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화장실에서 헬프 미를 외치다

프랑스 파리에서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할 때의 일이다. 우리는 작은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가 주문을 했고, 기다리는 동안 나는 가게 안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 배가 아파서 조금 오래(?) 볼일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이 꺼졌다. 화장실엔 창문이 하나도 없어서 불이 RJ지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센서인가?’ 싶어 좁은 공간에서 몸도 흔들으보고 손을 위로 뻗어보기도 했는데 불은 켜지지 않았다. 순간 당황해 문을 열었지만 문도 열리지 않았다. 너무 놀라서 'Help me!'를 외치며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점원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밖에서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순간 밖에서 일부러 불을 끄고 잠근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폐쇄공포증이 왜 생기는지 알 것만 같았다. 배낭여행 중이라 휴대폰도 없으니 밖에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미친 듯이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친구의 이름을 불렀고, ‘헬프 미’를 연발했다. 여기 점원들이 나를 감금하고 나머지 친구 2명을 위협하고, 돈을 뺏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문을 두드리는데 그 소리르 들었는지 점원이 바깥쪽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러자 금방 불이 켜졌다. 파리의 화징실은 문을 열었다 닫으면 불이 켜지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살펴보니 내가 들어갔던 화장실 문은 안쪽으로 당겨야하는 문이었다. 바깥쪽으로만 힘껏 밀었드니 열릴 리가 없었다. 피식 웃는 점원과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며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걸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못 들은 게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와서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들은 ‘감금, 위협’ 같은 단어를 떠올렸던 나의 과대망상에 웃음을 터트렸다. 나 혼자 착각했던 위기 상황이었지만, 그순간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김수빈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