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삼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꽃' 아닐까?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활짝 필 각양각색의 꽃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마저 꽃망울 터지듯 부풀어온다. 그래서 봄이 시작되려는 지금,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아산 세계 꽃 식물원이다. 원래 지역화훼업자들이 대일수출을 위해 꽃을 재배하던 이곳은 2004년 3월, 테마별로 꽃을 묶어 세계적인 원예 종 식물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꽃 식물원으로 재탄생했다. 대형 유리온실과 야외공간까지 합쳐 약 4만 6천 제곱미터의 넓이로 국내 실내 전시관 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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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하우스의 다소 허름한 외관이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눈으로는 알록달록한 빛깔의 꽃이, 코로는 온통 향수를 뿌려놓은 듯 진한 꽃향기가 스며들어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18개의 온실이 하나로 연결돼 거대한 식물원을 이루고 있는 이곳에는 안개꽃 모양의 알리섬, 양귀비과의 포비, 다양한 빛깔의 히아신스 외에도 튤립, 수선화, 포인세티아, 카라, 베고니아, 안시리움, 아마릴리스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꽃이 청초하면서도 도도한 자태를 뽐내며 피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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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꽃의 이름과 생김새를 열심히 수첩에 옮겨 적다가 그 종류만 1천여 종, 꽃송이 수로는 1천만 송이가 넘는다는 말에 공부는 포기하고 그저 꽃이 만들어낸 세계를 만끽한다. 꽃구경 말고도 식용이 가능한 꽃이 장식된 꽃비빔밥, 꽃과 잎을 이용해 손수건에 염색하는 체험 교실 등 다양한 꽃 세상을 휘저으며 걷다 보니 바깥의 쌀쌀한 날씨는 잊은 지 오래다. 오색의 꽃빛깔에 마음까지 물들었는지 벌써 화사한 봄이 찾아온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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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긋한 꽃내음에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시계를 보고 부랴부랴 다음 장소로 발을 옮긴다. 아산시 북쪽, 아산만 방조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인주면의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공세리 성당은 영화, 드라마에 숱하고 나왔을 만큼 아름다운 성당으로 대전 교구 최초로 지어진 서양식(프랑스 고딕양식) 건물이기도 하다. 언덕에 오르자 수령이 3백 년이 넘는 느티나무 뒤로 붉은 벽돌의 본당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종교적 상징물인 종탑은 성당이 단층 건물임에도 멀리서도 눈에 잘 띄도록 화려한 장식을 한 채 4층 높이까지 솟아있다. |
| 현재 성당이 서 있는 이곳은 조선조 때 충청-전라-경상도 등지에서 거둬들인 세곡을 쌓아두던 공제창고가 있었던 장소다. 이곳에 모인 세곡은 배에 실려 한양으로 옮겨졌고, '공세리'라는 지명은 이런 역사에서 유래했다. 1895년에 프랑스 선교사 드비즈 신부가 이 땅을 사들여 1922년에 지금의 공세리 성당을 완성하였다. |
| 빠끔히 문을 열고 본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내부는 3백 명 정도면 꽉 찰 듯한, 그리 넓지 않은 규모였는데 아담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천주교 신자가 아닌 기자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하지만 지금의 온화한 모습과 달리 공세리 성당의 지난 110년 역사는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다와 인접해 외부 문물 유입이 쉬웠던 공세리는 복음이 일찍 전파된 곳으로, 1839년 기해박해, 1866년 병인박해가 본당 설립 이전 이곳에서 있었고 6.25때는 신부의 신자들이 트럭에 실려 서울과 평양 등으로 끌려다니다 순교했다. 성당은 공산군의 정치보위부가 되었고 제대는 뜯겨 강연대로 사용되기도 했다. |
| 성당의 아픈 역사는 성당 옆에 있는 순교자를 위한 현양탑에서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만 여전히 과거 수많은 이들이 핍박받았던 장소라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다. 그저 본당 뒤쪽으로 난 십자가의 길을 거닐면서 당시의 아픈 역사를 짐작해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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