 동하지 않았다. 유람선을 탄다는 말에 아주 조금 흥미를 느꼈다고 할까?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이곳, 바다만큼 넓고 가을 하늘처럼 맑다. 그리고 그 속에 단풍이 불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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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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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작했겠지만 도와다 호수를 방문한 건 지난가을이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이 장관을 이루던 작년 10월말.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탄성이 절로 나왔었는데, 그때 함께 했던 누군가가 말했었다. 도와다 호수의 진짜 모습은 겨울이라고. 하얀눈으로 뒤덮인 주변 산들과 한겨울에도 절대 얼지 않는 호수가 만들어내는 모습이야말로 호수의 신비함과 함께 계절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해주노라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눈발이 날리는 본격적인 겨울에 들어서자 그곳이 궁금해진다. 지금 도와다 호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붉은 단풍들을 하얀 눈꽃송이로 바뀌었겠지 뒤늦게나마 지난가을에 만난 그곳의 풍경을 떠올리며 도와다 호수의 겨울을 상상해본다. |
| 일본에는 흥미로운 국립공원과 호수가 곳곳에 흩어져 있음에도 유독 많은 사람이 도와다 하치만타이 국립공원을 선호하는 까닭은 구석구석 독특한 볼거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도와다 하치만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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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호수. 아키타현 북동쪽과 아오모리현 경계의 해발 약 400미터 산 위에 펼쳐져 있는 도와다 호수가 그것으로, 두 번의 화산에 의해 생긴 화구가 함몰한 이중 칼데라호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327미터, 둘레가 44킬로미터로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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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만난 도와다 호수는 가을을 담고 있었지만 빨려들 것 같아 푸르고 맑은 물과 주변의 가파른 절벽, 기암괴석, 그리고 다양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이곳은 봄에는 벚꽃을, 여름에는 울창한 나무를 그리고 겨울에는 설경을 담아내며 사계절 내내 이곳을 찾는 이들을 맞이한다. 이번 도와다 호수의 여행은 오이라세 계류에서 시작됐다. 호수에서 흘러나온 물이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룬 곳으로 네노구치에서 야케야마까지 14킬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이다.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옆으로 흐르는 물소리와 울창한 원생림과 노송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에 온몸이 정화되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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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다 호수를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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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다 호수를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방법은 바로 유람선 탑승. 유람선은 이와테현의 네노구치를 출발해 아키타현의 야스미야에 이르는 코스와 야스미야에서 출발해 다시 야스미야로 돌아오는 두 가지 코스가 있는데(기상상태에 따라 우타루베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운항하기도 한다.) 어느 코스든 진행방향과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호수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
| 여유있게 경치를 감상하겠노라 자리를 잡고 앉았던 탑승객들은 유람선이 출발한지 5분도 되지 않아 탄성을 내지르며 카메라를 꺼내 든다. 호수 안에 우뚝 솟은 바위와 나무, 깎아지른 절벽이 타는 듯한 단풍과 어우러져 뽐내는 빼어난 경치 탓이다. 자연의 아름다움도 그렇거니와, 도와다 호수의 주인이었던 용이 흘린 피로 물들었다는 붉은 바위, 병풍처럼 펼쳐진 병풍바위, 삼각형 바위 등 제각기 재미있는 전설과 이름을 지닌 기암기석이 곳곳에 서 있어 그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바위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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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도다. 넋을 놓고 풍경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셔터를 눌러댄다. 조금이라도 그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보려고 누르고 또 누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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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다 호수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아무리 기온이 떨어져도 얼지 않은 호수 그 자체다. 바닥에서 섭씨 5도 정도의 물이 계속 솟아오르기 때문인데 그 덕에 언제든 유람선 탑승이 가능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신기하게도 이 맑디 맑은 물에 물고기가 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20년간의 연구 끝에 방류에 성공해 잉어, 붕어, 새우 등 15종류의 어류를 볼 수 있지만 여전히 호수에서 자생하는 어류는 없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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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를 만나는 또 다른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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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을 타고 도는 호수 여행은 50분간이다. 배가 닿는 야스미야 선착장에는 도와다 호수의 상징인 오토메 동상이 탑승객을 맞이한다. 호수를 배경으로 두 소녀가 손을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인데 시인이며 조각가이기도 했던 다카무라 고타로의 마지막 작품이다. |
| 호수와의 이별이 아쉽다면 이곳에서 하루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 야스미야에는 호수를 배경으로 한 호텔과 민박들이 있어 호숫가에서의 하룻밤을 즐기기에 최적인데 그중에서도 도와다호텔은 단연 최고급 호텔. 1940년대 초 일본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건축한 호텔로(올림픽은 중일 전쟁으로 인해 치르지 못했다.) 아키타 스기노마루타(아키타 지방 삼나무의 통나무)를 사용한 객실은 전부 도와다 호수를 향하고 있다. 아키타현과 이와테현 전체를 통틀어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유일한 호텔로 동북지방 최고의 건축가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지은 객실은 모두 다른 스타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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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은 곳에 자리한 도와다프린스호텔 역시 호수를 감상하기에는 제격이다. 호수를 끼고 있어 마치 넓은 도와다 호수가 호텔 정원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도와다 호수를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 또한 이곳이 지닌 매력. 꼭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카페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은 호수에서의 낭만을 더해준다. 호수를 둘러싸고 시원하게 뚫린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긴다면 도와다 호수 전망대에 들러보자. 총 네 곳의 전망대가 있는데 여러 각도에서 호수의 전공을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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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비가 오는 날 이곳을 방문했다 해도 실망하지 말자. 기자가 그랬듯, 잠깐 뿌린 비가 미안했는지 잠시 후 호수에서부터 뻗어나온 듯한 아름다운 무지개를 선물로 받는 행운이 뒤따를지 모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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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했던 역사 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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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서의 낭만적인 시간을 마쳤다면 잠시나마 아키타현의 역사를 만나보는건 어떨까? 도와다 호수 아래쪽에 자리한 아키타현 고사카마치는 과거 광산산출량이 전국 1위에 오르기도 했떤 유명한 광산마을로 이곳에는 당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건물들이 남아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고라쿠칸. 고사카 광산 관계자의 오락을 위해 1910년(메이지 43년)에 세운 목조 전통극장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여전히 이곳에서 가부키 공연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 무대 밑에서는 예전 방식 그대로 4명의 장정이 '하나, 둘, 셋' 박자를 맞추어 회전무대장치를 손으로 돌리고, 관객들은 마룻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 하루 2~3차례 진행되는 가부키 공연을 즐긴다. 때마침 시작하는 공연에 기자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화려한 분장을 한 가부키 배우가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들은 환호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는 사람들. 공연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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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 그 화려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는 보는 이를 매료 시키기에 충분했다. 고라쿠칸 건너편에 있는 고사카 광산 사무소는 이름 그대로 당시 사무소로 쓰이던 곳이다. 1905년인 메이지 38년에 지어졌는데 르네상스와 이슬람 양식이 혼합된 건물이 당시의 화려했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내부에선 건축적 특징과 메이지 시대에서 다이쇼 시대까지를 중심으로 한 문명개화와 번영의 역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광산 사무소와 고라쿠칸 앞으로는 메이지 시대를 테마로 한 '메이지 100년 길'이 쭉 뻗어있다. 그 길 한가운데 가만히 서 있으니 고된 노동을 가부키 공연 한 편으로 달래던 그들의 삶이 조금은 보이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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