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고기' 하면 떠오르는 곳이 광양이지만 자자한 명성을 듣고도 왜 그렇게 유명한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그 맛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숯불 위에 놋화로 그리고 그 위에 구리석쇠얹고 지글지글 구운 다음 상추 한 장, 고기 한 점, 된장 듬뿍 찍어 바르고 한 입에 쏙~!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불고기 맛이 왜 그렇게 서울에 광양불고기 집이 많았는지 그제야 무릎을 '탁' 하고 친다. |
| |
|
|
| |
| 불고기의 원조를 찾아서 |
|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만큼 연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광양불고기는 고기를 써는 기술과 정성, 백운산에서 자생하는 참나무 숯 그리고 불 위에 올리기 직전 버무리는 양념이 이뤄낸 환상의 조화다. |
| 광양시 광양읍. 10여개의 숯불고기집이 모여 있는 골목에서 광양불고기를 위해 찾은 곳은 광양불고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한국식당이다. 광양불고기는 40여 년 전 지금의 주인인 박영희 씨의 시할머니가 집에서 해먹던 숯불고기를 상업화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한국식당은 4대째 내려오고 있는 전통 있는 식당이다. 광양불고기의 가장 큰 특징은 육질에서 느낄 수 있다. 지방이 골고루 퍼져 있고 육질이 부드러운 최상급 고기를 사용하는데, 박영희 사장은 고기를 다듬는 과정을 옷 한 벌을 짓기 위해 재단을 하는 과정에 비유한다. 근육의 결과 반대가 되도록 가로로 얇게 썰어야 하며 적당한 두께와 칼집이 들어가도록 세심하게 손질해야 고기가 부드럽고 연해진다는 것이다. |
| 그렇게 정성들여 썰어 낸 고기는 양념에 의해 다시 한번 맛을 입는다. 보통 우리가 먹는 불고기는 미리 양념이 재워진 상태에서 불판에 오르지만 광양불고기는 손님이 주문함과 동시에 양념을 한다. 고기 맛과 양념 맛을 각각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몇 시간 전부터 양념에 재워 물이 뚝뚝 떨어지는 불고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콤달콤한 맛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양념의 차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간장, 마늘, 참기름 등 흔한 몇 가지 재료는 공개되지만 나머지는 박영희 사장만이 아는 비법이다. |
| 여기에 백운산에서 자생하는 참나무 숯은 고기 표면을 빨리 익히고 수분의 증발을 막아 줄 뿐 아니라 참숯에 함유된 칼륨 성분이 고기 속의 지방산을 중화시켜 고기의 독특한 맛을 더한다. |
|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광양불고기는 너무 오래 익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 앞, 뒤로 살짝 익힌 상태에서 가장 좋은 맛을 낸다고 하니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해도해도 모자란 고기 맛에 대한 찬양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일단 고기 맛 좀 볼까? |
| |
| 고기 맛도 먹어 본 사람이 안다지? |
| 고기를 주문하자 밑반찬들이 먼저 나온다. 보통 고깃집은 밑반찬이 그리 많지 않게 마련인데 밑반찬 담그는 걸 좋아하는 주인아주머니 덕에 이곳에서는 고소한 부추무침과 매콤한 간장게장, 콩자반, 배추김치 등 따로 말이 필요없는 잔라도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건 바로 매실 장아찌. 아삭하면서 새콤한 맛이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는데 한꺼번에 많이 담을 수가 없어 광양 매화축제 기간이 아니면 특별히 주문하는 손님에게만 서비스된다고 귀띔한다. |
| 잠시후 뻘겋게 달아오른 숯불이 들어오고 그 위에 놋화로 올리고 구리석쇠를 얹으면 고기 굽기 준비는 끝난 셈. 구리석쇠는 열전도율이 일반 쇠보다 높아 고기가 잘 눌어붙지 않고 구리에서 원적외선이 방출돼 고기의 맛을 높인다고 한다. 불판 위에 환풍기가 달린 다른 고깃집과 달리 한국식당에는 상 바로 옆에 환풍기가 붙어 있어 고기를 굽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 것은 사장님의 아이디어. |
