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강남' 의 매콤한 맛 South Beauty 881

중국 여행에서 음식은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더구나 그것이 우리의 미각을 자극할만치 맵고 진한, 하지만 오묘한 중독성을 지닌 쓰촨요리라면 더욱 그렇다. 전통을 지키되 새로움을 추구하는 ‘중체서용’을 철학으로 한 중국 상하이의 차오장난에서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이룬 오감의 맛을 만나보자.                                                                                                        

 전통을 지키며 새로움을 추구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중국 음식점이 있을 정도로 중국 음식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중국인들도 평생 다 먹어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종류 또한 다양한데 그중에서 특히 한국인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건 혀를 내두를 만큼 매운맛의 쓰촨요리(四川料理)다.
‘아름다운 강남’이라는 뜻의 차오장난은 중국의 유명한 쓰촨요리 전문점이다. 중국에서는 양쯔강 하류 이남 지역을 ‘강남(江南)’이라고 부르는데 예로부터 중국인들에게 강남은 꿈의 낙원으로 통한다.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수자원, 그리고 다양한 물자가 넘쳐나는 곳, 예스러운 건물과 수로를 노니는 나룻배의 풍경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하염없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곳 말이다. 강남과 쓰촨성은 거리상으로는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아마도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도피해 유유자적 노닐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아름다운 강남’이라는 뜻의 ‘차오장난’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차오장난은 2000년 베이징의 ‘중국국제무역센터(國貿大廈)’에 1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현재 베이징에 13개, 상하이에 6개, 청도에 1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 내 뿐 아니라 세계 유명 도시에 지점을 낼 계획을 갖고 있는 대형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이다. 원래 부동산과 증권, 무역업 등을 하던 회사에서 투자한 이 레스토랑은 ‘중국의 것을 모체로 하고 서양의 것을 응용한다’라는 ‘중체서용(中體西用)’을 신조로 하고 있다. 레스토랑의 이러한 철학은 인테리어에서부터 엿볼 수 있는데 외관은 1927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모습이지만 내부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붉은 등이 주렁주렁 달린 전통 쓰촨요리집과는 달리 세계적인 일본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스기모토 다카시(杉本貴志)의 손길을 거쳐 감각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단순한 인테리어 뿐만이 아니다. 음식 역시 전통 쓰촨요리를 표방하지만 갖가지 재료와 조리방법, 새콤달콤한 맛, 볼거리를 추가해 새롭게 창조한 퓨전요리를 내놓고 있으며 담백한 양념과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광둥요리(廣東料理)도 맛볼 수 있어 다양한 음식을 즐기기에 좋다.

 맛과 서비스를 동시에
친절한 미소로 맞이하는 웨이트리스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과연 명성만큼이나 넓은 공간에 손님으로 가득 차 있다. 상하이 옌안중루에 자리한 3층 건물의 차오장난은 총 20개의 룸에 4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지만 주말 저녁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곳. 자리에 앉으니 식탁 위에 세팅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식기들이 서양식 패밀리 레스토랑을 연상케 한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니만큼 메뉴마다 영문이름과 음식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매운맛의 정도를 1~3개의 고추 그림으로 표시해 놓아 주문이 쉽다.
쓰촨요리의 가장 대중적인 요리 중 하나인 ‘라즈지(辣子鷄)’를 주문했다. 쓰촨에서 나는 작고 매운 고추를 듬뿍 넣고 기름과 함께 볶은 닭고기 요리로 수북이 쌓인 붉은 고추더미 속에서 닭고기를 찾아 입에 넣는 순간 강렬한 매운맛에 혀끝이 얼얼할 정도다. 하지만 매우면서 고소한 맛이 자꾸만 식욕을 돋아 닭고기 한 점에 물 한 컵을 들이키면서도 젓가락을 놓을 줄 모른다. 이곳에서 추구하는 퓨전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아스파라거스 볶음(氷花蘆荀)을 주문해보자. 아스파라거스를 중국 특유의 소스와 함께 데친 후 얼음과 함께 내어 놓는데 풍부한 영양과 함께 아삭한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어 먹는 재미를 더한다. 파오자오롱샤자이(泡椒龍蝦仔)라는 이름의 랍스터 요리는 요리 위에 얹어진 고운 꽃 장식에 음식 먹기가 미안할 정도. 담백한 광둥요리를 원한다면 거위간과 소간을 각종 야채와 함께 볶은 뒤 동그랗게 쌓아올린 왕뤄톈샤(網羅天下)나 여성들을 위한 메뉴로 주방장이 개발한 송이버섯 요리도 적당하다. 맛도 좋지만 이 레스토랑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보여주는 음식’이다. 주방에서 요리가 완성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반만 요리된 채로 서빙된 뒤 손님 테이블에서 직접 만드는 요리 쇼를 보여주는데, 먹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까지 곁들여져 재미를 더한다.
와인 한 잔까지 곁들인 푸짐한 식사를 마치면 건물 뒤쪽에 자리한 널따란 정원으로 나가보자. 한쪽에는 물이 흐르고 그 위에 작은 다리까지 설치해 마치 숲 속의 작은 정원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이곳은 주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곳으로 날씨가 좋을 때는 식사를 위한 공간도 마련된다고 하니 지금처럼 따뜻한 봄날에는 시원한 저녁 공기 맞으며 단란한 식사를 즐기기에 안성맞춤. 그 옆으로는 건물 전체가 유리로 된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끄는 별관이 서 있는데 아늑한 조명이 켜진 정원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차오장난은 다른 쓰촨요리 전문점에 비해 다소 가격이 비싸지만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깔끔한 음식 맛과 세련된 분위기, 정성으로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곳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3개월에 한 번씩 요리사를 쓰촨에 보내 새로 나온 요리를 찾아내고 이를 다양한 고객의 입맛에 맞도록 새로운 요리로 만들어 내고 있는 노력 또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언제 가더라도 새로운 요리를 만날 수 있는 곳. 중국으로 떠날 계획이라면 차오장난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색다른 맛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Interview 차오장난 사천요리 셰프, 창샤오동
사천요리와 광동요리를 맛볼 수 있는 차오장난은 각각 담당 셰프가 있어 최상의 요리를 내놓는다. 차오장난의 쓰촨요리 총주방장인 창샤오동(陳曉東) 씨를 만나 차오장난이 추구하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들어보았다.

Q. 요리 경력은 얼마나 되었나? `
A. 요리를 시작한 지는 16년 정도 되었다. 차오장난에서 일을 한 지는 이제 8년째 접어든다. 차오장난에는 요리사마다 담당 세프가 정해져 있다. 일종의 선생님 같은 사람으로 베이징에서 요리를 배운 후 엔안중루에 지점이 생기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Q.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A. 아트와 컬처, 그리고 퀄리티 이 세 가지를 가장 중시하고 요리를 할 때 항상 기억하려고 애쓴다. 차오장난은 콘셉트는 전통 중국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에 요리의 맛은 물론 장식이나 색깔, 모양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 손님에게 최대한의 만족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Q. 차오장난에서 메뉴 개발을 위해 애쓰는 것이 있다면?
A. 3개월에 한 번씩 쓰촨성에 가서 새로운 메뉴를 찾아내는 것은 물론 고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웨이터들이 서빙을 하면서 고객들에게 음식 맛이 어떤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물어보고 이런 고객들의 세세한 의견을 모아 새로운 메뉴 개발에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