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의 땅, 예술을 품다 Welome to the City of Art

1천여 년 전 바이킹들이 사랑했던 땅은 오늘날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예술가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 전 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그 위에 덧칠한 인간의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멋스러운 건물에서 감상하는 오페라부터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긴 조각까지, 풍성한 예술의 도시를 만나보자.

오슬로와의 첫 만남, 오슬로 피오르

아침 일찍 일어나 오슬로 항구로 향한다. 피오르의 나라 노르웨이를 만나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푸른 바다와의 만남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매년 12월이면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 장소이자 오슬로의 상징인 시청사(Radhuset)를 지나 항구에 들어서니 부두를 가득 메운 요트와 보트, 크루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 국가로 항해하는 대형 크루즈부터 새우잡이 작은 배까지 무려 50만 척이 이 항구에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오슬로 항구와 도시 풍경, 오슬로 피요르 입구 주위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섬을 감상하려면 오슬로 사이트싱 투어가 제격이다. 이곳에서는 크루즈를 포함해 오슬로 주요 관광명소로의 시티투어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50여 분간 크루즈를 타고 오슬로 항구 주변을 돌아보는 미니 크루즈부터 주변의 섬까지 함께 둘러보는 2시간 코스의 피오르 투어, 7시간 30분에 걸쳐 세일링과 버스를 이용해 오슬로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그랜드 투어까지 총 7가지의 다양한 투어가 있다. 또한 2시간 코스의 런치 크루즈, 여름이면 이브닝 크루즈도 운행하고 있으므로 크루즈 위에서 피오르의 선셋과 함께 저녁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
미니 크루즈 티켓을 끊고 일행과 함께 배에 올랐다. 오슬로 항구를 출발한, 언뜻 보기에도 오랜 세월 이 곳을 누볐을 것 같은 클래식한 배는 바다를 항해하며 코펜하겐으로 가는 대형크루즈 옆을 지나 오슬로 시청사, 옛 부두의 창고가 있었지만 지금은 카페와 바, 식당이 들어선 쇼핑지구 아케르 브리게(Aker Brygge)를 차례로 보여준다. 그렇게 바다 위에서 오슬로의 풍경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바다에 접한 독특한 건물 앞에서 시선이 멈춘다. 새하얀 대리석과 유리로 둘러싸인 외관에 마치 바다와 하늘을 이어줄 듯 사선으로 된 지붕을 얹고 있는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다. 지난 4월 문을 연 오페라 하우스는 오픈과 동시에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은 오슬로의 핫 플레이스. ‘오페라 하우스’하면 늘 조가비모양의 지붕이 바다와 조화를 이룬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먼저 떠오르곤 했는데 이곳의 오페라 하우스를 보니 이제 그 순서를 바꿔야 할 것 같다.

 하늘과 바다 사이에 놓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페라 하우스로 가려면 오슬로 중심부를 동서로 가르는 칼 요한 거리(Karl Johans Gate)를 따라가면 된다. 서쪽의 왕궁과 동쪽의 중앙역을 연결하고 있는 칼 요한 거리는 오슬로 최대의 번화가로 이 거리를 따라 왕궁과 국회의사당, 대성당, 오슬로 대학, 국립미술관 등이 모여 있고 레스토랑과 바, 다양한 숍이 즐비해 늘 사람들로 붐빈다. 거리의 풍경을 둘러보며 걷다가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도 하면서 중앙역에 다다르면 오페라 하우스로 가는 긴 다리를 볼 수 있다. 오슬로의 오페라 하우스는 노르웨이의 유명 건축회사인 스뇌애타(Snøhetta)에 의해 설계된 건물로 총 건축비 7천5백억 원이 투입돼 5년 만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 오페라 하우스 중 가장 비싼 건물이라니 석유 보유국 노르웨이의 풍부함을 알 만하다.
가까이에서 본 오페라 하우스는 멀리서 보던 것보다 훨씬 독특하면서 매력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건물의 반은 바다에 걸쳐 있고 완만한 경사를 이룬 지붕은 하늘에서 시작해 바다로 떨어진다. 아니, 바다에서 시작해 하늘로 향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모습이 마치 대형 미끄럼틀 같기도, 스키장 슬로프 같기도 한데 솔직히 어디까지가 오페라 하우스 건물이고 어디서부터가 지붕인지 언뜻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그저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완만한 경사로를 산책하듯 거닐다 보면 어느새 오슬로 성당과 오슬로 시청, 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지붕 꼭대기에 다다르게 될 테니 말이다. 지붕 위는 이미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하다. 바다를 향한 오페라하우스 지붕 끝에 걸터앉아 물장난을 치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오페라 가수와 수영선수 그리고 스키선수가 좋아하는 오페라 하우스’라더니 이곳은 이미 오페라 하우스를 넘어서 오슬로 사람들의 또 하나의 휴식의 장이 되어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는 눈 덮인 노르웨이의 산과 피오르를 콘셉트로 지어졌다고 한다. 건물 외벽의 3만 6천 장에 달하는 대리석과 투명 유리는 설산과 빙하의 이미지를,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지붕은 노르웨이의 피오르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웅장하고 다소 차가운 이미지의 외부와 달리 내부는 ‘숲의 나라’ 노르웨이답게 어두운 갈색의 참나무로 꾸며놓아 마치 숲 속을 산책하는 듯 포근한 기분을 갖게 한다. 1천350석의 메인 오디토리움 외에 4백 석의 공연실과 연습실 등 총 1천1백 개의 방을 갖추고 있으며 음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의 조각에서 인생을 느끼다

