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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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중국] 도시분류 : [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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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하늘의 청명함을 똑 닮은 그들_PEOPLE

안치환은 노래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특히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은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우며,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어떤 건축물보다 진실하게 지난 세월을 말해준다. 윈난성에서 만난 소수민족들 또한 그랬다.

그들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소수민족을 만나러 가는 길로 윈난성을 택한 건 중국에 흩어져 있는 총 56개 소수민족 중 26개 민족,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13억 인구 중 약 93퍼센트가 한족이고 나머지 7퍼센트를 차지하는 소수민족. 글자 그대로 ‘소수’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 숫자만 1억 명에 달한다고 하니 새삼 중국이라는 나라의 거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친숙한 조선족을 비롯해 아직까지 상형문자를 사용하는 나시족(納西族), 독특한 축제문화를 지니고 있는 따이족(傣族), 이상향 샹그릴라에 거주하는 장족(藏族) 등 중국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자신들만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는 소수민족은 존재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직접 만난 이들은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오랜 농사일로 검게 그을린 얼굴과 거칠어진 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인형과는 달랐지만 해맑은 웃음과

낯선 이도 반갑게 맞이하는 넉넉한 마음은 그들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또 하나, 언어와 의상, 건축양식, 생활방식까지 모든 것이 다르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공유하며 서로 간섭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은 우리에게 공존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소수민족을 만나러 가는 길

욕심 같아선 윈난성의 소수민족의 주요 거주 지역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그들을 만나보고 싶지만 워낙 분포 지역이 넓은 탓에 이번 여행에서는 윈난성 바오산시에 촌락을 이뤄 사는 소수민족들을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바오산시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을 만나는 것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들은 주로 깊은 산이나 높은 지대에 모여 생활하고 있어 마을까지 가려면 자동차로도 한참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 심하게 덜컹대는 좁은 길을 따라가야 하는 탓에 웬만한 운전실력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잘 닦인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아무 골목으로나 빠져 가다 보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산 속의 소수민족 마을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반갑다.

처음 찾은 곳은 바오산시의 망시엔(芒線村)이라는 따이족 마을이었다. 보통 하천과 계곡 사이의 평지에, 평균 해발 500미터에서 1,300미터에 걸쳐 생활하

고 있는 따이족은 역사적으로 1세기 들어 양쯔강 계곡에 출현했다고 한다. 중국인의 압력으로 남부로 이동하여야 했고 그 결과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의 국경지대인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것.

3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바오산에서 가장 작은 따이족 마을이라는 이곳 어귀에서 머리에 검정색 터번을 두른 전통복장의 할머니를 만나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도 반갑게 대꾸했지만 아쉽게도 할머니와의 대화는 여기가 끝이다. 중국어를 모르는 기자는 물론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소수민족 마을에서 이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젊은 사람들이야 중국어를 할 줄 알지만 노인들은 민족언어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뛰어난 중국어 실력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인 것.

마당에 물소를 매어둔 집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으려니 집주인이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강렬한 색채의 마오쩌둥 사진을 거실벽에 붙여 두고 ‘허허’ 웃으며 낯선 손님을 맞이하는 50대 집주인은 담배와 사탕수수 농장을 하며 평생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원래 따이족의 전통가옥은 대나무와 목재로 지은 집에 아래에는 가축이, 위에는 사람이 거주하는 형태인데 요즘은 현대적인 건물이 많이 지어져 전통가옥을 보기가 어렵다. 이 집 또한 가운데에 거실을 두고 양쪽으로 방이 있는 2층 구조로 1층엔 사람이 살고 2층은 농작물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고 있으며 옛 집은 형태를 유지한 채 가축을 기르는 우리로 사용되고 있었다.

첫 번째 마을을 돌아본 후 우리는 다른 따이족 마을로 향했다. 이곳의 한 민가에서 저녁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출출한 배를 감싸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선 굽는 냄새가 코끝을 맴돌며 식욕을 돋운다. 샹차이와 마늘, 부추 등을 속에 넣고 겉에는 간장과 고추, 참기름을 섞은 양념장을 발라서 화롯불에 굽는 따이족의 전통 생선요리로 매콤하면서도 바삭한 맛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이 외에 죽순구이, 쌀국수, 얇게 찢어놓은 마른 소고기와 삶은 돼지고기 등 한 상 가득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직접 쌀로 담갔다는 술도 빠지지 않는다. 도수가 그리 높지 않다기에 한 잔 받아 마셨는데, 술이 어찌나 독한지 속이 화끈거려 저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그 모습이 재밌는지 까르르 웃으며 밥 한 숟가락 뜰 때마다 술을 권하는 이들. 주는 대로 받아 마셨다가는 다음날 온종일 숙취에 시달려야 할 것 같아 사양에 또 사양을 해보지만 환하게 웃으며 “간베이(우리의 원샷과 같은 뜻)”를 외치는 이들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한 잔 비우기가 무섭게 술병을 들고 다가오는 이들과 요리조리 피할 궁리를 하는 취재팀 사이의 화기애애한 즐거운 저녁 식사는 그렇게 주위가 온통 깜깜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신랑각시 혼례 올리던 날

