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의 자연으로 초대합니다 Sutera Harbour Resort

여행길에 나서는 사람들은 그리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자유가 허락된 며칠의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곳, 이방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그저 조금 더 편리하고 안락한 곳이면 충분하다. 휴식 그대로의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코타키나발루 해변에 자리 잡은 수트라 하버 리조트를 추천한다.

말레이시아 사바 주를 대표하는 도시, 코타키나발루는 바다 위에 선 땅이다. 동남아시아 일대에 환상적인 경관을 제공하는 남중국해를 앞에 두고 산호초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해변이 2차세계대전을 지나며 피폐해지자 말레이시아 정부와 일부 민간 기업의 합작으로 바다를 메워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이용한 최고급 휴양단지로 탄생시키기에 이른다.‘휴양도시’라는 콘셉트로 발달해온 도시답게 코타키나발루는 도심 곳곳에서 이방인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심에는 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숙박시설과 수많은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고, 해변을 끼고 길게 늘어선 리조트 단지는 눈 가리는 데 없이 남중국해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뷰를 자랑한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항구도시 코타키나발루를 오늘의 고급 휴양도시로 발돋움시키는데 일조한 수트라 하버 그룹은 사바 주에 기반을 두고 발전한 기업으로, 그들 역시 해변에 수트라 하버 리조트(Sutera Harbour Resort)를 조성했다. 2개 동의 리조트 시설을 중심으로 요트 계류장 겸 코타키나발루 앞바다에 조성된 툰구 압둘라만 해양 국립공원의 섬들과 코타키나발루를 잇는 쾌속 보트의 선착장으로도 사용되는 마리나 센터, 남중국해를 앞에 두고 리조트와 마리나 센터를 감싸 안듯 시공된 골프코스 등이 총 면적 384에이커의 광대한 대지 위에 넓게 펼쳐져 있다. 

 수트라 하버 그룹의 역작

얘기했듯 수트라 하버 리조트는 전형적인 리조트 스타일로 구성된 마젤란 수트라(The Magellan Sutera)와 호텔처럼 곧게 선 모던한 느낌의 퍼시픽 수트라(The Pacific Sutera)의 2개 리조트 동으로 나뉘어 있고 리조트 셔틀버스가 10분 간격으로 오가며 마젤란과 수트라, 그리고 마리나 센터와 골프코스를 잇는다. 
456개의 룸을 가진 마젤란 수트라 리조트는 이 지역의 전통 가옥 구조를 빌어 리조트 단지의 붉은빛을 띠는 천장의 중간이 솟은 모양으로 품위와 전통이 함께 느껴지는 4층 건물이다. 마리나 센터와 바다를 향해 설계되어 있는데, 풀장과 접한 가든 뷰 룸도 있지만 시 뷰 룸에서는 객실 침대에 누워서도 마리나 센터 계류장에 정박된 요트와 푸른 남중국해가, 그리고 멀찍이 그림처럼 서 있는 키나발루 산이 보인다. 대부분의 룸이 발코니를 갖고 있어 한낮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질 때 발코니의 테이블에 앉아 차 한 잔 마시거나, 잠들기 전에 바다를 바라보며 달콤한 와인을 기울이기에도 좋다. 가든 뷰나 시 뷰, 룸의 그레이드와 상관없이 마젤란 리조트의 객실은 공통으로 욕실과 거실 사이에 나무 미닫이문이 설치되어 있다. 가족형 리조트이기는 하지만, 코타키나발루를 찾는 많은 허니무너를 위한 배려인 셈.
물론 같은 부지 내의 리조트이지만 외형부터 마젤란 수트라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퍼시픽 수트라 리조트는 여느 빌딩이나 호텔처럼 길게 솟은 12층짜리 건물에 500여 개의 룸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골프 디자이너 그래함 마쉬(Graham Marsh)가 디자인했다는 27홀의 챔피언십 골프코스를 앞에 두고 있어 퍼시픽 리조트의 가든 뷰 룸에 묵으면 초록의 잔디가 펼쳐지고, 마젤란 리조트에 가족이나 허니무너들이 묵는데 비해 골프나 비즈니스를 위해 코타키나발루에 방문한 사람들의 이용률이 높아 인테리어가 오피셜한 점도 색다르다.

