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하류와 상류 쪽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하류로 갈수록 지형이 안전해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많다. 낮게 고인 물웅덩이에서 신기한 듯 올챙이를 바라보는 꼬마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상류로 갈수록 지형이 험준해지고 물살이 빨라져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급경사의 암반과 부드러운 이끼로 자연스레 형성된 물 미끄럼틀에서 스릴을 즐기는 학생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또, 계곡 옆의 고요한 산속이나 자연 침식된 바위동굴 속에서 쉬는 피서객들을 볼 수 있다. 귀에 MP3를 꽂고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책을 읽다 잠들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운 모습은 친한 벗과 함께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앉아 메밀묵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는 중년 남성들이다. 산 중턱바위는 반석이 되어주고 녹음이 짙은 나무는 그늘이 되어주니 신선이 따로 없다.

여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그만큼 피서의 횟수도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시간을 따로 내서 유명 휴양지를 찾는 것은 기껏해야 일 년에 고작 한두 번 정도다.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고 가까운 곳엣 피서지를 찾고 있다면, 무거운 짐을 벗고 옷을 훨훨 떨며 가까운 도심 속 계곡을 찾아보자. 일과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치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