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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표지판을 따라 찾은 심포는 아직 겨울옷을 입고 있는 조용한 바다와 작은 항구가 있었고, 그렇게 어울려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새해의 야무졌던 계획과 각오는 점점 시들해져가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바쁜 일상들은 왜 우리들의 삶을 지치게 만드는 걸까? 아무런 추억 하나 없이 또 한번의 계절을 보내려니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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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를 만들어 훌쩍 떠나기로 했다. 문득, 겨울바다가 보고 싶었다. 무작정 길을 나섰고, 그렇게 찾은 곳이 김제였다. 김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아리랑’같은 소설들의 배경이 되기도 했고, 가을엔 유명한 지평선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른 들판 한가운데서 보이는 풍경으로도 나의 허기진 갈증을 채워주진 못했다. 다시 넓은 들판을 뒤로 하고 작은 표지판 몇 개를 지나 심포항에 닿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한 줄로 서있는 횟집과 건물들이 없었다면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한 이곳이 과연 사람이 사는 곳일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엄청난 착각이었다.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바다를 등지고 길게 늘어서 있는 좌판 아주머니들이 내뱉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흥정소리와 특유의 아줌마표 웃음소리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웃음을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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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살짝 시끄러운 골목을 지나 좁은 모퉁이를 돌아서니, 시원하게 펼쳐진 넓은 바다가 보인다. ‘아! 바다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하필 오늘은 옅은 안개 때문에 수평선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날씨가 좋은 날이면 멀리 고군산열도 일대까지 다 보인다고 옆을 지나던 아저씨가 귀띔 해준다. 한참동안 겨울바다의 코끝 찡한 냄새를 만끽하고 있는데, 눈앞으로 출항을 앞둔 고깃배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보인다. 어부들의 거친 호흡이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이곳 역시 이곳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만 다를 뿐 모두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불끈 힘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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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바다 진봉반도에 위치한 심포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바닷물이 가득찬 만조 땐 거울처럼 잔잔한 모습의 항구를 보여주고, 썰물이면 넓은 갯벌이 훤히 드러나는 또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백합은 우리나라에서도 제일가는 품질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 음식점 어느 곳을 들어가도 빠짐없이 백합이 주재료인 메뉴들이 있었다. 잠시 백합죽으로 허기를 달래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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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아주머니는 이웃에 위치한 망해사라는 절을 들려보란다. 특별할 건 없지만, 앞마당이 바다인 곳은 흔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곁들여주셨다. 심포항을 나와 차를 달리니 지나치기 쉬울 만큼 작은 표지판이 가리키는 샛길로 접어들고 나지막한 언덕이 나온다. 정말 심포항과 가까이에 망해사는 자리 잡고 있었다. 망해사라는 이름 그대로 바다를 바라보는 절이었다. 아담했다. 너무 아담해서 작은 암자 같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하지만 이곳의 역사는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곳곳에 오랜 세월의 향기가 배어나고 있었다. 백제 의자왕 2년에 처음 세워졌지만 지금의 모습은 복원된 모습이란다. 우선 절 안에서 앞마당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은 특별하지 않은 이곳이 왜 특별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이곳의 앞마당은 바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위에 띄엄띄엄 떠있는 섬들 그리고 그 앞을 지나는 작은 고깃배들의 통통거림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진다. 내가 찾아 떠났던 겨울바다의 허기와 갈증이 일순간 사라짐을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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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그때,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도 시작 되고 있었다. 지금 이순간, 무슨 말이 필요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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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보면서 품었던 많은 생각들은 잠시 접고 늦겨울 속으로, 붉은 노을 속으로 나를 맡기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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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to get there 심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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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 용 차_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IC-29번국도(만경방면)-702번지방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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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_김제역 앞에서 심포방면 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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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_063-540-3208 김제시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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