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다. 결대로 찢어먹는 게맛살이 게살이 아닌 다른 생선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아차리고도 맛살이 이상하게 맛있었다. 밥 한 그릇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비우게 하는 짭조름한 간장 게장은 전국민의 밥도둑이다. 그리고 입이 얼얼할 정도의 맵고 짜고 뜨거운 국물로 범벅이 되고도 꽃게탕 속의 진정한 맛은 꽃게 다리를 젓가락으로 무차별 공격하는 맛이었다. 딱딱한 껍데기를 까먹는 게 귀찮을 법도 한데 왜 '게' 자가 들어가는 메뉴들만 보면 흥분을 하는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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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 맛을 아십니까? |
| 대게 하면 영덕, 영덕 하면 대게라는 공식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덩치가 커서 대게인줄 알았더니 다리가 대나무처럼 길쭉길쭉하다고 해서 대게란다. 시작부터 잘못된 정보로 얼룩졌지만 대게의 맛을 포기할 수는 일, 일단 게 다리를 하나 뜯어보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
| 순수한 대게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역시 뜨거운 스팀으로 '확~' 쩌내는 것이 최고다. 뽀얗게, 아니 모락모락 올라오는 스팀의 시각적 효과만으로도 마음이 동한다. 거기에 뜨거운 김과 함께 올라오는 고소한 향기, 대게찜의 향연이 시작 된다. 보들보들한 속살을 어찌나 단단히 숨겨놓았는지 성질 급한 사람의 애간장을 녹여 버리는 게 껍데기와 한판 승부를 벌이고서야 비로서 맛볼 수 있다. 굵고 단단한 껍데기를 가위로 자르고 뜯어내는 순간 드러나는 뽀얀 속살을 보니 왠지 울컥한다. 오동통하게 오른 하얀 살을 살짝 들어내 조심스럽게 입안에 넣으면 달큰한 향기가 혀끝에 감돈다. 씹을 필요도 없이 살살 녹아내리는 고소한 맛이 대게 예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즉, 감동적으로 맛있다는 얘기다. |
| 대게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게를 꼭 뉘여서 쪄야 한다. 온전히 앉혀 쪘다가는 짭조름하면서도 달큰한 게의 육즙이 흘러나가기 때문이다. 우선 길쭉한 여덟 개의 다리를 삭삭 발라낸 후 튼실한 집게다리를 공략한다. 굵은 근육을 자랑하는 집게다리는 무섭게 생기기는 했지만 고소한 속살을 가장 많이 숨기고 있는 부위이기도 하니 더욱 먹을 거리가 많다. 그리고 대게찜의 화려한 막은 역시 게딱지가 장식한다. 아무리 많은 게를 두고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고 먹는다고 해도 결정적인 눈치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게딱지다. 속살을 닥닥 긁고도 밥 한 숟가락을 슥슥 비벼먹는 맛을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대게 음식점에서는 볶음밥을 꽉꽉 채워주니 그 별미를 놓치지 말 것. |
| 그래도 따끈한 국물에 밥 한 술을 떠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대게탕을 추가하면 된다. 게살이 녹아든 개운한 국물이 소주 한잔을 생각나게 하겠지만 말이다. 대게로 포식을 하고 난 뒤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평소에는 누릴 수 없는-사치를 대게 포식은 사치가 분명하다-누리고 나서 공손히 물어본다. 게 맛을 아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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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사는 향기로 가득한 그 곳 |
|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대게 경매를 보겠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눈을 비비며 강구항으로 나섰다. 자꾸만 내려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면서도 새벽 항구의 활기찬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 전부터였던 것 같다. 6시간을 쉼 없이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그 거리가 얼마나 먼지도 모르고 출발하기 전부터 마냥 즐거워했다. 게 맛의 행복을, 새벽 항구의 활기를 그렇게 상상하고 있었다. |
| 새벽 항구의 하이라이트인 대게 경매를 보기 위해 강구항으로 길을 잡았다. 겨울철 별미인 대게 집산지 영덕으로 갔는데 그 재미난 구경을 놓칠 수가 없어 고생을 자처한 것이다. 아니, 적어도 대게를 맛보기 전 싱싱한 대게를 놓고 벌이는 특별한 구경을 놓칠 수 없다는 고집에서 시작됐다. 동이 트기도 전 사람향기로 가득한 항구, 갈매기 한 마리가 진두 지휘하는 한 척의 어선이 항구에 닿자 이윽고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시작된다. 좋은 물건을 차지하려는 상인들 사이에서 서울 뜨내기 손님들은 길 게 늘어서 있는 커다란 대게를 바라보고 마냥 행복해했다. |
| 순도 100퍼센트 수동 신호인 '에엥' 소리와 함께 시작된 대게 경매는 짧은 수신호와 눈빛 사이에서 바쁘게 눈을 돌리는 상이 끝나 버렸다. 그 사이에서 궁금한 게 많았던 서울 손님들 옆에 자리를 잡고 경매를 지켜보는 아주머니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얘들이 다 대게에요?" 아니, 야는 대게, 쟈는 홍게...." 길쭉한 다리가 쭉쭉 뻗었다고 해서 모두 '대게'라는 영얘로운 이름을 얻을 수는 없단다. 온 몸통이 새빨갛고 덩치가 조금 작은 놈은 홍게, 굵고 튼튼한 다리를 자랑하는 놈이 대게란다. 그리고 그 홍게와 대게의 중간치, 너도 대게냐는 질문을 수백 번쯤을 들었을, '너도대게' 라는 별명을 가진 청게도 있다. 그리고 대게 중에서도 껍질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고 큰 박달대게에게는 완장도 둘러준다. 바다 속에서 10년 이상은 살아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영덕의 박달대게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
| 생기 넘치는 동해안의 미항, 강구항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됐다. 고요함을 깨는 새벽 시장의 활기가, 날카롭지만 향기로운 바람이 자꾸만 겨울의 맛을 자극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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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함의 미학 |
| 강구항의 활기를 뒤로하고 울진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영해면 괴시리 마을이 나온다. 조금 전에 느꼈던 활기와는 전혀 다른 고요함이 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흙과 돌로 쌓은 낮은 담장과 기와가 한 시대를 훌쩍 건너 뛴 느낌이다. 그 담 너머를 슬쩍 넘겨다 보니 집 앞마당에서 할아버지의 장작 패는 소리가 적막을 기른다. 그 앞에 펼쳐진 앞 마당의 텃밭, 그리고 '口'자 형태의 한옥이 옛날 책에나 나오는 한 조각의 그림 같다. |
| 나이가 더 들어 내 집이 생긴다면 한옥에 살고 싶다는 꿈을 꾼다. 언젠가 어느 사대부 집에 견학을 다녀온 뒤에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졌던 것 같다. 추울 때는 군불을 지펴 방구들을 뜨뜻하게 덥히고, 한 여름에는 문을 들어올려 햇빛을 막고 바람을 통하게 하는 과학적 설계에 감탄했다. 멋스러운 디자인에 감동하고, 자연에서 얻은 소재가 주는 포근한 느낌에 끌렸다. 아흔 아홉 간의 고래등 같은 집은 아니더라도 기와 지붕 아래 나무 기둥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은 집이 영덕의 괴시리 마을에 모여 있다. |
| 대게가 내어준 달큰한 맛에 행복하고, 활기 넘치는 강구항에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리고 고요한 전통 마을에서 미래를 꿈꾼다. 영덕,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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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죽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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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_054-732-7744 |
| 위치_경상북도 영덕군 강구면 강구1리 |
| 찾아가는 길_강구대교 건너 우회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