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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이념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큰 사건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이 종교다. 종교분쟁이 민족간 또는 국가간의 전쟁으로 번지며 세계의 역사가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남태평양의 한가로운 섬나라 인도네시아, 그 중에서도 족자카르타에서만은 서로 다른 종교가 오랜 세월토록 공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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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라 = 휴양지 = 인도네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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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와 평행을 유지하며 그 아래에 가로로 누운 남국의 섬 인도네시아를 들먹이면 수도인 자카르타보다 휴양지인 발리섬을 먼저 연상하는 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발리 = 휴양지 = 인도네시아’라는 요상한 각인이 머릿속에 콕 박힌 지라 발리섬을 더 친근한 인도네시아의 이미지로 각인하고 있는 기자에게 족자카르타(Yogjakarta, 현지 발음으로는 ‘욕야카르타’로 불린다)는 어쩐지 더 먼 듯 했다. ‘족자카르타’라는 이름에서 유독 고풍스러운 뉘앙스가 풍기는 듯도 하고 한편으로는 버라이어티 TV 프로그램 ‘1박2일’ 팀이 부르짖는 그 ‘야생’이 아니라, 진정한 야생의 밀림이 존재할 것 같다는 괜한 추측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전정보 없이 족자카르타를 방문한다면 십중팔구는 번화한 시가의 모습에 당황할 것이다. 유명한 브랜드 숍이 시내에 늘어서 있고, 쇼핑센터에서 흘러나오는 휘황찬란한 불빛의 거리는 조용하고 아담한 풍경의 발리보다 훨씬 화려하다.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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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호주와도 이웃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구성하는 여러 개의 섬들 중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에 자리잡은 족자카르타는 오히려 교육과 역사의 도시로 통한다. 세월을 거스르는 오랜 유적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경주쯤 되겠고, 대학을 찾아 학생들이 몰려드니 청주나 대전쯤으로 봐도 되겠다. 교육과 역사라는 점잖은(?) 콘셉트를 가진 도시이지만 세계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휴양지 발리보다 더 화려한 도심을 가진 족자카르타는 고유의 언밸런스한 매력을 가졌고, 그 유연함을 입증이라도 하듯 거대한 힌두 사원 ‘찬디 프람바난(Candi Prambanan)’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랜 불교 사원 ‘찬디 보로부두르(Candi Borobudur) 역시 이 곳에 공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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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시바의 사원, 프람바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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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자카르타의 도심에서 동쪽으로 17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프람바난(Prambanan)은 ‘라라 종그랑(Loro Jonggrang) 사원’ 또는 ‘날씬한 처녀의 사원’으로 불리며 인도네시아의 힌두교 사원 중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곳으로 칭송받는다. 푸른 잔디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고 일정한 간격으로 열대림이 심어진 길을 지나면 어느 순간, 시야가 넓어지며 하늘로 우뚝 솟은 사원이 눈에 들어온다. 석회암으로 지어진 터라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점점 더 검은빛을 발하는 이 힌두사원은 잦은 지진과 네덜란드에 의한 오랜 침략의 역사로 인해 정확한 기록은 남지 않았으나 9세기 중반에 이 지역을 지배하던 마따람 왕조의 바리퉁마하 삼부 왕에 의해 건설되었을 거라 추정된다. 그러나 1600년경 활화산이 폭발하며 지진이 일어나 붕괴되었다가 1814년, 당시 이 지역을 침략했던 영국의 총독에 의해 잔해가 발견되며 복구가 시작되어 1907년이 되어서야 네덜란드의 고고학자에 의해 비로소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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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의 일부가 복원되었다. 하지만 240여 개의 크고 작은 찬디(Candi, 석탑 모양의 사원) 중 18개 정도만 복원되었다하니 온전한 옛모습을 찾기까지에는 아직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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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다행이라면 프람바난을 대표할 수 있는, 가장 크고 의미가 깊은 찬디가 복원이 되었다는 것. 힌두교에서 모시는 여러 신들 중, 3대신(神)으로 꼽히는 파괴의 신인 시바(Shiva)와 보존의 신 비슈누(Visnu), 보존의 신인 브라마(Brahma)가 그 위용을 자랑하며 사원의 중앙에 서 있고 그 신들이 타고 다닌다는 암소 난디와 독수리 가루다, 백마 한사가 각 사원에 새겨져 있다. 이 중에서도 주사원인 시바의 신전은 높이 47미터로 솟아올라 동남아 최대 규모의 힌두교 사원으로 꼽힌다. 신전의 외벽에는 고대 인도의 서사시인 라마야나의 이야기가 외벽을 빙돌아 새겨져 있는데 인도네시아에는 라마야나 이야기를 새긴 찬디가 많이 있 지만 프람바난의 것을 예술성에서 으뜸으로 친다. 