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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베트남] 도시분류 : [호이안]
기사제목
[OUTFIELD] 동양의 아바나, 색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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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 낮은 담장에 칠해진 연한 색채들. 그 사이를 누비는 시클로들. 연둣빛, 노란빛, 붉은빛, 보랏빛. 색색의 랜턴만이 거리를 비추는 꿈결 같은 저녁. 저와 함께 과거로 여행 가실래요? 수줍은 청년 같은 도시 호이안이 건네는 이 제안에 설레지 않을 이 누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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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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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의 옛 수도 후에에서 호이안까지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해안선에 잇닿아 있다. 투명한 바다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는 언제나 유쾌하기 그지없다. 해안선을 따라 하노이에서 호치민시티까지 베트남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기차의 선로가 차와 함께 내달린다. |
| 후에와.호이안 사이에 자리한, 랑코비치라 불리는 자그마한 해변은 이 해안 드라이브 코스의 정점이다. 흰 파도와 한적한 백사장, 뜨거운 여름 햇살과 그만큼 진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하얀 파라솔까지. 책 몇 권 들고 와 며칠 쉬어 갈 만한 휴양지를 그림으로 그려낸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싱가포르에 기반한 반얀 트리가 랑코비치에 리조트단지를 건설 중이라고는 하지만, 외진 곳이라 아직까지 대규모 리조트는 들어서지 않았다. 탄 탐(Thanh Tam)이라는 작은 해변 리조트 한 곳과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이 손님을 맞고 있을 뿐이다. 레스토랑 야외의 천막 아래 앉아 있으니 청량 음료처럼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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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중부의 관문, 다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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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달려가다 보면 후에 주경계선 언덕 아래로 다낭 시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호치민과 하노이에 이어 세 번쨰로 큰 도시인 다낭은 최근 베트남 중부의 관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차이나 캐피탈(Indochina Capital)이 2010년까지 226개의 게스트룸과 150개의 콘도미니엄, 30개의 오션뷰 복층 빌라를 건설할 계획을 밝혔고, 두바이의 킹덤 호텔 투자회사도 2011년까지 래플즈 다낭(Raffles Danang)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셀라돈 인터내셔널도 다낭에 셀라돈 그린 아일랜드 호텔을, 호이안에 셀라돈 리조트를, 훼에 셀라돈 팰리스를 짓고 있다. 비나 캐피탈(Vina Capital)역시 호이안과 마블 마운틴 근처에 호텔과 리조트, 쇼핑몰을 연다. |
| 중국처럼 베트남에도 물, 불, 흙, 나무, 금 등 세계를 구성하는 다섯 개의 원소를 뜻하는 오행산이 있는데, 그 중 물의 기운을 상징하는 투이손 산 근처의 논느억 마을은 대리석 공예품으로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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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속 작은 성지, 미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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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인근의 유적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참파왕조의 유적이 잘 보존된 고대 도시 미손이다. 1999년 호이안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이곳은 '아름다운산' 이란 이름처럼 병풍처럼 첩첩이 둘러진 아름다운 산 속에 자리하고 있다. 미손 유적지는 A군부터 H군까지, 총 8개 군으로 구성돼 있으며, 보통 입구에서 가까운 H군에서 시작해 C와 B, D군을 거쳐, A, G, E. F군 순으로 돌ㅇ보게 된다. 총길이는 2킬로미터, 한 번 돌아보는 데 보통 2시간 여가 걸리며, 유적의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B군과 C군만을 돌아볼 경우 30분이면 충분하다. |
| 미손 유적지 내의 건물들은 4~14세기 사이에 지어졌다고 한다. 8세기 경 건축되기 시작된 C군에는 군데군데 전쟁 당시 폭탄이 떨어져 움푹 패인 자국이 선명하다. B군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건축물의 주인은 참파 왕조의 첫 번째 왕이었던 바드라바르만(Bhadravarman)으로, 이 건물은 6세기에 나무로 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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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7세기 경 벽돌로 개축했다. 10세기 경 지어진 B5 유적은 미손 유적들 중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다수의 조형물은 물론이고 외벽에 새겨진 기도하는 수도사 조각도 거의 초기 모습 그대로다. |
