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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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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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ELD] 비움을 위한 여행 set yourself free

꺽다리 마라토너처럼 시간은 겅중겅중 뛰어 해를 건넌다. 10대가 3천 미터 장거리 체력장이었다면, 20대는 100미터 단거리 고속질주다. 머리는 광속을 향해 무한질주 중인데, 몸은 20초 주파도 어렵다며 헉헉댄다. 따로 노는 머리와 몸. 그 사이에서 산산이 부서진 시간은 행방이 묘연하다. 아쉬워 발만 동동 구르는 이여 기억하시길. 채우고자 한다면 먼저 비워야 한다는 사실을.

공주를 만나고 싶다면 온달처럼 자신을 낮추라

충북 영춘면은 삼국시대 고구려 영토였지만 신라와 인접한 국경지대여서 두 국가간의 치열한 접전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읽어보면 당시의 상황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온달에 관한 이야기다. '바보 온달'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사실 신라와의 영토싸움에서 큰 공로를 세웠던 용맹한 장군이었다. 물론 그 뒤에는 고구려 평강 왕의 딸이었던 '평강 공주'가 있었다. 어릴 때 하도 울어대 '바보 온달한테 시집보낸다'며 놀렸던 부모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기어이 바보 온달과 결혼하고 만 참 보기 드문 캐릭터, 전지현양 버금가는 '엽기적인 그녀'다. 그래도 그런 '뚝심' 덕분에 궁에서 쫓겨나다시피 했으면서도 결국 신랑인 온달을 최고의 명장으로 '키워낸' 셈이니 부모 속 태워 먹은 여자라 탓할 일만도 아니다. 힘들어도 내색 않고 강한 척 하며 살아야 하는 한국 남자들 중엔 모르긴 몰라도 속으로 평강 공주에게 꽉 잡혀 살고 싶다

바라는, 혹은 삶을 확 바꿔줄 여성을 꿈꾸는 '온달 신드룸' 중독자들 꽤 있을 터. 한편으로 '승리하지 못하면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죽어서도 지키려는 듯 화살을 맞고 쓰러진 자리에서 꿈쩍도 않던 관이 한달음에 달려온 평강공주의 말 한마디에 고분고분 움직였다는 일화 속 지고지순한 사랑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을게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전래동화로 기억 속에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충북 단양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온달산성과 온달동굴, 온달 테마공원을 통틀어 온달 관광지라고 부른다.

800미터 길이의 온달동굴은 다 돌아보는데 40분 정도가 걸린다. 막자라나기 시작한 석순과 수천 년간 자라온 종유기둥들을 지나 허리를 굽혀야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굴을 통과해야 동굴 일주를 마칠 수 있다. '새해엔 꼭 살을 빼겠다.' 다짐한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동굴을 나올면 높이가 50센티미터 가량 되는 좁은 통로를 통과해야 한다. 이름하야 '해탈문', '자기를 낮추고, 먼저 고개 숙이는 태도'를 온 몸으로 체험해 보라는 뜻인 듯 하다. 그러고 보면 '바보 온달'이 '평강 공주'를 만날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에게 바보라 불릴 정도로 자신을 낮출줄 알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희망의 안테나를 세우다, 능강솟대미술관

하지만 낮아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후회해 봤자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뒤돌아보게 되고, 잊을 만 하면 튀어나오는 이기심에 괴로워하면서도 제 마음 속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다 그래서일게다. 마음 비움이 그리 쉽다면 이토록 자리멸렬한 생을 지속하지도, 눈물 쏙 뺄 어리석은 짓을 범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범속한 세상에 두 발을 딛고 사는 평범한 인간에게 해탈의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러나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만은 고질병처럼 달라붙어 머리를 쪼아대는 고뇌도 자취를 감춘다. 충북 제천, 한반도 모양을 한 충주호 한 편에 자리한 능강솟대박물관에선 하늘을 향해 시원하고 솟아오른 나무새 수십 마리가 객을 맞는다. 솟대박물관의 관장인 조각가 윤영호 씨는 지난 해 박물관을 열었다. "작은 꿈은 스스로 이룰 수 있지만 보다 큰 뜻은 하늘이 도와야 이룰 수 있습니다. 솟대는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솟대가 꿈을 이루기 위한

희망의 안테나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에서 솟대가 만들어진 건 고조선 시대부터로, 주로 마을 어귀에 세워진 솟대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지요. 농경문화가 주를 이루던 20세기 이전에는 오리를 본떠 만들었지만 저는 비상과 역동을 표상하는 기러기를 나무에 새겨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습니다." 건물의 공사가 끝나는 금년 5월이면 솟대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단다. "하느님, 왜 제 소원은 안 들어주시는 겁니까!" 라며 괜히 애먼 하늘만 원망하지 말고 이 기회에 성능 좋은 안테나 하나 마련해 보자. 마음 비우기가 힘들 땐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수백개의 안테나들 사이로 잠시 피난 와도 좋겠다.

