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초창기 미국 정신 Drop into San francisco

도시를 헤매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다. 트램과 갈매기, 그리고 스콧 맥켄지의 ‘If you’re going to~’로 대변되는 이 항구도시는 명소를 애써 찾아가지 않아도 샌프란 스타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계획은 소용 없으니 그저 도시를 만끽하라고. 초창기 미국의 마음으로.                                                                                                                                        

 미각의 삼박자, 피셔맨즈 워프

샌프란시스코의 한 작가는 자신의 고향을 ‘만(灣) 옆의 바그다드’라 불렀다. 피셔맨즈 와프 주위를 거닐다 그의 말을 이해했다. 세상의 끝인 것 같은 암흑의 섬의 반대편에는 하품하는 바다사자와 분주한 갈매기들, 춤추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사이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크랩이 풍성한 연기와 함께 익어간다. 이 꽉 찬 풍경은 현지인들에게도 충분히 이국적이라고 한다. 물론 손님에게는 더욱 그렇다.
부둣가에 도착하면 맨 처음, 저 멀리 알카트래즈를 바라본다. 뱃길로 10분이면 닿는 이 섬은 한 시간 정도면 내부 시설을 골고루 볼 수 있는 규모다. 탈출을 시도한 죄수가 서른 대여섯 명 정도라고 하는데, 낮은 수온과 빠른 유속 때문에 살아서 나간 자를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한다. 1850년대부터 1963년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민전쟁의 죄수나 마피아들이 대거 투옥되었다. 사람들은 줄지어 서서 멀리 이 섬을 바라본다. 그 모습에서 항구 도시 특유의 처연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피셔맨즈 워프, 특히 피어 39가 샌프란시스코의 핵심 관광지로 꼽히는 것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먹거리들 때문이다. 빵의 속을 파고 조개스프를 넣은 크램차우더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노천에 앉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크램차우더를 맨 처음 판매했다는 ‘부댕(Boudin)’ 앞에서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빵 한 덩이들을 손에 쥐고 앉거나 서 있다(심지어 크램차우더는 지난 2002년에 대한항공에서 자사 스튜어디스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해외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1위로 꼽히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바닷바람 때문에 다소 쌀쌀해진 속을 크램차우더로 데운 후에는 즉석에서 쪄 주는 크랩으로 허기를 달래자. 싱싱한 게를 푹푹 찌는 모습부터 빠른 손놀림으로 게 껍질을 으깨어 내주는 모든 과정에서 당신은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왔음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입가심을 원한다면 기라델리 초콜릿을! 허쉬와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탓에 피셔맨즈 워프에서도 기라델리 시리즈들과 더불어 수많은 초콜릿을 만날 수 있다.

 야경을 만끽하며 쇼핑을 즐기다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 얼마간 그 곳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한 지인에게 갈 만한 곳을 추천해 내라는 협박(?) 전화를 걸었다. 몇 년 전 올랐던 배낭여행길에 이미 그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던 터라 어디를 갈 지는 진작에 정해놓았지만, 한 사람의 의견이라도 더해 자신감을 보태보려는 얕은 꾀였다고나 할까. 아니나 다를까 그 꾀가 통해 지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기자가 이미 정해놓았던 곳,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였다.
유니온 스퀘어는 명실상부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중심가이다. 유니온 스퀘어에는 ‘중심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백화점과 브랜드 숍, 레스토랑, 호텔 등이 밀집해 있어 쇼핑이나 저녁을 즐기러 나온 샌프란시스코 사람들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 크지도 그렇다고 그리 작지도 않은, 석재로 만들어놓은 광장인 유니온 스퀘어에 도착하면 그 거리를 즐기러 나온 많은 시민들과 마주하게 된다. 여러 개의 백화점이 이 광장을 둘러 싸면서 쇼핑타운을 형성하고 있는데 미국 내 가장 대중적인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를 비롯,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와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등 고급 백화점도 자리를 잡고 있다. 유니온 스퀘어 주변에서는 백화점뿐 아니라 다른 많은 브랜드 숍 들도 만날 수 있는데 가장 눈 여겨 볼만한 것은 리바이스 스토어다. 유니온 스퀘어 바로 옆에 위치한 이 스토어는 세계에 퍼져 있는 리바이스 스토어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올드 네이비, 알도, H&M, 나인 웨스트 등 각종 저가 브랜드 숍도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유니온 스퀘어 근처에는 또,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음식 맛을 볼 수 있다는 로컬 레스토랑들과 치즈 케이크로 유명한 치즈 케이크 팩토리 등도 자리하고 있다.
한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은 도시이기에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낮에 이곳을 찾는 것도 좋다. 하지만 화려한 불빛과 까만 밤하늘이 어우러져 발산하는 몽환적인 도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해가 지는 저녁 시간 이곳을 찾아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그 환상적인 야경과 마주하는 순간, 누구나 이 도시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에. 게다가 유니온 스퀘어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다른 관광지들로 이동하는 것이 쉽다. 차이나타운이 가까울 뿐 아니라 유니온 스퀘어에서 5분 정도를 걸어가면 마켓 스트릿(Market Street)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뮤니’로 통칭되는 샌프란시스코의 교통편 중 가장 유명한 케이블 카가 출발한다. 흔히 ‘전차’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이 케이블카는 샌프란시스코의 거의 모든 관광지를 연결하는데다가 10불 정도면 원데이패스(One Day Pass)를 살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케이블카 최고의 하차 지점, 롬바르드 스트릿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는 곳 중 기자가 선택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북동쪽 언덕에 위치한 롬바르드 스트릿(Lombard Street)이었다. 샌프란시스코를 홍보하는 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골손님 중 하나인 이 길은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는 러시안 힐에 위치하고 있는데, 아주 꼬불꼬불한 언덕길이다. 경사가 높은 언덕길이기 때문에 차들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10번의 커브를 만들었다는 롬바르드 스트릿에는 차도를 제외한 곳에 화단을 만들어 놓아 꽃이 피는 계절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수놓은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롬바르드 스트릿에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 거리 자체의 특이함과 아름다움도 있지만 이 곳에서 샌프란시스코 전역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에 서면 북동쪽으로는 알카트래즈 섬이, 동쪽으로는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텔레그래프 힐의 코잇 타워와 다운타운의 또 다른 랜드마크, 트랜스 아메리카 피라미드 빌딩을 볼 수 있다. 금문교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다리인 베이브릿지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