| 사원 건축에 사용된 붉은 벽돌들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한데, 이들 사이를 어떻게 연결했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시멘트를 부어 수리한 부분에는 이끼가 끼어 초록빛을 띠지만 초기에 지어졌던 건물은 여전히 부식 없이 깔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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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파크 호이안에서 보내는 신나는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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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은 '동양의 아바나' 라 해도 좋을 만큼 고색창연한 도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1,360개의 기념비와 1,068채의 고풍스런 가옥들. 43개의 사원과 19개의 탑이 빽빽하게 들어선 곳이니 만큼. 누군가 "사실 이곳은 주거가 허용되었을 뿐이지 박물관이랍니다." 라고 말한 대도 어렵잖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 같다. 살굿빛의 연한 파스텔 톤 건물들은 베수비오화산의 유적처럼, 수십 년의 시간을 등에 인 채 허물어져 가고 있다.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색이 바란 건물 위로 차곡차곡 입혀진 세월이 묵직하다. |
| 투본(Thu Bon) 강 하류에 자리한 호이안은 17세기 초 하이포(Hai Pho) 또는 파이포(Faifo)라 불렸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해변마을이란 뜻이다. 동남아의 대표 무역항으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 호이안에는 광둥지방과의 교역이 활발해 중국인들의 유입이 많았는데,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호이안에는 중국풍 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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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많이 남아있다. 쩐 푸 거리(Tran Phu)에 자리한 관동 회관(Cantonese Assembly Hall)은 중국 관동 지방 사람들의 모임장소로, 1760년대에 지어졌다. 입구에는 복숭아나무 아래 선 유비와 관우, 장비를 묘사한 부조가 걸려 있고, 타일로 만을어진 연못에는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 모양의 조각이 놓여 있어 중국색이 물씬 난다. 사당 처마에 걸린 수십 개의 붉은 향이니 나선형으로 타오르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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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이 바란 건물 위로 차곡차곡 입혀진 세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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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네덜란드, 인도 등지에서도 다양한 문물이 유입되어 호이안의 건물들은 여러 번 색을 덧입힌 유화처럼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된 형태를 보인다. 호이안의 대표적인 고가 중 하나인 '짠 가 사당(Tran Family Chaple)'에는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입구는 일본식, 지붕은 중국식, 안쪽의 사당은 베트남식으로 지어져 있다. 제단 위의 접시 안에는 두 개의 동전이 놓여 있는데, 세 번을 던져 앞뒷면이 동시에 나오면 그 날은 운이 좋다고 한다. 고가 내의 가족 사당은 짠 왕의 기일인 11월 11일과 신년에만 오픈한다. |
| 그밖에도 베트남 남부에서 번성했던 참파 민족과 포르투갈인, 스페인인, 아라비아인, 프랑스인까지 찾아와 교역을 했다. 그중에서도 중국인과 일본인이 특히 많았는데,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장 적합한 바람이 불어올 때까지 수개월간 체류해야했다. 자연히 각자의 법과 제도, 사원까지 갖춘 대규모 거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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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형성됐다. 중국인 마을과 일본인 마을은 일본교라고도 불리는 내원교가 이었다. 중국인 거주지역의 다리에는 원숭이, 맞은편의 일본인 거주지역에는 개 모양의 동상이 붉은 두건을 쓴 채 서 있다. 견원지간. 다리를 만든 사람이 그 시절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의 관계를 능청스럽게 묘사해 둔 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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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이안에서의 하루를 완벽하게 마무리 해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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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원교를 지나면 저렴한 맞춤옷, 눈길을 사로잡는 공예품들, 로컬 화가들이 그린 유화작품들이 즐비한 화랑거리가 나온다. 갤러리와 상점, 레스토랑은 옛 집을 개조해 만들어 꽤 멋스럽다. 이 지역 출신의 화가들이 고향집에 화랑을 내는 경우도 많다. 후에 예술대학을 졸업한 화가 탄 빈 퐁(Thanh Vinh Phong)도 이곳 출신이다. 그의 이름을 건 화랑은 누이가 지키고 있었다. 작은 그림의 가격은 USD350선. 이곳에선 다른 기념품들처럼 그림도 흥정해 살 수 있다.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살펴볼 것.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 구경해도 눈치 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
