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 나타났다?

지난 6월, 가족들과 괌으로 여행을 떠났다. 물이 무섭긴 했지만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라 용기를 내어 스노클링 도구를 빌려 바다에 들어갔다. 물안경을 끼고 호텔에서 미리 준비해온 빵을 꺼내 조금씩 뜯으니 물고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의 주인공 니모와 동일한 어종인 클라운 피시도 보이고 손바닥보다 큰 물고기들도 있었다. 같은 종끼리 커다랗게 무리를 지어 다녔는데 작은 물고기는 제일 낮은 곳에, 큰 물고기는 물 바깥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높은 곳에서 헤엄쳤다. 그렇게 우리를 둘러싼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데 어느 순간 엄청나게 크고 까만 물고기가 지나갔다. 나는 너무 놀라 옆에서 헤엄치고 있던 남편을 붙잡았다. 허리까지 차던 물이 까마득히 깊게 느껴졌다. 그렇게 남편에게 매달려 겨우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빨리 상어가 나타났다는 걸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급했다. 한데 일어서서 다시 상어가 있던 쪽을 쳐다보니 금발의 멋있는 남자가 딱 달라붙는 까만색 수영복을 입고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 남자도 내가 자기를 보고 놀란 것을 눈치 챘는지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어릴 때 영화 ‘조스’를 너무 많이 봤던 걸까. 어쩌면 오랜만의 여행에 너무 흥분했던 건지도 모른다. 식구들한테 구박은 받았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

(황선미 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