| 이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막 양념된 불그스레한 고기를 잘 달궈진 석쇠 위에 얹는다. 붉은 빛의 육즙이 고기 위로 송글송글 맺힐 무렵 한번 뒤집어주고, 또 한번 뒤집고... 이렇게 구워진 야들야들한 고기를 먼저 아무 소스에 찍지 않고 살짝 베어 물었다. 그 순간 고기에서 스며 나오는 달콤한 육즙이 입안에 퍼지는 느낌이란, 가히 예술이다. |
| 이렇게 광양불고기 맛에 한번 빠져들면 그 후부턴 젓가락을 내려놓을 틈이 없다. 싱싱한 풋고추를 된장에 푹 찍어 우걱우걱 씹기도 하고 커다란 상추잎에 고기 두 덩어리를 얹어서 한입 가득 밀어넣기도 한다. 달달한 고기 맛에 금새 질릴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마치 중독이나 된 듯이 쫄깃하면서 달콤새콤한 그 맛에 먹을수록 빠져드니 한턱 쏜다고 허세를 부리다가는 눈물을 머금어야 할지도 모른다. 미리 당부하건데 고기 맛에 취해서 냉면과 누룽지 맛을 놓치는 일은 부디 없기를. 씹히는 맛이 일품인 톳 냉면과 직접 눌러서 끊인 누룽지와 된장찌개, 그리고 직접 담근 상큼한 매실차까지 마셔야 비로소 광양불고기와 함께 한 행복한 식탁이 마무리된다. |
| |
|
|
| |
| 봄의 향연이 펼쳐지는 그곳 |
| 구수한 숯불고기로 두둑이 배를 채웠다면 주변 명소도 둘러보자. 불고기 집 바로 옆에 자리한 유당공원은 잠시 허리띠 풀어놓고 여유를 부리기에 좋은 곳이다. 1547년 당시 광양현감 박세후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수영버들이 많이 심어져 있어 유당공원(버들못)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 제 235호인 이팝나무를 비롯해 팽나무, 느티나무 등 수백 년 묵은 고목 수십 그루가 공원 가운데 작은 연못과 어우러져 있어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
| 해발 1,218미터의 백운산은 맑은 계곡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 백운산의 남쪽 기슭에는 인공림과 천연림이 조화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펼쳐진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는데 길 게 뻗은 소나무 사이로 만들어진 황톳길을 맨발로 걷다 보면 잠시 세상과 단절된 듯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
| 매화마을은 봄날의 광양을 찾았다면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고요히 흐르는 섬진강과 함께 하얀 꽃이 온 산을 물들여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이곳에는 매년 3월이면 매화축제가 열려 일찍 봄을 맞이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매화마을의 잘 닦여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매실을 담그기 위해 들여놓은 장독의 풍경이 장관을 이루는 청매실농원이 자리한다. 청매실농원은 매화나무 집단 재배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으로 1930년대 김오천 선생이 이 언덕에 매화나무를 심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그의 며느리이지 국가지정 매실명인이 된 홍쌍리 여사가 지키고 있다. 농원 안으로 들어가면 매실 장아찌, 매실 고추장, 매실차 등 매실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
| 봄바람이 살랑이는 이 계절, 매화가 절정을 이루고, 고요한 섬진강과 수려한 풍광의 명산이 어우러진 도시 광양. 그리고 한 입 맛본 순간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불고기의 달콤한 맛까지. 짐작은 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벌써부터 그곳이, 그 맛이 그리워지닌 이를 어쩌면 좋을까? |
| |
| Info 한국식당 |
| |
문의_061-761-9292 |
| 주소_충남 광양시 광양읍 읍내리 206-1 |
| 가격_불고기1인분 13,000원, 톳냉면 6,000원(포장,택배 가능) |
| 찾아가는 길_광양읍 시계탑사거리에서 읍사무소 골목, KT(한국통신)옆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