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중 땅거미 내릴 무렵 문을 여는 빈탄 시장 근처 야시장에 들렀다. 풍부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야시장 방문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다. 보통은 해산물 요리를 먹곤 하는데, 그 날은 여행의 마지막 밤이고 해서 특별한 현지 음식을 맛보고 싶었다. 허름하지만 손님이 가득한 식당 입구에서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손님을 맞고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신이 한국 배우 장동건을 좋아한다면서 무조건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서툰 영어와 베트남어, 손짓발짓까지 동원해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베트남 요리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남자에게 좋은 음식이 있다며 큰소리를 쳤다. 무슨 음식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설명하는 몸짓으로 보아 날짐승인 듯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맛이나 보고 떠나자는 생각에 주문을 했다. 얼마 후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낡은 접시에 몇 점의 고기가 담긴 회색빛 수프가 나왔다. 조금 망설였지만 별미 보약이라 생각하고 접시를 말끔하게 비웠다. 맛은 별로였다. 돈을 지불하고 나오는 길에 호기심이 일어 주방 안을 흘깃 들여다봤는데, 대나무 광주리엔 박쥐가 가득 들어있었다. 내가 먹었던 스프의 재료가 바로 박쥐였던 것. 박쥐요리를 먹고 돌아온 이후, 나는 가끔 박쥐들이 날아드는 악몽에 시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