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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때로 기적이 되어 다가온다. 평소라면 날카롭게 버려진 기대와 이상의 벽을 넘지 못했을 별 것 아닌 일들마저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번 쯤 무모한 도전을 해보자. 두 눈을 감고 지도 위에서 이번 주말 떠날 여행지를 찍어보는 건 어떨까? 마음먹는 순간, 삶은 막 건져낸 힘 좋은 잉어처럼 힘차게 퍼덕이기 시작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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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은 때로 기적이 되어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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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모메 식당' 에는 눈을 가린 채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찍은 곳이 핀란드였다는 이유로 지구 반대편의 핀란드까지 날아온 미도리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런 식의 장르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코드에 공감해 시니컬한 웃음 한 번 짓고 말지도 모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렇게 지도 위의 어떤 곳이든 갈 수 있다는 그곳이 비록 알라스카라 해도!- '만용' 이야말로 진정 '떠남'을 의미롭게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미도리처럼 세계 어디로든 떠날 배짱은 없고 급한 대로 국내 지도를 펴놓고 한곳을 찍었다. 큰 소리 탕탕 치며 '뭐든 사줄게' 했다가도 꼭 뒤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천 원 미만으로'란 단서를 붙이는 '소심남' 처럼. 그렇게 기자가 찍은 장소는 경기도 포천이었다. 포천에 대하 아는 건 이동 막걸리와 이동 숯불갈비밖에 없었지만 일단 떠나고 보기로 했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어딜 가든 이동 막걸리와 이동 숯불갈비, 그 이상의 것을 보고 듣고 먹고 마실 수 있을 것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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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이 선물한 기적, 아프리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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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포천까지는 동부순환로와 43번 국도를 타는 게 가장 빠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뷰'가 좋은 47번 국도를 타보는 것도 좋다. 43번 국도를 타고 가다 제일 먼저 마주친 곳은 아프리카 문화원이다. 비탈진 언덕을 오르니 일렬로 길 게 늘어선 조각상들이 환한 조명 아래 손님을 맞는다. 두터운 입술과 툭 튀어나온 눈을 한 조각상들은 '뜨거운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라며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모은 민예품 560여 점과 330여 점의 조각품. 그리고 30여 점의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아프리카 박물관의 관장인 태천만 씨가 현지에서 7년여에 걸쳐 하나하나 사 모은 것들이다. 박물관을 오픈한 건 작년 6월 27일. 그는 긴장과 두려움 때문에 오픈 날짜를 세 번이나 미뤘다. 단 한 번의 평가로 지금까지의 땀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하니 건설 일을 하면서 잔뼈가 굵은 그도 여간 떨리는 게 아니었단다. 다행히 오프닝 행사를 찾았던 이들 대부분이 박물관에 대해 호평을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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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렸고, 덕분에 스트레스로 듬성듬성해졌던 머리숱도 다시 원상복구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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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는 왜 아프리카 문화원을 만든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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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 번 발을 놓았으니 물러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고 많은 대륙 중 왜 하필 아프리카였는지가 궁금했다. 곡절은 길었다. 여기저기서 시달려야 했던 예전의 일이 싫어서 조금 덜 벌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 마음먹고 교육 사업을 시도했다.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유치원으로 방향을 돌렸고, 이왕 만드는 거 제대로 한 번 해보자 싶어 전 세계 20여 개국을 방문하며 선진 시스템을 견학했다. 그런데 건물 안팎을 꾸밀 자재들을 구입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갔다가 그 색다름에 제대로 꽂히고 말았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었죠. 아프리카 하면 동물의 왕국, 에이즈, 얼굴에 피리 붙은 아이들만 떠올렸는데, 직접 본 아프리카는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도 영향을 끼쳤을 만큼 강렬하고 원시적인 매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박물관 승인을 받고, 터를 닦고, 아프리카로 날아가 직접 전시품을 사 모으며 박물관 오픈 준비에 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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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가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라 예전에 같이 일하던 회사 직원들 대여섯 명을 아프리카 각지로 보내 자료수집부터 시작했다.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가치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프랑스나 영국의 박물관으로 넘어간 상태였고 그나마 괜찮다 싶은 물건들도 이미 일찌감치 진출한 유럽 사람들의 소유여서 그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다 오래된 버스를 대여해 아프리카를 횡단하며 대륙 구석구석을 이 잡듯 뒤지기로 했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물건들이 마술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게 있으면 사진을 찍어두거나 그림을 그려서라도 기록해 둔 후 국립 박물관을 찾아가 책임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흥정해 값을 깎고, 살 가치가 있는지를 밤새도록 고민하는 등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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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태양만큼 강렬한 허브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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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라틴어로 '태양이 잘 비친다(Aprica)'는 뜻이다. 그리스어로는 '추위가 없는 곳(Aphrika)'이란 의미를 갖는다. 포천에는 아프리카만큼 뜨겁진 않지만,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 있다. 허브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는 허브 아일랜드가 바로 그곳이다. 87번 국도를 지나 368번 국도를 타면 허브 아일랜드에 닿는데, 포천 시내에서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허브 아일랜드 입구의 널따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른쪽에 난 언덕길을 오르면 허브 빵가게와 허브 카페, 허브 꽃가게, 향기 가게, 심지어 허브 편의점까지, 허브와 관련된 모든 것을 모아놓은 듯한 '허브 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허브 빵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예의 고소한 빵냄새 대신 상큼한 허브 향이 손님을 맞는다. 향기 가게에도 짙은 허브향이 배어있다. 머리 위로 솔솔 내려앉는 허브향에 고개를 드니 천장은 온통 허브로 덮혀 있다. 화장품과 목욕용품, 차와 커피, 오일 등 허브용품은 그 종류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맨 아래층에선 허브마사지도 받아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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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되는 걸 알면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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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고집 부려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게 어리석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어린애 같은 선택을 한다. 많은 경우 그 같은 충동은 예상치 못한 금전적, 정신적 충격을 불러오지만, 때로 예기치 못한 자유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떠남'을 조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의 하나 '떠나도 좋다'는 하락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당당히 떠나라' 말해주고 싶다. '혹시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지' 같은 걱정은 접어두길 바란다고, '지름'이 늘 최상의 선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경험'은 남으니까. 그중에서도 떠남의 경험은 그 시기와 장소를 불문하고 예외 없이 값진 재산으로 환원되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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