| 르 로이 거리에도 잡화점들과 식당. 고즈넉한 카페들이 꼬치처럼 줄줄이 이어져 있다. '요리 수업' 간판을 내건 레스토랑에선 베트남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볼 수도 있다. 거리에서 조그만 '목욕탕 의자'를 깔고 앉아 먹는 쌀국수도 별미다. 실크 공예점에서는 직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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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에를 길러 실을 뽑는다. 이들은 대나무소쿠리 안에서 1주일여를 기다린 후 껍질을 벗고 나오는데, 이렇게 남은 고치를 70도의 뜨거운 물에 넣고 비단을 뽑아낸다. 직접 뽑아낸 결 고운 명주로 수를 놓아 판매하는데, 2호(50X20센티미터) 크기의 자수를 완성하는 데는 2달 가량이 걸린다. 1미터 이상의 대형 작품들은 5달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의 가격은 USD300 정도. 현지 물가에 비추면 한없이 높게 느껴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수공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자수공들은 대게 2년 동안의 수련기간을 거치며, 컵받침부터 시작해 대형 작품까지 차근차근 연습을 해나간다. 위층의 실크 숍에서는 디자인북 카탈로그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면 사이즈에 맞는 옷을 만들어 주는데, 빠를 경우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 늦게 주문한 옷을 받아갈 수 있다. 유명 브랜드를 변형해 만든 여성복이나 다양한 컬러의 아오자이가 특히 인기다. |
| 저녁 무렵엔 박 당(Bach Dang) 거리로 가보시길. 강을 따라 지어진 고풍스런 바에서 근사한 저녁놀을 바라보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호이안에서의 하루를 완벽하게 마무리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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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ort 남하이 호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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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 드넓은 백사장으로 유명한 논 느억 비치(China Beach)에 오픈한 남하이 호텔은 6성급 리조트다. 호이안까지는 18킬로미터 거리. 베트남 중부에서 특급 호텔이라곤 '푸라마 리조트 다낭' 뿐이었지만, 중부지역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요즘에는 크고 작은 리조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그중 남하이 리조트는 규모나 설비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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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호텔 운영자인 아드리안 제카(Adrian Zeach)가 설립한 GHM이 매니징을 맡고, 인도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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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피터 라이더(Peter Ryder)가 참여해 남하이 호텔의 오픈을 도왔다. 건축가 리다 아말론(Rida Amalon)이 설계한 풀빌라는 아시아 컨템포러리 스타일로 지어졌다. 흰 캐노피가 드리워진 침대에서는 투명한 유리 너머로 푸른 바다가 보인다. 풀빌라 가격은 1박에 USD515로, 리무진과 미니바 사용 비용이 포함돼 있다. 40동의 거주용 빌라에는 개인 집사가 상주하며 오션뷰의 빌라에는 개별 수영장이 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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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음력 14일의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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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4일 저녁, 짠 푸(Tran Phu) 거리와 응우웬 타이혹(Nguyen Thai Hoc) 거리, 박 당(Bach Dang) 거리와 르 로이(Le Loi)는 까만 어둠에 휩싸인다. 전등이나 오토바이는 물론 TV 불빛까지 소등된다. 대신 처마 아래에 얇은 대나무살 위에 색색의 비단천과 종이를 대 만든 랜턴이 하나 둘씩 걸리기 시작해, 밤이 깊어지면 거리 전체가 알록달록한 빛으로 가득 찬다. 이는 호이안의 옛 정취를 되살리기 위한 여러 행사 중 하나로, 베트남 정부는 낡은 고가들을 꾸준히 복원하는 한편, 53개에 이르는 전통 축제를 주관하는 등 옛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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