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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집'과 '진짜 원조집'이 판치다 보면 누가 원조냐를 따지는 해묵은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이쯤 되면 먼저 시작했다며 싸우는 곳 보다는 더 맛있는 집으로 손님의 발길이 옮겨지기 마련이다.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들인 공이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오는 자연스런 순리에 따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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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을 깨우는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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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새벽, 자꾸만 내려앉는 눈꺼풀을 비비며 항구의 아침으로 길을 잡았다. 적막한 새벽 공기를 뚫고 항구로 달리는 길, 항구의 아침은 어떤 모습일지 조심스럽게 그림을 그려본다. 그 발칙한 꿈을 깨라고 호통치듯 동이 트기도 전에 항구는 사람 사는 향기로 가득 채워져있다. 새벽 장을 보러 온 사람들, 시장의 소매 상인들이 난로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따뜻한 다방 커피로 몸을 녹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화두는 '오늘의 물건' 이다. "오늘 게 배는 들어온다 카드나?" "아구 있나? 반찬 할라 카는데." 싸우는 건지 이야기를 나누는 건지 잘 구별되지 않는 억양이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정이 느껴진다. |
| 갑자기 사람들이 부산해지기 시작한다. 저 멀리서 고깃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돛대에서 해적선을 진두 지휘하는 잭스패로우 선장처럼 갈매기 한 마리가 배의 돛대 위에 내려앉아 위풍당당하게 들어온다. 갈매기의 지휘를 받은 배가 들어오니 한무리의 사람들이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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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난다. 이윽고 붉은 빛의 대게가 가득 담긴 상자가 배에서 내려지게 무섭게 번뜩이는 눈빛이 오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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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기넘치는 그곳 강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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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크기별로 나뉘어 길 게 놓였다. 오늘의 장사거리를 사러 나온 식당 아주머니, 좋은 물건을 먼저 차지하려는 소매상들이 노란색 숫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모자를 쓴 아저씨들과 속닥거린다. 이 과정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역시 입찰에 참여하는 영덕 강구 수협의 지정 중매상이다. 이리저리 물건을 살펴보며 마음으로 가격을 매기고, 소매상들과 암암리에 약속을 한다. 좋은 물건을 차지하려는 중매상의 눈치 싸움이 만만치 않다.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매'라는 두 글자가 박힌 빨간 모자가 등장한다. 경매를 주관하는 그가 확성기에 대고 은근히 내지르는 순도 100퍼센트 신호 '에엥~~' 소리와 함께 경매가 시작된다. "날 게 자바라, 날 게 자바라(아무리 알아 들으려고 애써도 기자의 귀에는 이렇게밖에 들리지 않았다)." 낮지만 끊어지지 않는 '에엥 ~' 소리가 이어지는 사이 중매상들의 손가락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 순간 "23번 2만 3천원!" 단호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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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에 정신을 번쩍 차려보면 이미 다음 경매가 진행중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입찰의 현장은 뜨내기 서울 손님이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봐도 알아 볼 수도, 알아 들을 수도 없다. 강구항의 아침은 또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생기 넘치는 그곳에서 살아있음을 새삼 확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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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해안도로를 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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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 그것도 동해를 찾았으니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빼뜨릴 수 없는 일이다. 눈부신 푸른 빛의 바다, 어떤 고기를 낚는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으로 파도를 맞는 통통배, 그리고 갈매기들이 하나씩 차지한 해안 가로등이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연결하는 강축 해안도로에 늘어서 있다. 2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해안도로는 일명 영덕대게로라 불리며 수려한 경관을 뽐낸다. 강구항부터 축산항까지 미항을 잇는 도로는 때묻지 않은 맑고 깨끗한 바닷가로 손꼽힌다. 갯바위 틈새는 이미 바위 낚시꾼들의 차지가 되었다. 날카로운 바닷바람에도 잊게 하는 해안 절벽과 동해, 그리고 소박한 어촌 풍경이 이어지는 길을 달리다 보면 어디선가 '위잉위잉~' 소리가 들린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커다란 바람개비(풍력발전기)가 육중한 몸을 움직이고 있는 소리였다. 해안가의 강한 바닷바람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영덕 풍력발전단지는 강축 해안도로의 분위기를 더욱 운치 있게 한다. 해질녘에 더 멋진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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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림을 만들어내는 발전기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려면 해안 쪽으로 조성된 해맞이 공원으로 가면 된다. 해안 절벽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전망 데크에서 동해안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뒤편 언덕의 발전기를 향해 카메라의 앵글을 잡고 '찰칵' 추억을 남긴다. 선명하고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다고 소문이나 새해에는 물론 동해안 일출의 장관을 보려는 사람들이 찾아드는 해맞이 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공원이다. 정면에는 마음을 찌르는 푸른 바다가, 뒤에는 색다른 매력의 발전기가 한폭의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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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품은 그대에게 축복을 내리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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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잠시 삼사해상공원에 들렀다. 떠나기가 아쉬워 활기 넘치는 항구와 그네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마음에 담기 위해서였다. 공원에는 종각이 한 채 세워져 있었다. 동해의 찬란한 아침 햇살이 비치는 영지에 대종의 장엄한 소리가 널리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종을 만들었다고 한다. 새해를 맞이할 때면 평화와 사랑을 축복하는 경북대종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성덕대왕신종을 본으로 삼은 대종에는 문화 예술의 고장을 상징하는 천인상이 대금을 불고, 풍요로운 결실을 상징하는 비천상이 사과를 들고 있다. 들어오면서 생각하고, 살면서, 떠나면서 생각한다는 삼사에서 영덕의 뒷모습을 가슴 속에 담고 축복 받은 땅을 떠나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을 곧잘 한다.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그런데 영덕을 보니 그 오랜 격언도 가끔은 틀릴 때가 있는 모양이다. 누가 이렇게 덕을 많이 쌓아 넘치도록 축복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만큼만 덕으로 가득찼다면 넘치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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