외벽을 따라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북쪽의 석실에 두르가 여신의 상을 만나게 된다. 웅크린 소의 잔등을 밟고 선 아름답고 관능적인 외모의 두르가는 ‘라라 종그랑’이라고도 불리는데 그에 따른 전설이 전해져 온다. 마법을 쓸 수 있는 펭깅국 왕자 반둥이 이웃나라의 왕을 암살하려고 궁궐에 침입했다가 우연히 라라 종그랑 공주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구애하지만 그녀는 하룻밤 사이에 찬디 1천기를 쌓으면 구애를 받아들이겠다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거절한다. 하지만 마법으로 찬기를 쌓는데 성공하자 공주는 부녀자들을 동원해 찬기를 무너뜨리려 하고, 사실을 알게 된 격노한 반둥이 공주를 돌로 만들어버린다. 본국으로 돌아간 반둥 왕자도 아버지인 왕에게 그의 행적을 들켜 소로 변하게 되고, 두르가상이 밟고 있는 그 소가 반둥왕자라는 이야기다. 이런 전설 때문인지 현지인들에게서 유독 사랑받는 프람바난 사원은 지금도 라라 종그랑 사원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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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도의 성지 보로부드르 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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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로 치자면 프람바난보다 훨씬 큰 보로부두르 사원은 9세기 중부, 자바의 북부를 통치한 불교 왕국 샤일렌드라 왕조에 의해 건설되었는데,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더불어 동남아시아 최고 불교 유적지의 하나로 꼽힌다. 지금은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했으나 힌두교도들의 터전에서도 이 오랜 불교유적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고대 인도에서 불교도 힌두교의 한 종파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
| 조용한 역사의 도시 족자카르타를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코스인 보로부두르 사원은 석회암을 맞물리게 쌓아 올려 화산의 폭발과 지진 등으로 인해 프람바난 사원이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던 큰 피해를 입었을 때도 다행히 사원 바깥쪽의 난간이 무너지는 정도에서 그치며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드높은 명성과 더불어 불교도들에게는 의미 깊은 성지인 보로부두르사원도 자바에서 샤일렌드라 왕조의 쇠퇴와 더불어 잊혀지다시피 하다가 1814년, 당시 자바의 총독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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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었던 래플즈에 의해 발견되었다. 오랜 세월을 잊혀져 있으면서도 다행히 붕괴의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그 엄청난 하중을 견디지 못해 지반이 가라앉고 있어 아시아의 유적 중 최초로 유네스코의 주도로 대규모의 보존과 보수 작업이 이루어져 건축된 곳으로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
| 육각형의 사원 위에 원형의 세 개 층으로 건설된 보로부두르에서는 4층으로 이루어진 회랑에 새겨진 섬세한 부조가 아주 인상적이다. 시계 방향을 따라 차례로 돌며 부처의 탄생을 비롯한 그의 일생과 행적, 가르침이 정교히 새겨져 있으며, 443개의 불상이 테라스 각각의 방에 앉아있는데 프람바난처럼 큰 피해는 없었지만 외벽이 무너진 후 복구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설계도나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아직 많은 부분이 미완으로 남아 있다. 대략 비슷한 모양의 돌을 맞춰두긴 했지만 그래도 부처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어쩐지 어색한 배합으로 올려진 부분이 제법 보인다. 양이나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도 하지만, 고유 문화유산을 복원하려는 후예들의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반성하고 갈 시점이다. 굳이 인도네시아의 유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숭례문이나 양양 낙산사의 소실 또한 그와 다를 바 아니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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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자카르타왕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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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왓 프라케오를 연상하며 금빛으로 번쩍이는 화려한 왕궁을 상상하면 실망할 것이다. 1750년 지어진 크라톤은 족자카르타의 역대 왕이 살았었고, 지금도 살고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소박하고 아담하다. 사실 1대에서 9대왕에 이르기까지 크라톤의 입구에 있는 건물에서 왕이 거주하다가, 족자카르타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10대왕은 왕궁 뒤편 숲속의 조용한 곳으로 거주처를 옮겼단다. 여러 기념관 중 1대 왕부터 그들의 족보를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관이 있다. 한 나무에 가지와 잎이 많을 수록 왕의 호색을 드러낸다. 가지수는 왕비의 수이고, 잎은 자녀의 수니 같은 크기의 액자 안에 얼마나 나무가 울창하냐에 따라 왕의 가계도가 보이는 것이다. 이슬람 국가이니만큼 일부다처가 허용되기는 하지만, 7대왕의 액자가 특히나 여백이 없이 빼곡하다. 자식이 무려 80여 명을 넘었다고.왕궁에 입장할 때 민소매 옷이나 발가락 슬리퍼는 허용되지만 모자만은 허용되지 않으니 특히 주의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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