한 따이족의 마을에서 결혼식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건 우연치고는 정말 운이 좋았다. 다음날 1시간가량 걸려 달려간 이곳은 바오산의 둔둥촌(頓東村)으로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온 동네가 잔치 분위기였다. 신랑집에서는 동네 아낙네들이 모여 음식을 하고 있고 한쪽에선 마작과 카드놀이가 한창이다. 술도 벌써 몇십 통은 족히 동이 났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기에 혹시 잔칫집에 누가 되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들어서자 집주인, 즉 신랑의 아버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맞이하며 자리를 내어준다.

오늘 결혼하는 주인공은 이 집의 둘째 아들로 신랑은 23살, 신부는 24세인 연상연하 커플.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따이족의 결혼절차는 보통 이렇다. 연애 이후 정식으로 결혼하려면 우선 남자 부모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고 남자의 부모가 동의하면 친지 중 한 사람을 여자 집으로 보내 정식으로 청혼한다. 여자 쪽 역시 동의하면 결혼이 성사되는

것. 결혼식은 신부집에서 먼저, 이후 두 사람이 함께 신랑집으로 오게 되는데, 오늘의 주인공들은 아직 신부 집에 있는 상황이었다.

신랑 신부가 오려면 적어도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따이족 전통놀이가 한창이던 동네 입구로 향했다. 카지노의 주사위 게임과 비슷한 형식으로 6개의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는 판 위에 돈을 걸고 세 개의 주사위를 굴려 같은 그림이 나오면 돈을 따는 식이다. 사람들 틈에 서서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구경을 하다가 5위안을 꺼내 슬쩍 거북이 그림 위에 올려놓았다. “앗, 거북이다!” 다음은 호랑이, “어라?” 또 호랑이다. 재미삼아 시작했는데 돈은 어느새 6배가 되었고, 동네 주민들은 연이어 돈을 따는 한국인 여자에게 악수까지 청하며 다음은 어디에 돈을 걸 거냐고 묻는다. 이런! 무슨 한국에서 온 타짜도 아니고, 이 사태를 어찌 해야 하나 갈팡질팡하는데 마침 신랑 신부가 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때다 싶어 옆에 있던 일행에게 한번에 걸어서 다 잃고 오라며 돈을 몽땅 쥐여주고는 꽁무니를 뺐다.

이미 동네 꼬마들은 신랑 신부가 오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차 한 대가 들어오고 양복을 입은 신랑과 분홍색 상의에 검정치마, 그리고 붉은 색깔의 꽃 장식을 머리에 두른 따이족 전통복장의 신부가 차에서 내린다. 천을 덮어 신부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틈새로 살짝 보이는 수줍은 그녀의 모습이 영락없는 새색시다. 신랑 신부가 집에 들어서면 먼저 동네 어른들께 인사하고 덕담을 듣는다. 우리의 주례와 비슷한 절차다. 그 후 신혼방에서 절차에 따라 술과 음식을 나눠 먹고 나면 정식으로 부부가 된다. 이렇게 신랑 신부가 부부가 되는 절차를 밟는 동안 마당은 여전히 잔치 분위기다. 여자들은 주방에서 음식을 나르기 바쁘고 손님들은 모여앉아 식사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쯤에서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집주인이 붙잡는다. 잔칫집에서 식사도 하지 않고 가는 건 주인을 무시하는 태도라는 말에 우리는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수북이 담은 밥과 상 위에 가득한 각종 돼지고기 요리, “오늘 돼지를 여섯 마리나 잡았어요.”라며 껄껄 웃는 그의 얼굴에 행복이 감돌고 있었다.

리수족 사람들

리수족(傈僳族)을 만나고자 찾은 곳은 바오산의 판지아거우(潘加溝)라는 마을이었다. 마침 일요일이었던 이날은 마을 주민들이 교회에 가는 날. 원래 리수족의 종교는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고 자연을 숭배하는 원시종교인데 1913년 기독교가 전해진 후 윈난성에 있는 민족 중에서 기독교가 가장 활발하게 성장했다고 한다.

우리가 조금 늦었는지 그곳에 도착하자 막 예배가 끝났다. 예배당 밖으로 나오던 주민들은 우리를 보자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낸다. 몇몇은 아예 집에 갈 생각도 하지 않고 취재팀 주위를 맴돌았다. 평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파랑과 빨강이 섞인 알록달록한 빛깔의 옷에 머리에는 터번을 두른, 전통복장 차림을 한 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옷 위의 자잘한 꽃무늬까지 따이족의 그것과는 또 다른 화사함을 풍기는 그들에게 다가가 잠시 사진찍기를 청하자 흔쾌히 웃으며 모델이 되어 준다.

