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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난타의 길, 간다라에서 영광까지
날이 밝자마자 달려간 곳은 영광 법성포다. 굴비로 유명한 영광의 굴비가 정확히 말하면 영광 법성포 굴비인 까닭도 있지만 백제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파한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첫발을 디딘 곳이 바로 법성포이기 때문이다. ‘법성포(法聖浦)’라는 지명 역시 ‘성인이 불법(佛法)을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이라고 하니 지명에서 종교의 냄새를 느꼈다면 정확히 짚어낸 것.법성포 한쪽 언덕에 자리한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는 서기 384년 백제 침류왕 원년에 인도 간다라 지방(지금의 파키스탄 지역)의 승려 마라난타가 중국을 거쳐 바닷길을 통해 영광 법성포에 당도해 불교를 전파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오랫동안 그 전래경로가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1998년 동국대학교에 학술고증을 의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해동고승전의 내용을 토대로 영광 땅이 백제불교의 최초 도래지임이 밝혀진 뒤 2006년에 이곳을 간다라 양식의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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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공간으로 꾸며 영광을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간다라 풍으로 꾸며진 입구로 들어서면 팔각정 너머로 마라난타가 물길을 따라 들어왔을 법성포항이 펼쳐지고 그 옆으로는 높은 계단 위에 서 있는 엄청난 크기의 사면대불상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의 수는 총 108개. 108배를 대신해 108가지 번뇌를 하나하나 벗어던지는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다가 중간지점의 부용루에서 발길이 잠시 멈춘다. 가로 2미터, 세로 3미터 크기의 23면의 화강암에 부처의 탄생부터 열반에 들기까지 일대기를 새겨넣은 부조조각이 장식되어 있는데 조각의 규모도 그렇지만 그 정교함에 한 번 더 감동하게 된다. 이 작품을 담당한 불교조각가 이재순 씨는 이 작품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실사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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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를 전해주는 산속의 사찰과 곳곳에 자리한 휴식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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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올라 바라본 사면대불상은 아래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를 자랑한다. 높이가 24미터로 정면에는 아미타불 상이, 뒷면에는 마라난타 상이 그리고 양쪽 옆면에는 관음세지보살상이 새겨져 있다. 사면대불상을 뒤로 하고 다시 밑으로 내려오면 간다라 양식의 탑원과 간다라 불상, 동전, 청동잔, 스투파 등 인도에서 기증받거나 구입한 130여 종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간다라유물관이 자리한다. |
| 백제불교를 이야기하려면 법성포와 함께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바로 불갑사다. 우리나라 최대 상사화 군락지로 유명한 불갑산 기슭에 자리한 불갑사는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하면서 제일 처음 지은 불법도량으로 고요한 산속에 자리하고 있어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과 함께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는 천왕문을 지나면 스님들이 공부하던 만세루가 나오고 그 뒤로 대웅전이 자리한다. 조선 중기에 세워진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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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로 현재 보물 830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특히 눈여겨볼 것은 문살 문양. 앞면 3칸 모두 삼분합(三分閤) 빗살문으로 가운데 칸에 달린 문에는 화려한 빛깔의 색을 입힌 연꽃무늬와 국화무늬가 조각되어 있어 무채색의 단청과 어우러지며 고풍스러우면서도 화사한 매력을 풍긴다. 산 위로 울려 퍼지는 스님의 목탁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약수물 한 바가지를 마시고, 절 뒤쪽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제112호로 지정된 참식나무 군락지를 둘러본 후 불갑사를 나서니 2.8킬로미터의 불갑저수지를 둘러싸고 조성된 불갑사 수변공원이 자리한다. 한적한 마을 풍경 자체로도 여유를 전해주는데 산속의 사찰과 곳곳에 자리한 이러한 휴식처가 여행객의 발걸음을 더욱 느리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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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바라보며 신나게 달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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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포에서 시작된 백제불교의 역사와 산의 정취를 만끽하고 나면 이번에는 영광의 서쪽 해안을 따라 시원하게 달리는 드라이브를 즐길 차례다. 서해안 최고의 해안드라이브 코스인 백수해안도로는 영광군 백수읍에서 염산면까지 17킬로미터 남짓 이어지는 도로로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도로 100선’ 중 9위를 차지했을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 |
| 법성포에서 해안도로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 77번 국도에 들어서 산길을 굽이 돌고 언덕을 넘어서자 눈앞에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멀리는 송이도와 안마도가, 가까이는 칠산도가 떠 있고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과 갈매기, 해안도로 양옆으로 피어 있는 해당화까지, 절로 탄성이 내질러질 정도로 넋을 빼놓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
| 본격적인 드라이브에 앞서 차의 에어컨을 끄고 창문과 선루프를 열자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백수해안도로에서 가장 절경을 자랑하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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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칠산정’이라는 팔각정자가 자리한 해안전망대와 ‘금강산 가는길’이라는 식당 옆 해안공원. 칠산정 아래로는 ‘건강 365’라는 이름의 365개의 나무계단이 바닷가 바로 앞까지 나 있어 일렁이는 파도와 갯바위의 풍경을 가까이서 감상하기에 좋다. 해안도로 절벽 아래로는 기암바위들이 저마다 특색 있는 모양을 드러내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아이를 업고 앉은 모습의 ‘모자바위’와 그 옆의 ‘거북바위’다. 