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취리히 꼭대기 전망대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건너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갈 수 있다기에 우리는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가지고 있던 패스가 시내 대중교통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1일 권이어서 시내 관광까지 꼼꼼하게 할 계획이었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아저씨에게 물었떠니 "20분만 더 가세요." 라고 알려주었다. 한데 산속을 걷고 또 걸어도 케이블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산속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먹는 노부부들을 만났다. 다시 얼마나 가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역시 "20분만 더 가세요."란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에 만난 사람들은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젊은 부부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는데, 그들은 또 20분만 더 가라고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하이킹을 즐기는 아저씨도 "20분만 더!"를 외쳤다. 점점 따가워지는 뒷덜미를 만지며 우리는 생각했다. 꼼꼼하게 돌아보려다 미아되는 건 아닐까? 정말이지 막판에는 묵묵히 걷기만 했다. 1시간 30분쯤 후 눈앞에 나타난 6인승의 빨간 트램. 그 순간의 감동은 여전하지만 지금도 궁금하다. 왜 사람들은 한결같이 20분만 더 가ㅏㄹ고 얘기했던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