어느 소수민족이나 그렇지만 리수족은 특히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유명하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하루에 두 병의 술과 세 갑의 담배를 피웠었다고 할 정도. 그래서인지 리수족에 기독교를 전파하며 제1과 2의 강령으로 세워진 것이 바로 술과 담배를 금지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집에 온 손님에게 항상 술을 대접하고 손님은 반드시 그 술을 마셔야 한다는 그들의 술문화를 체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전날 따이족과의 아찔했던 저녁식사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활기찬 그네들의 장터 풍경

다음 날은 5일에 한 번씩 서는 장날이었다. 이날이 되면 주변 지역 사람은 물론 산골짜기에 사는 소수민족들도 이곳으로 모여든다. 장터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열리는데 8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한 이곳에는 이미 장사꾼과 손님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옷이나 주방기구 같은 각종 생활용품은 물론 땀 흘려 재배한 농작물과 과일을 팔고자 자리를 편 사람들, 생선장수 아주머니, 멀리 따리(大理)에서 과자를 팔러 온 아저씨, 심지어 치과의사도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등에 바구니를 하나씩 맨 채 양쪽으로 늘어선 장사꾼들 사이에 좁은 길을 따라 서로 부딪혀가며 필요한 물건을 사느라 바쁘다.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를 위해 신발을 고르는 아주머니, 약재를 구입하는 할머니, 아침부터 술 한 병 사드는 아저씨 등 장사꾼과 실랑이 끝에 흡족한 가격에 물건을 사든 이들은 모두 흐뭇한 표정이다. 소수민족들뿐이

아니다. 따이족의 한 주민의 집에서 본 후로 노래를 부르던 마오쩌둥 포스터를 발견하고는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행복해하는 뚜르의 사진기자가 그들과 함께 있었다.

이들의 삶에선 여전히 빛이 난다

100세의 최고령 할머니, 동네 빨래터에서 빨래하던 아낙네, 딸랑딸랑 종을 울리며 짐을 실은 당나귀를 몰던 아저씨 등 소수민족과의 만남은 더앙족, 이족, 바이족 마을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보다 보니 옷차림도, 사용하는 말도 다르지만 이들에게 몇 가지 공통점이 찾을 수 있었다. 하나는 커다란 카메라가 신기한 듯 쫓아다니는 동네 꼬마들이고, 또 하나는 ‘니하오’하며 무작정 대문을 들어서는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하며 차를 건네는 포근함이었다. 그리고 담배라도 한 개비 건네면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는 이들의 순수함까지. 서로 말이 통하고 그렇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반짝이는 눈, 미소 짓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언제까지나 이런 이들의 모습이 지켜지면 좋으련만 중국말을 하느라 이제는 민족 언어도 잊었다고 쓸쓸하게 말하는 한 이족 주민의 말처럼 밀려드는 현대 문명 속에서 이들은 안타깝게도 점차 그 문화를

잃어가고 있었다. 민속 복장 또한 명절이나 축제를 제외하고는 노인들에게서나 간혹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실망은 이르다. 희미하지만 한족과는 확연히 다른, 그들 고유의 색채를 이어가려는 이들이 여전히 숨 쉬고 있으니 말이다.

자연과 더불어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들. 하늘 가까이 살아서일까? 하늘의 청명함을 똑 닮은 그들을 만나고 나니 처음 그저 호기심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잠시 스쳐가는 낯선 이에게 꼭 다시 놀러 오라며 두 손 맞잡던 그들의 작별 인사가 자꾸만 귓가에 맴돈다.

Tip 소수민족 문화의 창구, 윈난민속촌

윈난성은 중국의 여러 성 중에서도 소수민족이 집중해 있는 곳이지만 산골짜기에서 거의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다행히도 짧은 시간에 이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곳이 있다. 바로 쿤밍시 남쪽 교외에 있는 윈난민속촌으로 이곳에는 약 1,340제곱미터 안에 26개 소수민족의 정취와 사회문화를 재현해 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시족, 이족, 하니족, 장족 등 약 12개 민족의 촌락을 실제 형태로 모아 놓았는데 이곳에서는 각 민족 복장을 한 소수민족 처녀들과 함께 관광을 하면서 그들의 건축물과 의복, 전통의식과 음악, 전통춤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민속촌에는 따이족의 백탑(白塔), 따리의 삼탑(三塔), 목고(木鼓) 등 윈난성 곳곳에 퍼져 있는 윈난 각지의 주요 명승고적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는 등 세세히 보려면 종일 돌아도 다 보기 어려울 정도. 입구에서 조금 가면 보이는 아름다운 호수를 따라 발길 닿는 대로 다니면서 소수민족의 독특한 민족 풍경과 문화에 젖어보자.

전화 86-871－4311151

홈페이지 www.ynmz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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