해안공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위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 누구든지 이름만 듣고도 그 바위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이름 그대로의 형상에 일부러 만들어놓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 밖에 200년 전통의 해수찜을 체험할 수 있는 석구미마을과 영화 ‘마파도’ 촬영지로 유명한 동백마을,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노을전시관 등 해안도로 곳곳에 자리한 볼거리들이 드라이브에 재미를 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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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무엇보다 감동을 주는 건 역시 자연이 전해주는 경관이다. 밀물 때 바로 코앞까지 찰랑대던 바다는 썰물 때가 되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드넓은 갯벌을 펼쳐보이고, 그렇게 하루에 두 차례 다른 경관을 선사하던 바다는 해 질 녘이 되면 마치 피날레를 장식하듯 붉은 태양을 집어 삼키며 온 하늘을 붉디붉게 물들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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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에서 조개 잡고 염전에서 소금꽃 감상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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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떠난 여행이라면 해안도로 끝 자락에서 만나는 두우리 갯벌과 염전을 꼭 들러보자. 바닷물이 빠지고 나면 펼쳐지는 염산면의 두우리 갯벌은 서해안 지방에서도 손꼽히는 드넓은 갯벌지대로 해안선에 따라 단단한 모래가 있거나 발이 푹푹 빠지는 개펄이 섞여 나타나 조개잡이 같은 갯벌체험은 물론 시속 70킬로미터로 달리는 짜릿한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갯벌 드라이브를 즐기려면 ‘당두마을’이라 새겨진 돌 간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서면 되는데 이때 바닷물이 배여 있는 갯펄에서는 차가 빠질 수 있으므로 조심하자. 또 한가지 절대로 명심할 것은 사전에 간조 시간을 반드시 알아봐야 한다는 것. |
| 이곳의 어촌마을체험장에서는 호미와 포대를 빌려 갯벌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개펄에 들어가서 호미로 헤집으면 백합과 맛조개를 쉽게 잡을 수 있는데 펄에 구멍을 송송 뚫으며 들락날락 거리는 게도 갯벌체험의 재미를 더한다. 어른들은 백합을 캐기에 바쁘고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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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게를 잡아볼 요량으로 쫓아다니는 사이 서너 살도 안됐을 꼬마는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이 무서웠던지 훌쩍이다가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는 이내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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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의 풍광도 아름답지만 염산면의 두우리와 야월리, 송암리 일대에 네모 반듯하게 자리한 염전도 색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소금 산’이라는 뜻의 염산(鹽山)은 동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에서는 농경지보다 소금밭을 더 많이 볼 수 있는데 염산면과 인근의 백수읍에 조성된 영광 염전의 규모가 124개소 580헥타르, 생산량은 연간 4만 2천여 톤으로 전남 신안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소금생산량을 자랑한다. 그 광활한 염전의 규모도 그렇지만 소금물을 담아놓고 햇볕에 말리는 모습도, 물이 증발하고 나면 검정 소금판 위에 눈꽃처럼 피어난 새하얀 소금도 그리고 그 소금을 쓸어 외발수레에 담고 저장고로 옮기는 활기찬 염부의 몸놀림도 모든 것이 외지인에게는 생소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영광의 몇몇 염전에서는 외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료 염전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색다른 체험을 즐기기에도 좋다. |
| 오래전 마라난타가 이곳으로 불법을 들고 온 것은 어쩌면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마음에 평안과 고요를 얻으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깨닫기에 가장 적합한 고장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싱그러운 바닷바람과 끼룩거리는 갈매기, 그 곁으로 쭉 뻗은 해안도로, 드넓은 갯벌과 반짝이는 소금밭까지. 영광에 다녀온 뒤 내 마음에도 영광(榮光)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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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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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 1일 버스투어_영광군은 정기적인 노선버스 운행이 어려운 관광지를 연계해 1일 버스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오전 9시 광주역을 출발해 불갑사, 불갑저수지 수변공원,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백수 해안도로 등 볼거리를 차례로 돌아본 후 오후 6시에 광주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에 출발한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동승하며 영광굴비로 푸짐하게 차려진 중식이 포함되어 있다. 요금은 1인당 1만 8천 원(6세 이하 무료). |
| 문의 영광군청 문화관광과 061-350-5750~2 |
| 먹을 곳_‘밥도둑’ 영광굴비를 맛보려면 법성포항으로 간다. 어느 식당이나 굴비를 상에 올리지 않은 집이 거의 없지만 그중에서도 일번지 식당(061-356-2268), 동원정(061-356-3323), 명가어찬(061-356-5353 )이 유명하다. 가격은 1인분에 2만 원 정도. 30여 가지의 반찬이 함께 나와 푸짐한 굴비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
| 잠잘 곳_영광에는 아직 팬션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몇몇 팬션이 백수 해안도로변에자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두리펜션’은 염산면 두우리에 위치해 있어 백수해안도로와 두우리 갯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영광에서 지정한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팬션 바로 앞에 바다를 끼고 있어 물놀이와 그물낚시뿐 아니라 바닷물이 빠지고 나면 두우리 갯벌에서 조개잡이 등의 갯벌체험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저녁이면 팬션 앞마당의 놀이터에 앉아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하는 일 또한 빠트릴 수 없는 것 중 하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테라스에서 즉석 바비큐와 조개구이를 맛보거나 무공해 파밭에서 직접 기른 토종닭을 잡아 몸에 좋은 재료를 담뿍 넣고 정성스럽게 끓여낸 토종 닭백숙도 준비되어 있다. 팬션 건물은 신관과 구관으로 나뉘어 있으며 총 12개의 객실 모두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을 자랑한다. 2명부터 40명까지 수용 가능한 다양한 크기의 객실에는 주방시설과 취사도구가 갖춰져 있다. 요금은 성수기(6월~8월)에는 10만 원부터 40만 원, 비수기에는 5만 원부터 15만 원이다. |
| 주소 전라남도 영광군 염산면 두우리 692 |
| 문의 061-353-2400 www.dooripensio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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