호수에 담길 뻔한 마을, 청풍문화재단지

1978년 충주 다목적댐이 건설되면서 제천시 청풍면 등 5개 면에 속한 61개 마을과 충주시 일부가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문화 복구작업 덕분에, 물속에 잠길 뻔했던 전통가옥과 주요 문화재들은 고스란히 옮겨져 '청풍문화재단지'란 이름으로 복원됐다. 그중에는 신라말 고려초에 만들어진 보물 제 546호 풍석조여래입상도 있다. 3미터가 넘는 이 거대한 불상 앞에는 소원돌이라 불리는 둥근돌이 있는데, 구전에 의하면 자기 나이만큼 돌을 돌리며 염원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으로 돌리는데 소원은 단 한 가지만 빌어야 하고 돌을 돌린 후엔 꼭 두 번 이상 절을 해야 한다.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한옥과 그 안에 전시된 1,900여 점의 생활 유물들은 수십 년 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나오는 길에 마을 내에 지어진 전시관과 수몰 역사관도 둘러보자.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음 비우는 덴 몸을 바삐 움직이

는 것만한 게 없다. 겨울이라고 몸을 웅크리고 집안에만 앉아있으면 쓸데없는 상념만 모락모락 피어날 뿐이니 따뜻한 이불일랑 멀찍이 치워두고 도자기, 장, 약초 등 독특한 테마로 특화산 시골마을들을 찾아가 보자.

바삐 살기, 체험마을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단양 IC로 나와 사인암 방면으로 가다 보면 단양 방곡도예촌에 닿는다. 이곳에는 방곡도예원과 조평도요, 감곡도요 방곡도요, 죽연도요, 한빛요, 단곡도요, 현운요 등 크고 작은 도예원들과 도자공예교육원, 전통찻집, 도자기 전시장들이 밀집해 있다. 그중 방곡도요는 '녹자'로 유명한 도예원이다. 녹자라는 이름은 방곡도요 대표인 서동규 명장이 처음 명명한 것으로, 느릅나무 재를 입혀 전통가마에서 구워내 투명하면서도 신비로운 녹색을 띤다.

방곡도예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장익는 마을' 에선 직접 재배한 콩을 쑤어 메주를 빚거나 따뜻한 순두부를 만들어 먹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시골장맛도 볼 수 있다. 10여 년 전부터 무농약 콩을 사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을 담가온 장학이 대표는 불을 지피고, 콩을 익히고, 소금간을 맞추고, 두부를 만드느라 쉴 틈이 없다. 고소한 콩 냄새와 촉촉한 훈기 가득찬 부엌에서, 막 만들어낸 뜨끈한 두부 한 사발을

훌훌 마시니 마음까지 훈훈해 진다. 금수산 자락에 자연이 선물한 약초를 테마로 한 산야초마을이 있다. 약선 음식을 만들거나 약초치를 만들고, 자연재료를 사용해 천연염색도 해본다. 취재차 찾아간 날엔 마침 인근 청풍초등학교 학생들이 천연염색 체험을 하러 와 있었다. 양파즙에 백반이나 철을 첨가하고 흰 천을 담그면 20여분 만에 카키색이나 황토색 물이 든다. 나무 막대기에 천을 감고 중간중간 실로 매듭을 지어 별모양, 하트모양, 꽃모양 등 화려한 무늬도 내본다. 고운 색을 입힌 천을 겨울 햇살 아래 널어 말리는 동안, 마당에선 찹쌀반죽에 떡메질을 해 인절미 떡을 만든다. 세명씩 돌아가며 박자를 맞춰가며 떡메를 치는데, 꾀를 피우는 듯한 기미가 보이자 지도하는 선생님이 '싫어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쳐봐라." 며 아이들을 부추긴다. 저도 모르게 떡메질하는 손에 부쩍 힘이 들어간다. 순번이 돌아가는 사이, 아주머니들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떡을 솜씨 좋게 뭉쳐 아이들이 떡메질 하기 쉽도록 모양을 다듬는다.

비우고 또 비우다

해질 무렵, 일분일초를 바지런히 살아냈을 때면 어김없이 찾아 오는 예의 그 뿌듯하면서도 기분 좋은 피로가 몸 이곳저곳에 감겨든다. 비록 몸은 춥고 고단하지만 그 나른함이 흐뭇하다. 그럴 때 와인 한 잔 해보는 건 어떨까? 충주 묵은지와 인터널에선 땅속 온도에 가까운 500미터 터널 안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발효시킨 묵은지와 함께 충주 사과와인 '사랑할 때', 국산 포도로 만든 와인 '샤토마니' 도 맛볼 수 있다. 묵은지와인 터널은 1952년 충북선 기차터널로 이용되었던 곳으로, 1983년 기차 운행이 중지디ㅗ면서 와인터널로 대변신을 하게 됐다. 연중 기온은 13도, 습도는 80퍼센트 정도로 묵은지와 와인의 숙성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현 제도상 동굴 안에서는 보관만 할 수 있을뿐이지만, 내년 3월까지는 동굴에서 숙성시킨 묵은지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탄금대에 자리한 술박물관 리쿼리움에선 술의 역사

와 제조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리쿼리움 관장 이영호 영남대 식품가공과 교수는 일제시대 이후 끊어진 주류문화의 맥을 되찾기 위해 리쿼리움을 만들었다고 한다. 와인과 맥주, 동양주, 그리고 위스키, 보드카 등 증류주관까지 돌아본 후엔 달콤한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할 것. 그런 이들을 위해 코스 마지막엔 음주문화 체험관도 마련돼 있다. 다시 채우려면 열심히 비워야 한다는 진리는 음주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올 한해, 그렇게 비우고 또 채우다 보면 시간이 뭉텅이로 새어 나간 듯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할 일은 없을 게다.

자세한문의_단양군청 문화관광과 043-420-3150, 제천시청 관광팀 043-641-5140

충주시청 관광과 043-850-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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