오슬로 시내 북동쪽의 비겔란 조각공원(Vigelandsparken)은 오슬로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공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Gustav Vigeland)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비겔란은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로 그가 평생을 만들어 온 작품은 오슬로 비겔란 미술관과 이곳 조각공원에 볼 수 있다.
조각공원은 1915년 오슬로 시가 비겔란에게 전체적인 설계와 작품을 의뢰해 탄생하게 되었는데 비겔란은 이후 10여 년 동안 청동, 화강암, 주철을 사용해 사람이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희로애락을 2백여 점의 작품에 담아 공원을 장식했다. 공원 내 푸른 잔디밭으로 피크닉을 나온 이들을 지나면 비겔란 조각상이 양옆으로 늘어선 다리를 만나게 된다. 인간의 모습과 꼭 같은 형상으로 서 있는 조각들, 오랜 세월 그렇게 그곳에 서서 다리 위를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맞이했을 것이다. 다리가 끝나갈 무렵 왼쪽에 자리한 ‘성난 아이’도 꼭 살펴보자. 비겔란의 작품 중 유일하게 인간의 표정을 담아 여러 차례 도난을 당했다고 하는 데 성난 표정이 오히려 귀여운 느낌을 준다.
비겔란 조각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다리 건너 분수 광장 뒤쪽에 자리한 17미터 높이의 모노리텐(Monolitten)이다. 사실 공원에 들어설 때부터 정면의 우뚝 솟은 이 화강암 탑이 눈에 들어오지만 가까이 가보지 않고는 그 장엄함을 결코 느낄 수 없다. 비겔란이 제작한 석고 모델을 세 명의 석공이 14년에 걸쳐 제작했다고 하는데 탑 전체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121명의 온갖 형태를 한 남녀 군상으로 뒤엉켜 있는, 그야말로 걸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이내 엄숙해져 온다. 비겔란의 조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둘러보면 ‘인생’의 만난다.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담긴 조각상, 인간과 너무도 닮아있는 그것을 바라보며 지나온 짧은 내 삶과 앞으로 펼쳐진 인생의 시간을 가만히 그려본다.

박물관 지구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과거의 영광

일찍이 바이킹이 되어 유럽 전역을 주름잡았던 노르웨이의 찬란한 바이킹의 역사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비그되이(Bygdøy) 지구에서 만날 수 있다. 바이킹 박물관(Vikingskipshuset)에는 오슬로 피오르에서 발견된 세 척의 바이킹 선박을 복원해 전시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세 척의 배 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오세베르그(Oseberg) 호. 9세기 초에 건립된 20미터 크기의 배로 오사 여왕의 전용 배로 사용되다가 오사 여왕이 죽은 후 시신과 함께 매장되었다고 한다. 바이킹 특유의 곡선미와 선박의 아름다운 장식이 1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물관 안쪽에는 오세베르그 호 발굴 당시 발견된 각종 장식품과 그릇 등 부장품이 전시되어 있고 역시 9세기에 만들어진, 곡선이 아름다운 고크스타(Gokstad) 호와 배의 바닥 부분만 남아 있는 투네(Tune) 호도 볼 수 있다.
콘티키 박물관(Kon-Tiki Museet)은 노르웨이의 인류학자이자 탐험가인 토르 헤이에르달(Thor Heyerdahl)과 관련된 유물과 자료가 전시된 곳이다. 반세기 전 헤이에르달은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원주민 문화가 남아메리카에서 건너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뗏목을 타고 태평양을 횡단해 폴리네시아까지 갔다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다소 황당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고 이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그는 잉카 원주민들의 방식대로 뗏목을 만들어 1947년 4월 28일, 5명의 동료와 함께 페루에서 출발해 태평양을 가르는 항해에 나섰다. 결국 이들은 101일 만에 남태평양 8천 킬로미터를 횡단해 폴리네시아의 라로이아 섬에 닿았고 이로써 그의 가설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당시 그 배의 이름이 콘티키로 콘티키박물관에는 콘티키 호를 비롯해 1955년 남미-이스터 섬 항해, 1970년 모로코-카리브해 항해에 이용된 배와 당시 그들의 항해 여정을 보여주는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콘티키 박물관 바로 앞에는 난센의 북극 탐험과 아문센의 남극탐험에 사용되었던 프람호가 전시된 프람호 박물관(Frammuseet)이 자리한다.
다른 나라의 수도처럼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와 그 사이를 바삐 오가는 사람들 대신 피오르의 자연이 가져다주는 상쾌함과 아늑함,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 오슬로. 예전 바이킹의 도시 오슬로는 옛 건축물과 모던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이곳을 찾는 이들의 하루를 행복하게 수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