 수트라를 특별하게 만드는 몇 가지

마젤란이나 퍼시픽 리조트는 각자 다른 부대시설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운영되지만 메인 로비는 마젤란 리조트에 있다. 따라서 피트니스 센터와 스파 시설이나 콘셉트를 달리한 레스토랑, 수비니어 숍, 클럽 룸 이상의 그레이드에 묵는 숙박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클럽 라운지 등은 양쪽 모두 설치되어 있지만 마젤란 쪽에서 좀 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코타키나발루 앞바다를 요트로 항해하는 패키지를 제공하는 노스 보르네오 요팅(North Borneo Yachting)은 마젤란의 메인 로비와 마주 보고 있다. 원하는 이용시간과 인원으로 예약하면 요트를 렌트하고 조종할 세일러까지 대동할 수 있다. 다양한 용도와 사이즈의 요트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 70명까지 이용 가능하며, 웨딩이나 비즈니스 미팅 등의 용도는 물론이고 허니무너를 위한 소형 요트까지 마련되어 있다고. 마젤란 로비의 오피스에 하루 정도 여유를 두고 신청하면 이용할 수 있고 오피스에 비치된 티셔츠나 팬츠, 모자 등의 요트 웨어와 항해에 더없이 어울릴 클래식한 디자인의 리미티드 에디션 백 등의 수비니어 역시 구입이 가능하다. 사바 주의 전통 시가인 보르네오 시가리오스(Borneo Cigarillos)와 쿠바의 몬테크리스토를 비롯해 필리핀, 콜롬비아, 도미니카 공화국 등에서 수입한 20종이 넘는 시가를 판매하는 하바나 클럽(Havana Club) 역시 스모커들로부터 사랑받는 곳.
물론 마젤란 쪽에 더 많은 시설이 몰려 있기는 하지만 퍼시픽 리조트 1층의 웨딩 센터 역시 눈여겨 볼만한 곳. 말레이시아 전통 결혼 예복을 비치해 두고, 전통 말레이 웨딩의 진행을 돕는데 실제로 식을 치르는 이들은 주로 부유한 현지인들이다. 그러나 자국에서 식을 치른 후, 이곳 웨딩 센터의 패키지를 이용해 피로연을 하거나 파티를 하는 외국인 커플도 많다는 것이 매니저의 설명이다. 인원과 프로그램의 내용에 따라 패키지의 가격이 달라지는데 대부분 와인 테이스팅을 비롯해 디너에 제공되는 코스 요리와 와인, 기념품, 리조트에서의 숙박을 포함하고 있다.
수트라 하버 리조트에는 마젤란과 퍼시픽 리조트, 그리고 마리나 센터와 골프코스에까지 다양한 맛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말레이 전통 식사나 이탈리안 코스 요리, 중식까지를 모두 즐길 수 있지만, 기본 식사가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매일 아침에 뷔페를 제공하는 마젤란 리조트의 파이브 세일즈(Five Sails) 레스토랑을 이용한다면 수트라 하버에서의 일정 내내 한식으로 식사할 수 있다. 리조트의 레스토랑에 한국인 셰프가 있어 그저 색이 빨갛고 배추를 재료로 쓴, 김치 비슷해 보이는 김치가 아니라 정말 한국에서 먹는 시원하고 상큼한 김치가 매일 아침 제공된다. 김치와 더불어 매일 달라지는 국과 나물이 비치되어 있으니 매콤한 치킨 커리와 함께 먹으면 여행기간 속속 생겨나는 한국 음식에의 향수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놓칠 수 없는 유혹

놓칠 수 없는 유혹사바에서는 도심 곳곳에서 수트라 하버 리조트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바다와 접한 곳에 있는 리조트 건물과 마리나 센터, 골프코스 말고도 사바 곳곳에 여행자들을 위한 어코모데이션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발 4,095미터의 키나발루 산 정상에 오르려면 반드시 묵어가야 할 산장이 모여 있는 지역에 수트라 하버 그룹의 라반라타(Laban Lata) 산장이 서 있다. 3,272미터 고지대의 산장에 머무르면 늘 구름에 싸여 있어 보이지 않는 키나발루 산의 정상도, 눈앞으로 펼쳐진 남중국해와 코타키나발루 시내도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코타키나발루 앞바다, 마누칸 섬에서의 숙박도 수트라 하버의 랏지가 들어서면서 가능해졌다. 선착장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허니무너와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프라이빗 랏지가, 오른편에는 패밀리형 랏지가 지어졌는데 패밀리형 랏지의 규모가 조금 더 큰 걸 제외하곤 나무로 지어진 2층짜리 건물로 별다를 바가 없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더 맘이 끌렸던 것도 마누칸 섬의 랏지였다. 2층 베란다 문을 열면 도심에서는 매립지라 볼 수 없었던 하얀 백사장과 점점 물빛이 짙어지는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고, 온통 나무냄새가 배어 있는 계단과 벽, 바닥의 풍경에 어린 시절에 꿈꾸던 통나무 오두막에라도 온 듯했다. 허니문 여행이었다면 도심에 비해 조용하고 아늑하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높은 점수를 줬을지도.
탄중 아루(Tanjung Aru) 역과 북쪽의 파파르(Papar)를 왕복하는 66킬로미터의 기차여행 역시 수트라 하버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수트라 하버 리조트와 사바 주 철도청의 합작으로 영국이 통치하던 시절, 북보르네오의 낭만을 체험하는 증기 기차여행을 재현해놓았기 때문. 물론 왕복하는 동안의 식음료와 이벤트는 모두 리조트에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